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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통합과 확통런

2025.06.13 281명이 봤어요

인천하늘고등학교 이성호 선생님

 

 

1. 확통런의 기회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사탐런’이라는 단어는 수험생 모두 자주 접하는 단어이다. 정시 전형에서는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에 크게 구분을 두지 않고, 수시 전형에서 최저 충족 조건에 탐구 과목 제한을 푸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일어난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능 수학 선택과목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수학 선택과목으로 높은 표준점수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백분위라는 장점을 가지는 미적분 대신, 쉽게 풀 수 있는 확률과 통계를 고르는 소위 ‘확통런’ 현상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미적분에서 확률과 통계로 수학 선택 과목을 전환한 ‘확통런’의 경우만 살펴볼 것이다. 미적분 대신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수능 체제의 개편으로 인한 확률과 통계의 비중이 높아진 것과 함께 2024학년도와 2025학년도 수능 및 평가원 모의고사 지표를 비교하면 추측할 수 있다. 이번 칼럼은 시험지 구성과 다양한 시험 결과 통계를 활용하여 확률과 통계 선택자 수가 늘어나는 현상을 볼 것이다.

 

 

2. 2028 수능 체제 개편

 

 2028학년도부터 시행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영역의 특징은 선택 과목 폐지이다. 1번부터 22번까지 수학I과 수학Ⅱ 내용이 담긴 공통 문제 이후에 23번부터 30번까지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중 하나를 골라서 푸는 선택 과목 체제였던 과거와 다르게 1번부터 30번까지 대수, 미적분I, 확률과 통계 문제가 섞여서 출제된다. 대수의 내용이 수학I을 계승한 것이고, 미적분I의 내용이 수학Ⅱ를 계승했으니, 현재 수능 수학 선택 과목에서는 미적분과 기하가 빠진 것이다. 내용에는 변화가 있지만, 문제 배치만 보면, 선택 과목 체제 이전의 A/B형 및 가/나형 수준별 수능 체계와 비슷한 구조의 문제지가 된다.

 

 4월, 평가원에서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예시 문항 문제지를 공개했다. 수능 체제가 개편되므로 미리 문제지를 공개하여 앞으로 출제될 수능의 형식과 범위를 알려주는 것이다. 30문제 중 대수, 미적분 I, 확률과 통계 부분별로 10문항씩 나누어 출제되었고, 9문제 단답형도 3문제씩 나누어 출제되었다. 객관식 마지막 문제인 21번에 확률과 통계 문항이 배치되었고, 주관식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29번에도 확률과 통계 문항이 배치되었다. 각각 중복조합과 조건부 확률을 이용하여 푼다는 것은 현 선택 과목 체제의 4점 배점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 2년 뒤에 치러질 시험이 지금의 확통런에도 영향을 줄 것인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2025학년도 수능 전까지 이과생은 미적분 혹은 기하 선택, 문과생은 확률과 통계 선택을 당연히 받아들였다. 이는 문과와 이과가 공식적으로 폐지된 이후에도 나타난 현상이었다. 도리어 상위권 문과생 중 일부가 높은 표준점수 등을 이유로 미적분을 선택하기도 하였다. 이과생들도 확률과 통계를 선택해도 큰 상관이 없다는 생각을 들게 한 계기 중 하나는 입시 체제 전반의 개편이다. 현 선택 과목에서 한 과목만 앞으로 수능에서 출제된다는 것, 이에 맞추어 대학 입시에서도 미적분과의 유불리를 줄이면서 난이도가 쉽다고 평가되는 확률과 통계를 골라 안정적인 점수를 확보하고 공통과목에 집중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대표적인 학교가 연세대학교이다. 연세대학교는 2024학년도부터 자연계와 인문계 모집 단위 모두 수학 선택 과목의 제한을 풀었다. 탐구의 경우 자연계 지원자에게는 과학탐구 선택에 3%, 인문계 지원자에게는 사회탐구 선택에 3% 가산을 주었지만, 수학의 경우 이과 문과 계열에서 과목 간의 반영 비율의 차이가 있을 뿐 과목 내 선택과목에서는 유불리가 없다. 연세대학교 이 외에도 경희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양대 등 상위권 대학에서 수학 선택 과목 제한을 풀었다.¹

 

¹ https://edu.donga.com/news/articleView.html?idxno=71991

 

<표 1> 2025학년도 학교별 정시모집 지원 요강

 

 이런 현상은 학생에게 굳이 힘든 미적분 공부를 하지 않아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물론 의대를 필두로 한 메디컬을 지향하는 학생들은 많은 학교에서 선택 과목 제한을 두기도 했고, 정시 지원에서 아주 작은 점수라도 중요하기 때문에 미적분을 선택하려고 하지만, 서울대를 제외한 상위권 대학 대부분이 상기된 것처럼 선택 과목 제한을 풀어버렸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확률과 통계로 수능을 치려고 하는 것이다. 탐구 선택을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사탐런 현상도 이와 관련 있다. 한 번 선택 과목을 바꾸었으니 다른 선택 과목을 바꾸는 것에도 부담이 덜해진 것이다. 미적분-과학탐구가 필수적이었던 시절에는 세 과목(수학 선택, 과학탐구 제1 선택 과목, 제2 선택 과목) 을 공부하는데 고2 겨울방학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선택 과목을 도중에 바꾸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최근에는 학생들도 선택 과목을 바꾸는 현상 자체에 부담감이 줄어든 듯하다.

 

 

3. 수능 및 모의고사의 선택 과목 유불리

 

 2024 수능은 미적분 선택이 확률과 통계 선택보다 유리했다. 같은 100점을 받아도 표준점수 차이가 11점이 차이 났다.²

 

<표 2> 2024학년도 수능 수학 선택 과목별 표준점수 차이

 

² https://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485860

 

 이때는 미적분과 과학탐구로 수능을 치렀음에도 자연 계열이 아닌 인문계열로 지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일어났다. 미적분의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워낙 잘 나왔기 때문에 표준점수를 중심으로 보는 대학에서 매우 유리했다. 하지만 2024년 들어서 미적분은 어렵지만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과목처럼 보이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시가 2025학년도 9월 모의평가이다. 수학 영역 표준점수 만점은 136점, 135명의 학생이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았고, 기하 선택자였다. 미적분은 표준점수 만점 135점, 만점자는 4,601명이었다. 기하가 미적분의 만점 표준점수를 이긴 일은 선택 과목 체제 이후 거의 없던 일이다. 특히 9월 모의평가 수학 영역은 전반적으로 쉬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지만, 미적분 30번의 경우 계산량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려 변별을 주었다. 그런데도 기하와 표준점수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상위권 학생들이 미적분을 많이 선택하면서 만점 표준점수가 낮게 나와 난이도에 대비 표준점수를 고려하는 학습 가성비에 대해 다시 고려할만한 여지가 되었다.

 

 2025학년도 수능은 확률과 통계와 미적분의 표준점수 차이가 문제의 난도에 비해서 매우 적게 나타났다. 만점 표준점수는 미적분이 140점, 확률과 통계가 135점이었다. 선택 과목 마지막 문제인 30번의 정답률을 보면 (EBSi 기준) 확률과 통계는 20.2%, 미적분은 13.7%였다. 특히 확률과 통계의 경우 선택 과목 문제의 정답률이 20% 이상을 기록하였다. 미적분에서 29번이 30번보다 오답률이 높고, 객관식 난도도 더 높았던 것을 감안했을 때, 만점 표준점수 차이 5점 차이는 매우 적은 것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미적분 실력이 표준점수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이로 인해 실제로 쉬운 과목에 대한 응시자 수가 변화했다. 확률과 통계는 2025학년도와 2024학년도의 3월 학력평가를 비교했을 때 2024학년도보다 2025학년도에 5.7%포인트 응시자 비율이 증가했다.³

 

³ 서울시교육청에서 배포하는 학력평가자료 참조. https://www.sen.go.kr/user/bbs/BD_selectBbsList.do?q_bbsSn=1036

 

<표 3> 2024학년도 3월 모의고사 선택과목별 응시 현황

 

<표 4> 2025학년도 3월 모의고사 선택과목별 응시 현황

 

 선택 과목의 절대 난도보다 더 작은 차이로 벌어진 표준점수는 어려운 미적분을 공부하여 몇 문제 틀리는 것보다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여 만점을 바라는 학생들이 늘어나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체제 개편으로 인한 대학 전형상 유불리도 사라지기도 했지만, 시험에서 낮은 난도를 바탕으로 한 학습 수월성과 원점수 확보로 일반적으로 확률과 통계 100점이 미적분 92점과 동일한 표준점수가 나오더라도, 확률과 통계를 선택할 여지는 충분한 것이다. 각 선택 영역별 표준점수와 평균, 만점표준점수, 인원 수를 통해 추론하면 확률과 통계 100점보다 위 인원은 약0.3%정도로, 약 1000명 정도의 인원을 감수할 수 있다면 다른 과목보다 수월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4.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다면 주의할 점

 

 만약 이 시점에서 확통런을 생각한다면 주의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먼저 수학 Ⅱ 교과와 배우는 개념의 큰 차이가 없이 다항함수에서 초월함수를 다루는 점만 달라지는 미적분과 다르게 확률과 통계는 공통과목과 경우의 수를 제외하고 큰 연관성이 없다. 그나마 고1 수학과 연계성이 있는 1단원, 2단원과 다르게 통계 부분인 3단원은 새롭게 배우는 내용이다. 확률 질량 함수, 확률 밀도 함수, 정규 분포와 이항 분포 등 새로운 용어를 익히고 적용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개념을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등으로 새롭게 배우고, 기출 문제를 푼 다음, 사설 문제들이나 실전 모의고사도 풀어야 하므로, 지금 시점에서 확률과 통계로 수학 선택 과목을 전환하는 것은 시간에 쫓길 가능성이 높다.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개념을 빠르게 습득한 다음,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확률과 통계 과목만의 특징은 경우를 구분해서 세는 경우의 수 문제가 주관식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최근에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경우의 수 문제가 주관식에 나왔을 때는 답을 구해도 그 답이 맞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경우를 구분하는 과정에서 하나라도 놓치거나, 중간 중복조합 계산을 잘못하면 전체 답이 이상해진다. 타 선택 과목의 경우 방정식이 깔끔하게 인수분해가 되지 않거나, 답이 분수 꼴로 나오거나, 적분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잘못 풀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점검 과정이 많다. 수능 수학 단답형 문제가 답이 자연수로 나오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확률과 통계는 틀린 답도 자연수 꼴이고, 맞는 답도 자연수 꼴이다. 중간 과정 전체를 점검하지 않는 한, 옳게 풀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없다. 스스로 경우를 구분 지어 푸는 것에 확실한 자신감과 자신만의 방법이 없다면, 오히려 주관식 문제에서 생각하지 못하게 틀릴 수도 있다.

 

 자신이 경우의 수 부분이 약하거나 개념이 어려우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지 않고, 미적분이나 기하 실력을 갈고닦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다. 2학년 때 많은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통해 수학 진도를 나가므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3이 되기 전에 수학 과목을 정하게 된다. 이때 미리 확률과 통계를 공부하여 개념이 잡힌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히 미적분이 어렵고 확률과 통계가 쉬워 보인다는 이유로 고3으로 올라갈 때 확통런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차라리 다양한 문제를 풀면서 본인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선택 과목이나 공통과목의 실력을 기르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다. 고3을 바라보는 학생들은 6월 모의고사가 지나고나면 원점수의 유리함과 표준점수의 유리함 중 어떤 것이 더 본인에게 맞을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정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