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6 233명이 봤어요
인천하늘고등학교 이성호 선생님
1. 사탐런 현상
"교차지원할 수 있는 마당에 굳이 이과 한 과목만 고집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사회 하나 고르고 수학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서요. 저희는 보통 세계지리나 세계사로 선택했어요."
3학년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는 최근 수능 체제의 변화 속에서 탐구 과목 선택의 전략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몇몇 학생과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문·이과 교차 선택이 가능한 상황에서 최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 아니라면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교차 지원은 고려해볼 만한 전략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수학과 국어에 강점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사탐 과목이 효율적 시간 배분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탐런'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2022학년도부터 시행된 통합수능 체제는 자연계 학생들의 선택지를 크게 넓혔다. 수학 과목에서의 제한이 사라지고, 과학탐구와 사회탐구를 하나씩 선택해도 인문계 관련 학과에 정시 응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문·이과의 제도적 구분이 사라진 수능 구조와 더불어, 수험생의 선택을 다양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자연계 학생들이 사탐 과목을 수능에서 선택하는 흐름은 2025학년도에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사탐 1개, 과탐 1개를 선택한 수험생 수는 약 4.7만 명으로 2024년의 1.6만 명에 비해 약 3배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대학들의 정시 반영 방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건국대, 경희대, 홍익대, 인하대 등 일부 중상위권 대학들은 사탐과 과탐 응시자 간의 차별 없이 점수를 반영하거나, 아예 감점 없이 동등하게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국대는 국어 반영이 40%, 수학 반영이 30%인 언어 중심 전형과, 국어 반영이 30%, 수학 반영이 40%인 수리 중심 전형을 나누어 문·이과 구분 없이 운영 중이다. 반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일부 최상위권 대학들은 해당 영역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적용함으로써 교차 선택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방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험생은 자신이 지원할 대학·학과의 모집요강을 반드시 세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2. 사탐런 방향성 분석
사탐런 현상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과탐 과목의 높은 난이도와 상대적으로 좁은 등급 간격, 상위권 수험생 간 경쟁 심화 등이 작용한다. 과탐은 개념의 폭이 넓고 문제 해결에서의 복합적 접근이 요구되며, 특히 고난도 문항 하나가 등급 하락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2025학년도 6월 모의평가 기준, 생명과학Ⅰ은 1등급 커트라인이 47점(50점 만점)으로 형성되어 실수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사회탐구 과목은 암기와 이해 중심의 반복적 구조로 출제되며, 기출 분석과 체계적인 개념 정리를 통해 비교적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사탐은 과탐에 비해 문항 간 난이도 편차가 적고, 수험생의 집중도가 높으면 단기간 점수 향상이 가능한 구조를 갖는다. 실제 2025학년도 수능에서는 과학탐구Ⅰ 과목들의 만점 표준점수가 70~71점, 특히 화학Ⅰ은 65점으로 나타난 반면, 경제, 윤리와 사상, 생윤 등 일부 사회탐구 과목은 72점에서 77점 수준의 높은 표준점수를 보였다. 이는 각 과목별 응시자 수, 난이도, 정답률을 반영한 개별 변환표준점수 체계에 따른 결과로, 단순히 표준점수의 수치만으로 과목 간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2025 수능은 통합 변표가 아닌 개별 과목별 변환표준점수 적용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점수 차이의 해석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과탐 선택자 수는 전통적으로 매우 많은 편이며, 특히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Ⅰ은 각각 약 14만, 15만 명 이상이 선택해 전체 과탐 응시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응시자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만점자 수는 생활과윤리나 윤리와사상 등 일부 사탐 과목보다도 낮은 경우가 많다. 이는 과탐 과목의 문제 구조가 정답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출제되는 데다가, 실제 응시자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어 변환표준점수 상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구조임을 의미한다. 특히 이과 계열 수험생들이 성적이 전반적으로 우수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같은 정답을 맞히더라도 상위권에서의 미세한 점수 차가 압축되어 표준점수가 낮게 형성되는 현상이 발생한다.¹
¹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40703/125746205/1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과목은 모두 일정 수준의 암기와 개념 이해가 필요한 과목이며, 학습 전략의 차이는 출제 구조에서 기인한다. 사회탐구는 비교적 반복적이고 명확한 개념 위주로 출제되어 기출 분석과 요약 정리를 통해 빠르게 구조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과학탐구는 개념 간의 유기적 연결과 문제 상황 해석, 계산 적용 등이 복합적으로 요구되어 다소 높은 분석력과 훈련 시간이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특정 과목군이 단순히 ‘암기’ 또는 ‘이해’라는 이분법으로 나뉘기 보다는, 출제 경향과 학습의 흐름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접근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탐구 과목 선택은 단순히 점수가 잘 나오는 과목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수업에서 해당 과목을 실제로 수강했는지, 자신의 적성과 진로 방향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수업에서 기초 지식을 쌓은 과목일수록 개념 정리와 문제 접근이 수월하고, 진로 및 흥미와 연결되는 과목일수록 학습 동기 유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전환 시기도 중요하다. 사탐 선택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최소 고2 겨울방학이나 고3 3월 이전에는 결정하는 것이 좋다. 탐구 과목은 50점 만점 구조 특성상 실수 한두 개로 등급이 좌우되기 때문에, 전환 이후에는 곧바로 기출 분석과 개념 정리를 병행하는 전략적 학습이 필요하다. 특히 자주 출제되는 핵심 개념 위주로 빠르게 구조화하고, 출제 경향을 파악하는 훈련이 병행되어야 단기간 성과가 가능하다.
요컨대, 탐구 과목 선택은 자신의 성향과 수학·국어와의 시너지, 그리고 학습 여건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어야 하며, 사회탐구 전환은 그 중 하나의 실질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 반면 과탐에 꾸준히 투자하여 고득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험생에게는 교차 전략보다는 정공법이 유리할 수 있다. 어떤 선택이든, 핵심은 해당 과목에서 실질적인 점수를 확보할 수 있는가이다.


<표 1, 2> 2024, 2025학년도 수능 만점표준점수²
² https://www.localnaeil.com/News/View/652271

<표 3>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선택과목 선택자 수
3. 앞으로의 수능 제도 변화에 발맞추어
한편, 2028학년도 수능 개편이 예고된 상황에서 수능의 구조와 정시 제도의 성격 또한 변화 가능성 속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통합형 교육과정 강화,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 수능 과목 구조 개편 등은 현행 체계를 흔들 수 있는 핵심 변수다. 일부 교육계에서는 정시 비율 축소, 논술형 또는 절대평가 중심의 평가 방식 도입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정시 전략이 재수나 장기적인 입시 준비 과정에서도 그대로 유효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 이후 입시를 다시 준비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수능 체계와 평가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으므로, 제도 변화의 흐름을 꾸준히 점검하며 유연한 학습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이러한 유연함이 ‘전략만을 쫓는 학습’으로 흐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결국 수험생에게 중요한 것은 학습의 본질과 평가의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다. 즉,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실력을 기르고, 새로운 평가 방식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학습 역량을 갖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안정적이고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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