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8 107명이 봤어요
인천하늘고등학교 이성호 선생님
1. 정시도 학생부를 챙겨야 한다?
“정시는 수능만 잘 보면 되지 않나요?”라는 질문은 더 이상 정답이 아니다. 2022학년도 정시는 선택형 수능 체제로, 국, 수, 탐 과목에서 선택에 따라 표준점수 유불리가 벌어지기에 선택과목 전략도 중요했지만, 근본적으로 고득점이 곧 대학을 결정했다. 학생부 반영을 하는 학교는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그러므로 수험생의 전략은 “가장 유리한 조합을 찾아 고득점을 노리는 것”에 집중됐다. 반면 2028학년도 정시는 선택과목 폐지와 공통형 문제지 체제로 회귀하며, 정시 전형 내에서 학생부를 정량·정성적으로 반영하는 구조가 도입될 예정이다.
2028학년도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수능 체제와 정시 전형 구조는 수험생들의 선택권들 더욱 넓혀 수험생들이 단순히 수능 공부뿐만이 아닌 정시에서도 새로운 입시 전략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게 한다. 2022학년도까지는 대부분의 대학이 정시 성적만 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2023학년도 서울대가 학생부를 정시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상위권 대학도 2026학년도 정시에 학생부를 반영할 예정이다. 이중 대부분의 학교가 5~10% 정도로 학생부 반영이 낮다. 서울대학교 학생부 반영 20%의 경우도 사실상 점수가 들어가는 부분은 5%로 미미하며 고려대학교의 경우도 20%이지만 성취도에 따른 정량평가이므로 큰 영향이 없다. 그러나 성균관대 사범대학의 경우 20%까지 학생부를 종합 반영하고 몇몇 학교는 그와 마찬가지로 정성평가도 고려하고 있어 학생부 내용 구성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2028 교육과정으로 넘어가면서 정시 제도가 바뀐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부분에 주목해야 할까?

<그림 1> 한양대학교 정시 전형 변경 사항

<그림 2> 서울대학교 정시 학생부 반영 방식

<그림 3> 고려대학교 학생부 반영 방식
2. 왜 정시에 학생부를?
2028학년도 정시에서 학생부가 반영되는 가장 큰 교육적 원인은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에 따른 평가 방식의 변화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진로에 맞춰 과목을 선택하고, 다양한 수준의 수업을 이수하도록 설계된 제도이다. 이처럼 학생마다 교육과정 이수가 달라지는 구조에서는 단일화된 수능 성적으로만 전공 적합성이나 학업 역량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나타난다. 실제로 수능이 공통과목 위주로 출제되면서 공부의 범위는 축소되었고, 대학이 궁극적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심화 학습 역량이나 학문적 태도는 평가 대상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학생의 교과 선택 구조, 이수 과목의 수준, 전공 연계성 등을 보여줄 수 있는 학생부가 평가 자료로 조금씩 머리를 내밀고 있다.
또한 선택형 수능 체제에서 반복되었던 과목 간 유불리 문제도 학생부 반영 확대의 배경 중 하나이다. 2022학년도 선택형 수능 체제에서는 특정 과목 선택에 따라 표준점수가 유리하거나 불리해지는 현상이 심각했으며, 수험생들은 학업 역량보다는 전략적 조합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점수 위주 게임' 구조는 교육의 질을 해친다는 비판을 낳았고, 교육 당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과목 폐지와 더불어 학생부 반영 강화를 추진하게 되었다. 정량적 수능 점수 외에도 학생부를 통해 학습 지속성, 성실성, 전공 연계성, 출결 및 세부능력특기사항(세특) 등의 정성 요소를 함께 평가함으로써 보다 균형 잡힌 선발이 가능해진다는 논리다.¹
¹ https://www.sedaily.com/NewsView/2GQ468FC3D
3. 검정고시는 이제 그만!
이러한 학생부 반영으로 인해 검정고시로 우회하려는 전략도 앞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성적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자퇴한 뒤 수능에 ‘올인’하는 검정고시 진학 전략이 유행처럼 나타나고 있다. 실제 2024학년도 SKY대학 정시 합격자 중 검정고시 출신이 189명으로, 1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² 이는 검정고시 성적으로 내신 성적이 어느 정도 비교반영되는 것에 따라, 난이도가 비교적 쉬운 검정고시에서 고득점을 맞으면 비교 성적 산출이 되더라도 감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몇몇 수험생들의 전략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2026학년도 입시부터 점점 더 어려워 것이다. 상위대학 정시 전형에서 학생부 반영이 확대되면서, 검정고시생은 교과 평가에서 ‘0점 처리’되거나 최저점 처리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² 고교 자퇴 후 '수능 올인' 급증…수도권 검정고시 지원자 최대, 한국경제, 고재연, 2025.06.22.자 기사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62216951
서울대는 학생부 대체 서식을 쓰더라도 비교내신에서 한계가 있어 정시에서 검정고시 출신 합격자가 2022학년 3%→2023학년 1.6%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고려대는 교과우수전형에서 검정고시생의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연세대 또한 검정고시를 볼 경우 비교과 활동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즉, 정시에서도 학생부를 반영하는 기조가 늘어난다면 검정고시로 높은 대학을 가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가 된 것이다. 지방의 경우, 자퇴 시 지역인재 전형 지원 자격이 박탈되어 불이익이 발생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4. 수험생이 준비해야 할 전략은?
먼저 고교 재학생의 경우, 단순히 수능 점수를 잘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학생부 종합 반영의 경우 내신 성적의 등급뿐만 아니라, 어떤 과목을 어떤 맥락에서 선택했는지, 해당 과목의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그 수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성장했는지 평가된다. 특히 출결의 안정성, 과목 간 연계성,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의 구체성 등은 정성 평가 항목으로 대학의 관심을 받고 있다. 따라서 수능 공부 뿐만 아니라 학교 활동을 전반적으로 챙겨야 한다.
과목 선택 전략도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내신을 잘 받을 수 있는 ‘쉬운 과목’을 중심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2028학년도 체제에서는 진로 연계성과 학업 난이도를 고려한 선택이 더욱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자연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통합과학·과학탐구에 더해 물리, 화학, 생명과학 등 중 본인의 진로와 관련된 전공 적합 과목을 이수하고 그 과목에서의 태도와 활동이 드러나야 한다. 상위권 대학들은 단순한 점수보다도 ‘무엇을, 왜 선택했고, 어떻게 학습했는가’를 학생부를 통해 확인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결국 정시란 단일한 점수로만 경쟁하던 과거의 구조에서 벗어나, 수능과 학생부, 그리고 학업 태도 전반을 함께 평가하는 혼합형 체제로 이행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수험생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전략은, 수능 실력을 탄탄히 다지면서도 학교생활을 성실히 기록하고 관리하는 이중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다. 변화하는 제도의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위치와 선택이 어떤 구조 안에 놓여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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