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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평가(3) - 학생들이 마주할 수행평가의 방향

2025.08.28 239명이 봤어요

충남삼성고등학교 양병문 선생님

 

 

 지난 글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내신 산출 방식과 고교학점제가 추구하는 성취평가제와 기존 상대평가 체계가 충돌하는 지점을 다뤘다. 상대평가가 학생의 성장 과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일정 비율로 등급을 나누어야 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에는 지금의 교육과정과 수업 구조로 수행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알아보고자 한다.

 

 

1. 수행평가는 필요하다.

 

 평가의 목적은 학습자의 성장을 지원하고 교수・학습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있다.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기반한 평가 계획에 따라 시행하고,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생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자료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수집한다. 교사는 학생에게 자료에 근거한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과정 중심 평가를 통해 교수・학습의 질을 제고하고 학생의 깊이 있는 학습을 지원한다.¹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핵심 역량은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협력적 소통 역량 등이 있고, 각 교과목에서는 학생이 이러한 역량들이 갖추어졌는지를 평가한다. 그러나 지필평가만으로는 학생이 가진 역량을 모두 평가하기 힘들다. 학생이 수업 속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고,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얼마나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수행평가를 활용하며, 교사는 학생을 관찰하며 평가한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 즉, 지필평가가 학생의 이해도를 측정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인 것은 사실이지만, 협력 과정이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 태도와 습관의 변화를 평가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결국 수행평가는 학생이 수업 과정에서 성장하는 모습과 역량을 관찰하는 데 꼭 필요한 평가 방식이 되었다. 여기에는 ‘시험을 잘 치르는 학생’이 아닌, ‘삶 속에서 배운 것을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 학생’을 키우겠다는 교육철학이 들어 있다.

 

<자료 1>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수행평가의 의미²

 

¹, ²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학생 평가 톺아보기(2025, 교육부)

 

 

2. 수행평가는 필요하다. 그러나 취지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가?

 

 위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수행평가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그 취지에 맞도록 수행평가를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① 과목 당 수업 시수 감소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상대평가 과목에서는 기본 단위(학점)가 5학점(+-2)이고, 17주 동안 진행했다. 그러므로 한 과목의 수업 시간은 학기 기준으로 85시간이었다. 물론 한 과목을 5학점으로 운영하는 학교보다 4학점으로 운영하는 학교가 더 많았으므로 상대평가를 실시했던 과목은 학기 기준으로 68시간을 운영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런데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기본 학점이 4학점(+-1)이고, 16주 동안 진행한다. 그러므로 한 과목의 수업 시간은 학기 기준으로 64시간³이다. 다시 말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비해 수업 시간도 줄어들었는데 그 안에서 개념 학습, 내용 정리, 프로젝트 활동, 관찰·수행평가를 추가로 해야 한다. 이는 수행평가를 위한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³ (1주일에 4시간 수업)*(4학점) = 64시간

 

② 수행평가 시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교과서

 

 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교과서를 비교했을 때, 교과서 속 차시 구성이나 활동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즉, 수행평가를 강조하려고 했다면 수업 내에서 활동 관련 수업 차시가 충분히 배정되어야 했다. 그러나 교과서에서부터 수업 차시를 안배하지 못함에 따라 현장에서는 수업 차시 안내와는 다르게 운영하거나, 수행평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고 수업을 운영해야 한다.

 

*비율(%) = (B+C)/(A+b+C)X100

<표 1> 2015 개정 교육과정 <수학> 1단원과 2022 개정 교육과정 <공통수학1> 1단원의 교사용 지도서 비교.

두 교육과정 모두 내용 정리나 활동 수업할 수 있는 비율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함을 느낀 교사들 앞에 놓인 선택지는 많지 않다. 일단 진도를 맞추기 위해 활동을 최소화한다면, 수행평가에서 요구하는 학생의 관찰과 피드백을 통한 성장 기록을 작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에는 학기의 성장한 기록보다는 전반적인 학습 태도, 수업 중 학생과의 일화, 과제물을 요약한 내용 등이 기록될 것이다. 학생이 ‘성장’하는 모습을 기록하기에는 매우 어려우므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원하는 수업 방식은 아니다. 그렇다면 활동을 살리기 위해 진도를 줄이는 것은 어떨까? 이 경우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은 개념 수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지므로 이 과목에 대한 학생의 성취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 이 역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원하는 수업 방식은 아니다. 결국 교사는 수업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행평가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3.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 대로 수행평가를 운영한다면?

 

 2025년 7월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수업 시간 내 수행평가 원칙 확립, 과제형 수행평가와 과도한 준비가 필요한 암기식 수행평가 금지 및 내실 있는 수행평가 운영을 위해 시도교육청과 협력 강화할 것을 발표했다. 이에 덧붙여 7~8월 중 시도교육청별로 학교 관리자와 평가 담당자를 대상으로 수행평가의 도입 취지, 평가 운영 관련 규정과 유의 사항 등을 안내할 것을 약속했다.⁴

 

⁴ 교육부 보도자료(2025.07.02). 「중학교‧고등학교, 2학기부터 과도한 수행평가 부담 해소한다.」

 

 만약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 대로 수행평가를 운영했을 때 발생할 가능할 만한 사례를 가정해 보자. 일단 수행평가를 위한 학생의 활동 시간과 개별 피드백 및 상담은 ‘수업 시간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일부 과목에서는 교과 핵심 내용을 설명하거나 문제를 풀며 개념을 정리하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수업 시간 내에 개념 이해를 완벽히 끝내지 못했던 학생은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사교육으로 해소하려 할 것이다. 혹시 학기 중에 수행평가를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는 상황을 인지한 학생이라면, 그 학생은 도리어 선행학습을 통해 학기 중에는 수행평가만 집중하는 학습전략을 선택할 것이다. 수행평가의 평가 계획은 학기 초에 수업계획서 작성과 함께 학생들에게 공지한다. 즉, 수행평가를 수업 시간에 하더라도 수행평가 준비는 수업 시간 이전에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양질의 수행평가를 만들고자 하는 학생은 선행학습이 필요한 상황임을 충분히 미리 인지할 수 있다.

 

 결국 학교에서는 치열하게 선행학습을 해 온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같은 시간에 작성한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이와 같은 현상이 가속화된다면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들은 현재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결국 학교의 수행평가는 ‘수업 시간 내’에 각자 ‘어디선가 미리 배워온 내용’을 동시에 평가하는 것이 될 뿐이다. 본래 학생이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관찰하고자 했던 수행평가가 이렇게 변질되는 것이다.

 

 이처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수행평가는 학생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런데 수행평가가 부담인 상황은 교사도 마찬가지다. 한 반에 25명 정도 있는 학교에서 교사 1명이 일주일에 16시간을 수업한다고 가정하자. 만약 4학점 수업이라면 4반을 맡게 되므로 교사 1명이 한 학기 동안 맡아야 할 학생은 100명이다. 교사 1명이 교육부의 수행평가 지침대로 100명의 학생을 관찰하고 그에 따른 의견을 주고 같이 상담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묻고 싶다. 그러나 이 경우도 수강인원 수가 적은 과목을 수업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교사 1명당 학생 100명이라는 숫자는 매우 양호한 사례이다. 과밀학급에서 수업하거나, 일주일에 16시간 이상 수업하거나, 2~3학점 수업을 맡는 교사는 한 학기 동안 맡아야 할 학생이 100명보다 더 늘어난다. 여기에 개설 과목 증가에 따른 일주일 동안 맡는 수업 차시 증가,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와 같이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행정 업무 증가를 고려하면, 지금 교사는 수행평가를 교육부의 지침대로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4. 수행평가를 ‘취지에 맞게’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수행평가는 암기 위주 지필평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고차원적 사고 능력의 발달을 지원하기 위한 평가 방법이다.⁵ 수행평가의 핵심이 교사의 관찰과 학생의 성찰이라면, 수행평가는 학생의 성장을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한 필수적 도구이다.

 

⁵ 교육부 보도자료(2025.07.02). 「중학교‧고등학교, 2학기부터 과도한 수행평가 부담 해소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던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즉, 학생과 교사 모두가 수행평가를 부담스럽게 느낀다면, 점차 수행평가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다. 예를들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프로젝트 형태의 수행평가보다는 자료 조사 후 제출하는 일회성의 수행평가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은 수행평가 계획이 공지되는 순간부터 수행평가가 이루어지는 시간 이전까지는 얼마든지 수행평가를 준비할 수 있다. 분명 수업 시간에만 수행평가를 진행했지만, 과제형의 수행평가가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림 1> 서·논술형 수행평가의 예시(수학과)⁶ : 이 수행평가에서 개별 피드백이 없다면 일제고사 형태의 수행평가가 된다.

 

 교육부는 일제고사 형태의 수행평가는 지양하기를 당부했다. <그림 1>은 수학과의 서·논술형 수행평가 예시이다. 이 수행평가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피드백이 빠진다면,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일제고사식 수행평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수행평가에서는 반드시 교사와 학생 간의 피드백이 포함되어야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진도 나가기 빠듯한 과목들에서도 매번 이러한 평가가 가능할지는 미지수이다. 특히나 이러한 형태의 서·논술형 수행평가를 여러 차시에 걸쳐 시행한다고 가정했을 때는 더더욱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학교는 교육부의 지침대로 수행평가를 ‘수업 시간 내에’ 운영하겠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게’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⁶ 서·논술형 평가 도구 개발의 방법과 사례(수학) (2024. 교육부)

 

#교육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