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로스쿨

충남삼성고등학교 양병문 선생님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는 모두 학생의 자율적인 수강 과목 선택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주제에서는 졸업 이수 학점 기준, 공통과목 이수 및 교과별 필수 학점 충족 여부 등 각 학교에서 편성할 만한 예시를 통해 고등학교 진학 시 참고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이어서 국어, 수학, 영어 교과 총 이수 학점 제한에 따른 과목 선택 시 주의 사항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4. 국어, 수학, 영어 교과는 총 이수 학점 수는 제한이 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총론을 통해 특정 과목의 이수 학점 총합이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명시했다. 이는 다양한 교과에 대한 균형 있는 학습을 장려하기 위함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전체 교과 이수 학점 174학점 중에서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이수 학점 총합을 81학점으로 제한했다. 만약 학교 자체에서 편성한 교과 이수 학점이 174학점을 초과하거나, 학생이 정규 교과 외 공동교육과정에 개설된 과목을 수강한다면 전체 교과 이수 학점이 174학점을 초과할 수 있다. 이 경우 초과한 학점 중에서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총 이수 학점이 전체 초과 이수 학점의 50%를 넘길 수 없다. 이 규정은 학생이 수강 과목을 선택할 때 많은 영향을 받는다. 아래와 같이 예상되는 사례들을 가정하여 보자.

 [예1]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수능 범위 과목을 지정 과목으로 편성한 학교

 고등학생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꼭 치러야 하는 시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리로고는 수능 범위에 해당하는 과목을 지정 과목으로 선택하여 모든 학생이 수능을 준비하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였다.

<표1> 2028 수능 개편안 요약(2023. 12. 27.). 교육부 보도자료

 리로고는 <표1>과 같이 국어, 수학, 영어 교과에서 지정 과목으로 공통국어(1, 2),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 공통수학(1, 2),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공통영어(1, 2), 영어Ⅰ, 영어Ⅱ를 편성했다. 각 과목의 이수 학점을 4학점이라 가정하면, 리로고는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지정 과목으로 총 56학점을 편성하게 된다.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총 이수 학점은 81학점을 넘을 수 없으므로 리로고에 입학할 학생 A는 리로고에서 편성한 지정 과목 이외에 국어, 수학, 영어 교과를 최대 25학점까지 수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과목당 4학점을 이수한다면 학생 A는 최대 6과목만 수강할 수 있다.

<표2>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보통 교과 목록

 만약 학생 A가 영어에 관심이 많아 고교 입학 후 영어 관련 교과목을 많이 듣고 싶다고 가정하자. 이때 학생 A는 81학점 제한에 막혀 일반 선택, 진로 선택과 융합 선택에 있는 영어 교과 과목을 모두 수강할 수 없다. 왜냐하면 <표2>와 같이 일반 선택, 진로 선택, 융합 선택에 배정된 영어 과목은 수능 범위인 영어Ⅰ, 영어Ⅱ를 제외하고 9과목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어 과목을 많이 수강하고 싶은 학생 A는 리로고를 입학하기 전에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2] 국어, 수학, 영어 교과를 학기마다 지정 과목으로 편성한 학교

 디로고는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학습을 강조하기 위해 아래 <표3>과 같이 매 학기 국어, 수학, 영어 과목을 지정 과목으로 편성했다고 가정하자.

<표3> 디로고의 가상 편제표: 학기마다 국어, 수학, 영어 과목을 필수 수강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디로고가 지정 과목으로 편성한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총 이수 학점은 무려 72학점이다. 즉, 디로고에 입학한 학생 B는 지정 과목으로 편성된 국어, 수학, 영어 교과를 수강하면 총 이수 학점 제한 기준인 81학점까지 9학점 밖에 남지 않는다. 학생 B가 인문계열이나 사회계열 쪽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사회, 교양 교과 위주로 신청하므로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학생 B가 공학계열이나 수학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기하와 미적분Ⅱ는 거의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학생 B는 자신이 원하는 국어, 수학, 영어 교과를 선택하기 어렵다. 학생 B가 국어, 수학, 영어 교과에 대한 과목 선택이 필요 없는 학생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디로고의 진학은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3] 교과 이수 시 174학점을 초과하여 편성한 학교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최소 이수 학점은 192학점이지만, 니로고는 192학점 만으로는 니로고만의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니로고는 학칙으로 졸업 학점을 198학점으로 정할 수 있고, 교과 이수 학점 총합을 174학점이 아닌 180학점으로 운영할 수 있다. 즉, 니로고가 학칙으로 180학점을 이수하도록 학칙에 명시하면, 니로고의 모든 학생은 졸업을 위해 교과 18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이때, 니로고는 174학점 이내에서 이수해야 할 교과 목록과 174학점에 포함되지 않은 교과 목록을 나누어 편제에 반영해야 한다.

<표4>, <표5> 니로고의 가상 편제표: 이수 구분에는 ‘선택9’, ‘선택10’, ‘순증1’, ‘순증2’, 선택 과목 수에는 ‘2’로 작성되어 있다.

이는 ‘선택9’, ‘선택10’ 군으로 묶인 4과목 내에서 2과목을 선택해야 하고, ‘순증1’, ‘순증2’ 군으로 묶인 4과목 내에서는 1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표4>와 <표5>에서 ‘선택 9’, ‘선택 10’ 군으로 묶인 과목은 174학점 이내에서 이수해야 할 교과이다. 그리고 ‘순증1’, ‘순증2’ 군으로 묶인 과목은 174학점에 포함되지 않은 교과 목록이다. 학생이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174학점 내에서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이수 학점 총합이 81학점 이하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때 ‘순증1’, ‘순증2’ 군에서 선택한 과목은 81학점 계산에 반영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교과 이수 학점이 174학점을 초과한다면, 초과한 학점 중에서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총 이수 학점이 전체 초과 이수 학점의 50%를 넘길 수 없다. 따라서 174학점에 대한 초과 학점은 총 6학점이므로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총 이수 학점은 3학점을 넘길 수 없다. 그러므로 3학년 1학기에 ‘매체 의사소통’이나 ‘수학과 문화’를 수강한다면 3학년 2학기에는 ‘수학과제 탐구’나 ‘세계 문화와 영어’는 수강할 수 없다.

 [예4] 공동교육과정 수강으로 교과 이수 시 174학점을 초과한 학생

 공동교육과정은 희망 학생이 적거나 교사 수급 곤란 등으로 단위 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소인수·심화 과목 등을 학교 간, 지역 또는 대학과 연계·협력을 통해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말한다.¹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학생 수요를 고려한 다양한 과목 개설이 가능해졌으며, 이로써 학생은 과목 선택권이 확대된다. 공동교육과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다음 주제에서 다루고 이번에는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이수 학점 총합에 관한 부분만 다루려고 한다.

 공동교육과정의 개설 과목을 학점 이수의 관점에서 보면 총 이수 학점인 174학점 이내에서 이수하는 과목과, 174학점을 초과한 후 이수하는 과목으로 나눌 수   있다. 174학점 이내에서 이수하는 과목이라면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이수 학점 총합이 81학점 이하가 되도록 수강하면 되고, 174학점을 초과한 후 이수하는 과목이라면 초과한 학점 중에서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총 이수 학점이 전체 초과 이수 학점의 50%를 넘길 수 없다.

¹ 공동교육과정 운영 안내서(2024). 교육부

<표6> 학생C가 속한 지역의 공동교육과정 개설 목록 예시: 실제로는 훨씬 많은 과목이 개설되므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해 줄 수 있다.

 수학을 좋아해서 진로 선택, 융합 선택에 있는 수학 과목을 모두 수강한 학생 C는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고급 미적분, 고급 기하, 고급 대수 과목을 듣고 싶어 한다. 학생 C가 이 과목들을 공동교육과정에 속한 과목으로 수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학생 C가 다니는 학교에 해당 과목들이 개설되지 않았거나 신청자 부족으로 폐강된 과목이어야 한다. 두 번째는 국어, 수학, 영어 교과 이수 학점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학생 C는 공동교육과정으로 개설된 수학 세 과목을 듣게 된다면 174학점을 초과한 학점은 총 9학점이 된다. 이 경우 초과한 학점에서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이수 학점 비율이 100%이므로 교과 이수 학점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74학점을 초과한 학점의 비율이 50%를 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하므로 국어, 수학, 영어 교과가 아닌 교과를 9학점 이수해야 한다. 즉, 공동교육과정으로 총 6과목을 수강해야 하고, 3학년 2학기 과목 수강 결과는 수시 모집 전형에 반영되지 않으므로 2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매 학기 두 과목을 공동교육과정으로 이수해야 교과 이수 학점 조건을 만족할 수 있다.

 이 방법이 산술적으로는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공동교육과정 이수 가능 범위를 학기 당 두 과목으로 제한하므로 고급 미적분, 고급 기하, 고급 대수 중 한 과목은 2학년에 이수해야 한다. 만약 대수가 2학년 1학기에 편성되어 있고, 미적분Ⅱ, 기하가 2학년 2학기에 편성되어 있는 학교라면, 과목의 위계 상 2학년 2학기에는 고급 대수를 이수하고 3학년 1학기에는 고급 미적분과 고급 기하를 이수할 수 있다. 그러나 미적분Ⅱ나 기하가 3학년에 편성된 학교에서는 해당 과목을 이수하는 동시에 공동교육과정으로 고급 미적분이나 고급 기하를 이수해야 하므로 학습 부담이 과중될 수 있다.

 이처럼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²하도록 정의하고 있지만, 학생이 과목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기본 문법을 모두 지키면서 수강해야 한다. 그러므로 내가 진학할 학교의 교육과정 등을 참고하면서 장기적인 수강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² 고교학점제 도입 운영 안내서(2024). 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