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4 40명이 봤어요
인천하늘고등학교 | 이성호 선생님
일전에 화작과 문학 문제 풀이를 보고 왔다면 이번에는 독서 문제 풀이를 진행해 볼 것이다. 2024년 10월 고등학교 2학년 국어에서 가장 어려운 지문은 ‘정전용량형 근접 습도 센서’ 지문이다. 과학·기술 지문이 어려운 것은 일반적이나 이번 지문에서는 어렵지 않은 추론 유형까지 오답률이 높게 나왔다. 이러한 이유는 아직 독서 문제 유형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모의고사 풀이에 익숙해지면 깨닫겠지만 모의고사에서 지문 소재는 항상 달라지지만, 문제 유형은 일정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모의고사 문제에서 규칙성을 발견한다면 문제에 필요한 정보까지 유추할 수 있다. 일반적인 독서 문제의 유형은 내용 일치, 자료 해석, 추론, 외적 준거 비판, 어휘 문제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주로 나오는 내용 일치, 자료 해석, 추론 문제를 다뤄보도록 할 것이다.
지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설명이 길어질 것이기에 문제에 필요한 정보량만으로 문제 풀이를 진행할 것이지만 재밌는 사실은 독서 지문의 몇몇 문제는 필요한 정보량이 1~2문단 내에 모두 들어있다는 것이다. 어렵게 내고자 한다면 한 문제에서 모든 지문의 부분을 찾아야 하게 내겠지만, 그것은 출제자의 입장에서도 쉽지 않다. 아래는 필요한 과학·기술 지문의 필요한 문단과 그에 대한 문제만 추출한 것이다.
내용 이해의 경우 당연히 지문 전체를 꼼꼼히 살펴봐야 하지만, 지문을 보고도 선지를 봤을 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선지의 주제어 설정을 통해 지문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아가는 과정을 활용할 수 있다. 이 때 주제어를 설정하는 방법은 지문에서 한 번만 언급될 만한 체언이나 용언을 찾는 것이다. 주제어를 2개 정도로 잡아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1번 선지에서는 외부와 노출, 2번 선지에서는 기본값과 반비례를 주제어로 설정하는 식이다. 2번 선지의 기본값을 ‘정전용량의 값이~정전용량의 기본값이 된다.’에서 찾았다면 정전용량의 값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반비례한다는 말은 따로 나와 있지 않다. 이럴 때는 축적된 전하의 양과 관련된 비례 관계를 의미하는 문장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부도체의 표면에 (중략) 상하부 전극에는 더 많은 전하가 축적될 수 있는데 (중략) 정전용량의 기본값이 된다.’라는 문장에서 축적된 전하의 양과 정전용량의 값이 비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2번이 틀린 선지가 된다.
몇몇 독서 문제의 특징 중 하나는 한 문제에 필요한 문단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통 발문에서 지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28번 문제의 경우 ‘㉠’에 대한 학습이라고 명시함으로써 ㉠이 포함된 문단을 중심으로 보라고 문제에서 지시해 준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과 관련된 과정을 지시하는 문단을 보면 되는데, 그렇다면 네 번째 문단에 이 문제의 정보량이 집중되어 있다는 의미다.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할 것은 물 분자가 늘어나 분극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수분 유지 기판에 흡착될수록 유전율이 높아지고 유전율이 높아지면 전하의 양이 많아지며 정전용량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다음의 내용을 지문에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분자가 기판에 흡착되면, 분극이 이전보다 더 잘 일어난다. 이에 따라 전하량이 많아지고 정전용량이 증가된다.' '일정값을 넘기면 전기 신호를 보낸다.' '전기 신호 이후 물 분자가 탈착되면서 정전용량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이 문장들을 정리하며 전기 신호의 과정과 각 개념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문제의 포인트는 특이하게도 분극이 '이전보다' 더 잘 일어난다는 것에 있다. 분극이 이전보다 더 활발해야지 전하량이 많아진다는 의미와 정전용량이 0이 아니라는 2가지 지점에서 분극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답 포인트다.
그림에 관해 설명하자면 t1에서는 물 분자가 산소와 수소로 일정하게 분극 되는 상태고 t2부터 이 물 분자의 수가 늘어나며 분극 또한 증가하는 상태다. 이에 따라 전하와 정전용량이 늘어나다 t3에서 전기 신호가 간 뒤 기판에 흡착되는 물 분자는 빠르게 감소한다. 그러나 정전용량이 0보다 크기에 분극은 일정하게 생겨난다.
이상의 내용으로 1, 3, 4, 5 선지에 대한 내용을 판단할 수 있다. (정답은 5번이다) 나머지 2번 선지가 남는데 원자핵과 전자의 재배열은 추출한 문단 앞의 내용에서 '재배열'을 주제어로 삼아 찾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실 좀 더 추론 능력이 있다면 물 분자가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로 분리된다는 문장에서 분자가 재배열된다는 의미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 문제는 다시 말해 지문의 흐름을 바탕으로 자료를 해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보통 각 개념 요소 간의 상관관계를 묻는 경우가 많다. 이때 상관관계란 정비례나 반비례, 혹은 일반 인과 관계 등의 여러 관계들을 의미하는데, 이것들은 기호를 통해 정리하면 훨씬 수월하게 풀 수 있다. 위 문제에서는 물 분자, 분극, 전하량, 정전용량이 모두 정비례한다는 기호를 적어놓는 식이다. 정비례 기호는 본인의 방식에 따라서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자료 해석에 있어서 지문의 내용을 정리해 둔다면 자료 옆에 자신의 정리를 적어둠으로써 다시 지문을 보지 않고 바로 수월하게 자료를 해석할 수 있다.
추론 문제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 수월하다. 제시한 문장의 바로 근처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보통 해당 문장의 앞뒤 문장을 살펴보는 것이 좋은데 그 문장과 관련된 지시어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의 뒷문장을 보면 ‘이는 ~ 때문이다.’라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 문장의 원인을 설명해 주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29번의 발문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문장인 것이다. 그러므로 ㉮ 다음 문장과 내용이 일치하는 선지가 정답 선지가 된다.
㉯ ‘이는 박막 소재에서 음전하를 띠는 부분과 물 분자의 산소 원자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력 때문이다.’
편의상 위 문장을 ㉯라고 하겠다. ㉯를 이해하기 위해선 ㉮의 내용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는데, ㉮에서는 인력과 탈착이라는 어휘를 알아야 한다. ㉮의 물 분자가 인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탈착된다는 것은, 끌어당기는 힘이 버티지 못해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이에 더 나아가면 끌어당기는 힘이 아닌 반대 힘이 작용하는 것을 추론해야 하는 데 끌어당김의 반대는 밀어냄이다. 밀어내는 힘은 척력이라고 하고 붙는 것은 흡착이라고 한다. 이런 어휘를 알고 있다면 정답 선지가 5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추론 문제의 특징은 같은 말을 반대되는 의미로 바꾸어 표현한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접근하기 위해선 ㉯만의 주제어를 파악해야 하는데, ㉯에서 ㉮와 다른 차별적 주제어는 전기력이다. 즉, 인력과 반대되는 척력에 대한 내용이 나와야 하고, 전기력이라는 키워드 2가지 정보가 있는 선지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5가지 선지 중 전기력에 대해 언급한 선지가 5번 선지밖에 없기에 그것만 보고 정답을 골라도 무방하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 풀기 위해선 ㉮와 ㉯의 인과를 엮어서 풀어낸 선지를 골라야 한다.
추론 유형은 해당 지시 문장과 인과 관계를 맺는 내용을 찾아야 하는 문제다. 이를 위해선 해당 지시 문장 내용의 명제 논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수학 명제로 이해하면 조금 더 간편하다. ‘p는 q이다’의 명제가 참일 경우 언제나 대우인 ‘~q는 ~p이다’가 성립한다. 국어에서는 좀 더 넓게 보아 명제의 이인 ‘~p는 ~q이다’까지 성립하는데 위 ㉮에 적용하면 ‘인력을 유지하지 못해 탈착된다’는 ‘척력으로 인해 흡착되지 못한다.’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그러한 원인으로 ㉯에서 전기력까지 나왔다면 ‘전기력으로 인해 물 분자가 밀어내는 힘이 끌어당기는 힘보다 강해져 흡착되지 못하고 탈착된다.’로 재진술할 수 있다. 같은 내용을 다르게 표현하는 방식은 비슷한 의미의 명사를 바꾸는 방식 뿐만 아니라 부정 서술어를 통해 반대로 표시하는 방식도 있다. 정비례 관계의 개념들을 반비례 관계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예시이다.
독서 문제를 푸는 데 중요한 것은 지문의 내용이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느냐이다. 이는 앞서 화작·문학에서 언급한 언어 관습에서 나타나는 문장 구조를 변형하는 방식이다. 독서 풀이의 핵심은 주제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주제어를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특정 주제어가 있으면 그 단어가 변형될 경우 그 의미가 달라지므로 그 단어로만 이해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해당 모의고사의 사회 지문에서 지상권과 지역권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토지 소유권자, 요역지 소유권자, 승역지 소유권자, 지상물 소유권자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주제어 하나하나를 세심히 살펴보는 것이 집중력을 많이 요구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주제어를 꼼꼼하게 파악해야 조금만 달라져도 의미가 달라지는 독서 지문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주제어는 필요한 문제 옆에 표기하면서 인지해두는 것이 좋다.
독서의 구성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모의고사라는 말에 걸맞게 각 개념 간의 관계와 명제가 주를 이룬다. 개념 간의 관계는 한 번에 머릿속에 넣기 힘들므로 어느 정도 필기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앞서 말했던 기호로 관계를 표시할 수도 있고, 주제어 별로 정리할 수도 있다. 필기를 통해 자신이 지문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도 있으며 후에 정답을 맞힐 때도 자신이 어디를 잘못 이해해서 틀린 것인지 확인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지문을 정리하는 필기뿐만 아니라 선지에도 틀린 선지는 틀린 부분에 표시하고 옳게 고쳐주는 등 자신만의 문제 해설지를 만들어 두면 자신이 문제를 정확하게 풀고 있다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2달에 걸쳐서 국어 모의고사 풀이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설명해 보았는데, 한 문장으로 풀이 방법을 정리하면 수능을 위한 국어 공부는 지문에 대한 출제자의 설명을 독자인 우리가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출제자가 지문을 구성하고 이를 이해하여 문제로 만드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지문은 실제로 있는 내용들을 출제자가 가져오는 것이기에 출제자의 의도가 담겨있지 않지만, 문제는 출제자의 이해가 담겨있기에 충분히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즉, 지문을 이해하는 방법만큼 문제, 그중에서도 선지를 독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왜냐면 그것들이야말로 출제자가 낸 것이기 때문이다. 막연한 소리처럼 들렸던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는 말이 실제 문제를 분석하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국어 공부가 아직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문제를 일단 풀기 시작하면 점수가 오르겠지’하고 막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수능 때가 되면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문제 푸는 방법에 관해 공부하는 것이 먼저다. 3학년 것에 적용하기보다는 본인 학년에 맞는 예전 연도 문제를 풀어보며, 문제 풀이보다는 하나하나 필기를 해가며 해석해 보자. 해설지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담백하게 정답 이유만 나와 있는 것이 아닌 의도까지 해설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해설을 이해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출제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해설이 길더라도 선지 설명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읽다 보면 출제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겨울 방학 때는 문제 풀이에 집중하기보다는 지문과 문제의 관련성을 꼼꼼히 살펴보며 자신만의 공부 노트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특히 선지 분석에 집중하여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자기만의 분석 방법을 구성하게 된 뒤에는 굳이 모의고사를 많이 풀 필요 없이 필요할 때 제대로 푸는 것만으로 실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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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