[연재] 책에서 길을 찾다 Ⅱ – 독서를 활용한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방안

2023.08.22 1228명이 봤어요

 

 

.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독서는 인간의 정신 활동 가운데 가장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일의 하나이다. 그래서 평상시에 독서를 생활화하지 않은 학생은 책을 읽어도, 의미를 구성하거나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기 어렵다. ‘독서에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의 진로 분야에 대한 심화 배경지식을 쌓기를 원한다는 가정 아래, 가장 추천하는 독서법은 쉽고 재미 있는 책을 다독(多讀)’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읽기 훈련 자체가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많이 읽으라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수준이 높은 책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다가 오히려 책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독서는 정독(精讀)’하면서 깊이 있게 의미를 탐색하는 과정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 단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수준의 책을 많이 읽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독서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학생들은 엮어 읽기를 통한 다독으로 진로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먼저 어떤 한 분야의 주제를 정해서 관련 서적을 골라야 하며, 최대한 얇고 쉬운 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1. ‘엮어 읽기로 다독하면서 시작하는 진로 독서

한문학자 정민이 쓴 스승의 옥편(마음산책, 2007)에서는 정약용의 사례를 들어 구슬을 꿰는 독서법을 설명하고 있다.

 

오늘 이 책을 읽고 내일 저 책을 읽더라도, 저마다 따로 놀아 하나의 체계로 꿰어지지 않으면 책에서 얻은 지식은 잠시의 기쁨만 남기고 사라지고 만다. 좋은 일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희미해지는데, 읽은 책의 내용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오늘 읽은 책이 내일 읽는 책과 연쇄 반응을 일으켜, 생각하는 힘을 키워 줄 수 있으려면, 갈래를 나누고 체계를 세워 지식의 저장고에 차곡차곡 채워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렇게나 닥치는 대로 읽기만 해서는 도무지 독서의 보람을 얻을 수가 없다. 이런 마구잡이 독서는 읽지 않은 것보다야 낫겠지만, 그저 읽은 책의 목록만 추가하는 의미 없는 독서에 머물고 만다.

갈래와 체계를 세우는 일을 다산(‘정약용의 호)은 색깔별로 구슬 꿰는 일에 견주었다. 먼저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몇 개 분야를 정한다. 그러고 나서 그 분야에서 정평 있는 내 수준에 알맞은 책을 몇 권 골라, 단계적으로 읽어 나간다. 어떤 책을 읽으면 그 책과 관련하여 다시 다른 책을 읽고, 그 책에서 소개한 또 다른 책을 읽는 방식의 독서다. 독서가 거듭되는 동안, 처음에 막연하던 의미가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각 정보들 사이의 우열도 판단할 수 있게 된다.

 

1학년 때는 쉽고 재미있는 책을 다독하면서,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다독을 통해 독서량을 늘려 가면, 책 읽기에 즐거움을 느끼며 심화 독서 단계로 나아가는 기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로 독서에서 한 분야의 책을 읽을 때는 목차에 따라내용을 요약해 보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며 읽는 것이 좋다. 단순하게 교양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목적을 성취하거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책을 읽을 때는, 자기가 읽은 내용 가운데 중요 내용을 정리하며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표에서 설명한 독서 팁은 수능 국어의 독서(비문학) 영역을 공부할 때 적용할 수도 있다. 목차에 따라 요약할 때는 제목과 목차, 대주제와 소주제 등의 키워드를 정리하고, 그 키워드 아래 나타난 핵심어와 주제문을 파악해야 한다. 자기 생각을 정리할 때에는 공감하는 문장이나 주제문에 밑줄을 긋거나, 더 알고 싶은 주제를 메모하며 읽는 것이 필요하다.

 

2. ‘깊이 읽기를 통한 정독하는 심화하는 진로 독서

엮어 읽기 단계를 충실히 거쳤다면, 한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으며 독서의 즐거움 또한 맛볼 수 있다. 엮어 읽기 단계 이후에는 관련 분야의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는 독서법보다는, 책을 읽으면서 관련 자료를 찾고, 배경지식을 쌓는 깊이 읽기독서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스승의 옥편에서 말하는 깊이 읽기에 대한 내용이다.

 

책을 읽다가 어느 하나가 걸리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계속 관련 자료를 찾아 나가는 독서다.

조제(祖祭)는 고대에 먼 길을 떠날 때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비는 제사다. 그런데 왜 할아버지 조()’를 쓸까? 이것이 궁금할 것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길제사 지낼 조란 뜻이 나오고, ‘먼 길을 떠날 때 행로 신(行路神)에게 제사 지내는 일이란 뜻풀이가 나와 있다. 그래도 왜 할아버지 조 자를 쓰는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더 문헌을 뒤져 보면, 아득한 옛날 황제(黃帝, 중국 전설상의 제왕)의 아들 누조(累祖)가 여행을 좋아하다가 길에서 죽었다는 기록과 만나게 된다. ()란 바로 이 누조의 귀신을 위로하기 위해 생긴 제사임을 그제서야 알게 된다.

여기서 의문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 조제는 어떤 방식으로 지냈을까? 이것은 역대 여러 종류의 제사 지내는 방법을 적은 책을 참고하여 알아볼 수가 있다. 알아보는 데 그쳐서도 안 된다. 목차를 세워 차례대로 옮겨 적으면, 조제에 관한 아주 훌륭한 소책자가 완성된다. 이렇게 되면 조제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정약용이 말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방법론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링크를 통해 계속 의미를 파고들어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책 한 권을 깊이 있게 읽기 위해서는 자료 조사를 통해 의미를 확장하는 일이 중요하다. 엮어 읽기에서 자기 생각과 느낌을 단순히 정리했다면, 깊이 읽기는 관련 자료를 찾으며 그 의미를 파고들어 되새기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독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인터넷 등으로 쉽게 추가 자료를 탐색할 수 있다. 따라서 모르는 내용을 잘 정리하고, 지속해서 탐색한 내용을 목차별 요약에 포함하는 독서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 방식대로 진행한다면 어느새 읽기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깊이 읽기의 독서 습관을 학교생활 기록부나 자기소개서에 자세히 언급하면, 지식 탐구 과정과 노력을 보여 줄 수도 있다.

 

지금 소개한 두 방식을 이외에도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읽기 방법을 진로 독서에 적용해 볼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전략적 독서법은 ‘SQ3R’이다. ‘SQ3R’ 독서법을 단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진로독서를 할 때는 요약하고 정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요약하기보다는 컴퓨터를 켜 놓거나 노트를 앞에 두고 독서를 하면서 좋은 글귀를 옮겨 적고, 장별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하면서 엮어 읽기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요약한 내용 뒤에 추가로 조사한 자료의 내용을 정리하면 깊이 읽기의 요약본까지 완성된다. 이런 엮어 읽기와 깊이 읽기 독서법으로 1학년 때는 다독하고, 2학년부터 정독하면 진로 분야에 대한 심화 배경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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