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8 2936명이 봤어요
숭의여자고등학교 정제원 선생님
정시모집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평가 요소가 바로 수능이다. 정시모집을 수능 위주 전형이라고 부를 만큼 정시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엄밀히 따지면 정시모집에서도 극히 일부지만 학생부종합전형도 있고 교과 전형도 있다. 음악, 미술, 체육, 연기 등 예술 계열 대학은 실기 위주로 선발하기도 한다. 정시모집을 수능 위주 또는 수능 중심 전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수능이 합격과 불합격에 절대적인 요소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시모집 인원이 증가 추세이기 때문에 수능의 역할과 지위는 대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장에서는 수능이 무엇이고, 이 수능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1. 수능이란?
수능의 정식 이름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의미 상으로 보면 닦을 수(修)에 배울 학(學)으로 된 조어로 대학에서 배움을 닦을 수 있는 능력 즉 대학에 가서 대학 공부를 잘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전 과정을 거쳐오면서 공부했던 것을 평가하여 대학에 가서도 공부를 열심히 할 사람인지를 측정한다는 의미를 지니다.
수능을 출제하는 기관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인 이유도 수능의 존재 이유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즉 지난 12년 간 초중고 교육 과정을 제대로 이수했고 단계별 교육 과정의 성취 목표를 잘 달성해 왔는지를 교육 과정을 주관하는 기관이 평가하는 것이다.
정리해 보자면 수능은 대학에 가서 더 깊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인지를 측정하는 시험이고, 측정 내용은 초중고 교육 과정인 셈이다. 수능 공부를 위해서, 그리고 수능 점수가 잘 나오기 위해서 수능이 무엇을 평가하는 시험인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2. 수능을 잘 대비하려면
"수능 출제 기관을 이해해야 수능이 보인다"
수능 출제 기관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라는 점을 주목하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분석해 보면, ‘교육과정’과 ‘평가’로 구성되어 있다. 수능은 교육 과정을 평가하는 것. 즉 학생이 초중고 12년간 잘 성장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잘 성장한 학생이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형태의 시험이다. 따라서 수능을 잘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육 과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교육 과정은 변화를 겪어 왔다. 여기서 그 변화를 다 언급할 수는 없고, 다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만 살펴보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발행한 <2015 개정교육과정 운영 방안>이라는 책이 있다. 여기에 보면 교과 학습의 교육 목표와 관련된 언급이 있다. 바로 핵심 역량이라는 부분이다.
총 6가지 핵심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인데, 6가지 중 학습과 관련된 2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지식정보처리 역량’이고 하나는 ‘창의적 사고 역량’이다. ‘지식정보처리 역량’은 지식을 활용한 문제해결 능력이고, ‘창의적 사고 역량’은 여러 지식을 융합하고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식’이다. 지식은 끊임없이 생성되기도 하고 기존에 있는 지식을 암기하는 것만으로는 문제해결이나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가 없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여기서 출발한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르쳐봐야 새로운 지식은 계속해서 나오고,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은 사라지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의 접근법으로는 방대해져 가는 지식을 감당할 수 없다. 따라서 지식의 구조를 가르치고, 지식이 어떻게 획득되고 활용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서울 특정 지역 중학생들은 사교육을 통해 중학교 2학년이 되면 수능 기출 문제를 푸는 수업을 받는다고 한다. 점수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일찍부터 수능을 준비한 다수의 학생이 정작 자신이 고3이 되서 응시한 수능에서는 고득점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중학교 때도 풀었던 문제를 정작 고3 때 못 푼다는 이야기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훈련된 기출 문제는 고3 때도 잘 푼다. 더 잘 풀어낸다. 그러나 신유형이 등장하고 접근법을 바꾸지 못한 문제를 제대로 못 풀어내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또 다른 예도 있다. EBS 수능 연계 교재 이야기이다. 연계율 말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최근에는 연계율을 50%로 낮추었다. 연계율 70%일 때 고3 수업과 방과후 학교에서 EBS 교재를, 심지어 영어의 경우 본문 학습 시간이 부족해지자 아예 해석본을 암기시키는 학교도 있었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이렇게 공부한 다들 비슷한 수능 성적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연계율 70%를 수년 간 지속해 수능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의 수능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은 점점 우하향 곡선을 그려갔다.
위 예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문제 풀이 과정을 통째로 외우거나 요령을 배우는 것은 이미 지나간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수능이 교육 과정의 취지를 제대로 학습한 학생을 구분해 내려면 결국 지식의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식을 활용하고 획득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를 물어야 하고, 수능을 잘 대비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
수능 점수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위에서 언급한 수능의 원리를 노력만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연습장이 새까맣게 변하도록 '빽빽이'를 했던 시절의 기억은 수능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다.
3. 학년별 수능 대비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수능을 대비해야 하는가? 일단 2가지 트랙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나는 수능의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여 근본적인 부분부터 챙겨나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수업을 통해 배워야 한다.
근본적으로 챙기는 것은 결국 학교 수업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수능을 준비한다고 하면 학교 수업을 등한 시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대단히 좋지 않은 방법이다. 점수를 빨리 그리고 많이 올리고 싶은 조급한 마음으로 문제 풀이 요령 만을 학습할 경우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오히려 더 극심한 성적 정체기를 겪게 된다. 심한 경우 자신감을 잃고 성적이 곤두박질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업을 통해 학교 공부의 근본을 배우고 터득하는 것이 느려 보이지만 결국 안정적인 성적 향상과 고득점으로 가는 길이다. 수능은 역량을 성장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나 주장 등을 듣고 스스로 판단하는 훈련이 필수적이다. 이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학교 수업이다. 수업을 통해 듣고, 말하고, 토론하고 하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된다. 수능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고, 여전히 많은 개념을 배워야 하고 사고력을 성장 시켜야 하는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은 기본에 충실한 수능 학습을 해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를 한다면, 스스로 하는 개념서 학습이다. 수업 시간은 과목별, 요일별로 쪼개져 운영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배운 것들을 학생 스스로 구조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수학과 영어는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한 부분이 많기에 반드시 학교에서 배운 것을 스스로의 힘을 연결 지어 이해하고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학생들을 보면 과거 학생들에 비해 수학 기본 개념서, 종합 영어 등의 기본 개념 학습서를 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 부분도 바로 잡아야 한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정말 시간이 없기 때문에 수업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수업도 사실상 1학기 정도 남았기에 수업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고3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전략적인 접근은 한다고 해도 수능에 필요한 것이 사고력과 개념이라는 부분은 변하지 않음에 명심해 두자.
전략적 접근은 기본적으로 중위권이나 그 이하 수준의 고3 학생들이 주목해야 할 방법이다.
먼저 상수와 변수를 나눠야 한다. 여기서 상수란 학생 개인의 노력 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능 고득점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영어 영역, 수학의 공통 과목, 탐구 영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변수는 국어와 수학 영역의 선택 과목 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영어 영역은 절대평가이다. 90점 이상이면 1등급이고 80점 이상이면 2등급, 70점 이상이면 3등급이다. 최근 대학들은 정시에서 영어 영역을 반영할 때 3등급까지는 큰 감점을 두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영어 영역에서 최소한 70점 이상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현재 자신의 영어 점수가 65점 정도면 2문제를 더 맞춰서 70점을 넘길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고, 75점이라면 역시 2문제를 더 맞춰 80점이 되도록 목표를 삼아야 한다. 65점 학생이 90점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은 수능 전략 상 바람직하지는 않다. 1, 2학년 학생이 수능에서 궁극적으로 90점을 넘기겠다라고 마음의 목표를 정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고3 이라면 현실적인 점수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 다른 상수가 수학 공통과목과 탐구영역이다. 이 과목들은 최근 수년 간 볼 때 거의 변수 없이 출제되었다. 즉 속칭 킬러 문항 1~2개 정도와 학습량에 따라 대부분을 풀어낼 수 있는 문제로 나누어 출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수학은 4점 문제 몇 개를 틀리는가가 고득점을 나누는 기준이 되었고, 탐구는 사실상 50점 만점에 47점이 이상 맞출 수 있는가가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이 부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의 점수 상황을 잘 점검해야 한다. 이 상수 점수는 일정 수준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학생 스스로가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점수이다. 지난 몇 년 간 점수를 결과를 보면 탐구 과목의 경우 원점수 40점으로는 절대로 1~2등급이 될 수 없었다.
한편, 국어와 수학의 선택과목은 변수가 강하다. 등급을 나누는 점수 기준이 해마다 큰 폭으로 변한다. 모의수능평가와 비교해도 등급 구분 점수가 너무나 많이 차이가 난다. 이렇게 변수가 많은 부분은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대비하되 수능 성적표가 나오는 그날까지 성적을 기다려야 한다. 9월 모의고사 1등급 구분점수가 원점수 98점이었다가 수능에서는 85점이었다. 특별한 대비법보다는 평상시 수업을 통해 사고력과 개념 학습을 충실히 하는 것 외에 마땅한 해결책은 없다.
상수 과목에서 1, 2등급을 만들어 주고, 변수 과목은 최대한 그 변수 폭을 줄이려는 노력을 한다면 중위권이나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정시에서 큰 기회가 올 것이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 등급이 4, 4, 4, 4인 학생과 4, 4, 3, 1인 학생의 정시 결과는 너무 나도 격차가 크다는 점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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