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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 전교회장 꼭 해야 하나요?" 생기부 속 '리더십'의 진짜 의미
안녕하세요, 전국의 고등학생 후배님들. 멘토 25재료과대남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이면 교실마다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바로 학급 임원 선거 때문이죠. 생활기록부의 '자율활동'이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란을 풍성하게 채우기 위해, 혹은 리더십 전형을 노리기 위해 많은 친구가 감투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반면, 성격이 내향적이거나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난 리더십이랑은 거리가 먼데 어떡하지?"라며 걱정하는 친구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 시절 전교회장을 역임했고, 대학에 와서도 과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제가 태어날 때부터 리더십이 넘치고,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즐기는 '인싸'였을 것 같나요? 천만에요. 저 또한 갈등을 두려워하고,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던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오늘 저는 제 경험을 통해, 대학이 진짜로 원하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그리고 임원 타이틀 없이도 어떻게 매력적인 생기부를 만들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많은 후배님이 "반장이나 전교회장을 해야만 리더십을 인정받나요?"라고 묻습니다. 제 대답은 “아니요”입니다. 입학사정관님들이 보고 싶은 것은 '회장'이라는 두 글자의 직함이 아닙니다. 그 직함을 달고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가" 혹은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가" 하는 '행동'을 봅니다. 제가 전교회장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거창한 축제를 기획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소한 일이었습니다. 당시 학교에 학생들이 불편해하던 낡은 시설 문제가 있었는데, 선생님들과 행정실을 수차례 찾아가 학생들의 의견을 데이터로 정리해 전달하고, 현실적인 타협안을 만들어낸 경험이 있습니다. 화려한 연설보다, 불만 사항을 듣고 발로 뛰며 조율했던 그 지루한 과정이 제 자소서와 생기부의 핵심 무기가 되었습니다. 대학은 혼자 공부하는 곳이 아닙니다. 특히 제가 전공하는 공학 분야는 수많은 실험과 팀 프로젝트의 연속입니다. 실험 데이터가 꼬였을 때 남 탓을 하지 않고 원인을 분석하는 태도, 조원들이 지쳐있을 때 간식을 챙기며 분위기를 띄우는 배려심. 대학은 이런 ‘서번트 리더십’을 가진 학생을 원합니다. 반장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청소 당번일 때 효율적인 청소 구역 분담표를 만들어 친구들의 시간을 아껴주었다면, 급식 당번일 때 질서 문제를 재치 있게 해결했다면, 그게 바로 진짜 리더십입니다. "성적만 좋으면 장땡 아닌가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재료공학부 면접을 볼 때, 그리고 지금 전공 공부를 하면서 인성이 곧 실력임을 깨닫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1학년 과대(총대)를 맡고 있습니다. 갓 입학한 동기들의 수강 신청을 돕고, 학과 행사를 조율하고, 교수님과 학생 사이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합니다. 이 일은 단순히 감투를 쓰는 게 아니라, 내 시간을 쪼개어 남을 돕는 일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렇게 남을 챙기는 과정에서 저의 그릇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다 보니 문제 해결 능력이 생기고, 이는 복잡한 공학 문제를 접근할 때도 큰 도움이 됩니다.예를 들어, 저는 배터리 분야를 부전공하며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팀원마다 의견이 다르고 실험 방향이 충돌할 때가 많습니다. 그때 과거 학생회 경험을 살려 "너는 틀렸어"라고 말하기보다 "네 의견의 이 부분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제약이 있으니 이렇게 섞어보자"라고 중재합니다. 교수님들은 생기부 곳곳에 녹아있는 여러분의 '인성' 기록을 통해, 이 학생이 우리 학과에 와서 팀 프로젝트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연구실의 막내로서 잘 적응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봅니다. 공부 머리는 성적표가 증명하지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는 세특과 행특이 증명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부터 학교생활을 하면서 ‘불편함’을 찾아보세요. 친구들이 어려워하는 수행평가, 교실의 고장 난 비품, 소외된 친구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내가 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옮기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팁! 그 과정을 선생님께 꼭 말씀드리거나, 학기 말 활동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적어내세요. "착한 일은 남몰래 해야 한다"는 말은 입시에서는 잠시 접어두셔도 좋습니다. "우리 반 분리수거함이 엉망이라 냄새가 났는데, 제가 뚜껑을 개조하는 아이디어를 냈고 당번 제도를 수정해서 쾌적한 환경을 만들었습니다."라고 적힌 생기부는, 단순히 "착하고 성실함"이라고 적힌 생기부보다 백 배 더 강력합니다. 입시는 기계가 채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이 사람을 뽑는 과정입니다. 저 역시 부족한 점이 많은 학생이었지만, "이 친구라면 우리 학교에 와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겠구나"라는 믿음을 주었기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전국의 수험생 여러분. 지금 당장 성적 그래프가 요동친다고 너무 좌절하지 마세요. 대신 오늘 하루, 옆 짝꿍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학급을 위해 칠판지우개 한 번 더 터는 여유를 가져보세요. 그 작은 따뜻함들이 모여 여러분을 더 빛나는 사람으로, 그리고 대학이 간절히 원하는 인재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리더십은 목소리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크기에서 나옵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 여러분을, 저 부산대 총대 선배가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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