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 국어 정시 특강 : 화작, 문학 문제 풀이 예시

2025.01.21 68명이 봤어요

인천하늘고등학교 이성호 선생님

 

 

  많은 학생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지만 국어는 독해 실력만 가지고 푸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독해 실력이 기본이 되지만 2025학년도 6월 평가원 독서 중 인문학과 같이 이해 자체가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면 독해 실력만 믿어서는 힘들 수 있다.

 

 

  위 문단은 올해 2025년도 6월 국어 독서 인문 지문으로 모든 문제가 정답률이 반도 안되는 매우 어려운 지문의 첫 문단이다. 인문 지문에서 어렵게 나오는 경우는 철학 지문인데 그중에서도 윤리학을 빙자한 논리학 지문이 나오는 경우, 대부분 낮은 정답률을 기록한다. 이 지문으로 인해 국어는 수학과 비슷한 등급 컷을 보였다. 역대 최고의 재수생 비율을 기록한 2025년도 6월 국어에서 1등급 점수가 매우 낮게 형성되었다는 것은 수학과 같은 과목의 킬러 문항이 아니어도 킬러 문항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고, 하나씩 알아간다면 국어에서 킬러라는 개념을 지울 수 있다.

 

  국어 모의고사의 재미있는 점은 지문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문제는 풀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 문제를 이해하는 방법은 필요하다. 이러한 방식은 실제로 적용해가면서 체화해야 하므로 문제 예시를 들어 설명할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문제는 학생들이 수험생이 되면 풀어야 하므로 나중으로 미뤄두고 올해 2024년 10월 2학년 국어 문제를 대상으로 하겠다.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알겠지만 2022 수능 국어에 선택 과목이 생기기 전까지는 1번부터 10번까지는 화법과 작문, 11번부터 15번까지는 문법, 16번부터 45번까지는 독서 15문제, 문학 15문제가 출제되었다. 3학년도 마찬가지였지만 2022년 수능부터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라는 선택 과목이 생기게 되었다. 이에 독서 17문제, 문학 17문제, 선택 과목 11문제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 또한 2022 교육과정으로 인해 수능부터 다시 바뀔 예정이다. 1, 2학년들은 여전히 처음 설명과 같은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므로 각 번호마다의 유형을 살펴보면 국어 문제에 금세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3. <보기>는 위 발표를 들은 학생들의 반응이다. 학생의 반응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예를 들어, 위와 같은 3번 문제는 대부분 화법에서 발표문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를 판단하는 문제이다. 3번 문제의 발문을 보면 ‘학생의 반응을 이해한 내용’을 묻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 문제는 지문을 묻는 것이 아닌 학생의 반응을 묻는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문제의 선지를 읽어봐야 한다.

 

  ‘학생 1은 발표 주제와 관련된 자신의 배경지식을 떠올리고 있다.’

 

  위 문장은 선지 1번의 내용이고, 다음은 학생 1의 반응이다.

 

  ‘리마콩이 딱정벌레에게 물릴 때도 화학 기체를 방출한다고 알고 있어. 물렸을 때 방출하는 화학 기체도 궁금했는데 알려 주지 않아서 아쉬워.’

 

  ‘리마콩이 딱정벌레에게 물릴 때도 화학 기체를 방출한다고 알고 있다.’라는 문장에서 지문의 내용을 추측할 수 있지만 지문의 내용이 정확하게 리마콩에 대한 것인지, 딱정벌레에 대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여기에서 포인트서술어다. ‘알고 있어.’라는 말은 과거형으로 자신이 이전부터 어떤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명사로 바꾸면 ‘배경지식’이다. ‘~고 알고 있어.’ 라는 서술 문구가 나타나면 그 문장은 배경지식이라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뒷문장에서도 ‘아쉬워.’라는 서술어가 나오는데, 이를 통해 ‘배경지식’과 ‘실망’이 학생1의 반응인 것을 알 수 있다. 위 문제의 정답 4번 선지인데 4번 선지의 내용도 살펴보자.

 

  ‘학생 1과 학생 3은 모두 알고 싶은 정보가 발표에서 다루어지지 않았음을 아쉬워하고 있다.’

 

  위의 선지의 판단 정보는 ‘정보가 다루어지지 않았음’과 ‘아쉬움’이다. 이 두 정보 모두 학생 1의 반응에서 ‘알려 주지 않아서’, ‘아쉬워’를 통해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학생 3의 반응이 정답이라는 의미인데, 학생 3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발표를 듣고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좋았어. 내가 집에서 키우는 식물을 만지면 움츠러드는 이유도 인지 행동과 관련된 것일 수 있겠네. 내 생각이 맞는지 도서관에 가서 조사해 봐야지.’

 

  위 반응에서는 어떤 정보가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내용도 없을 뿐더러 아쉬움과 관련된 내용도 없다. 이를 통해 4번 선지가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문제를 다루면서 지문은 다루지 않았다. 지문의 정보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에서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알게 된다면 다른 유형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같은 시험에서의 45번 문학 현대시 문제다.

 

 

45. <보기>를 바탕으로 (가), (나)를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를 풀기 위해선 현대시에 대한 이해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필요한 정보량을 추출하는 연습이 주제이므로 정보 추론을 바탕으로 설명하겠다. 특히 문학에서는 보기에 대한 정보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기가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 지는 읽어봐야 판단할 수 있다. 이 문항에서도 2개의 선지를 위주로 살펴보도록 하자. 이 문항에서 4번 선지는 다음과 같다.

 

  “(가)의 ‘사월이 돌아’오고 ‘삼백 예순 날이 또 지나가겠지’에서 자연의 순환에 대한 화자의 인식을, (나)의 ‘도시의 불사막’을 ‘고통의 맨발로 걸어가네’에서 부정적 현실을 인내하는 화자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군.”

 

  현대시 전문을 보진 않았지만, (가)와 (나)에 대한 내용을 각각 살펴보도록 하자. 문학 보기 문제의 선지는 보통 지문 내용+보기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구성은 문학적 비유가 담겨 있는 부분과 이를 해석하는 부분으로 분석해야 한다. (가)에서 사월과 삼백 예순 날의 상징적 의미를 알기 위해선 직관적으로 추론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 구체적 어휘를 추상적 어휘로 치환하는 과정을 활용해야 한다. 추상적 어휘는 곧 상징이기에 어휘를 무엇으로 치환할 수 있는지 어휘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사월에 담긴 일반적 정보를 추출하면 12월 중 하나, 시간적으로 봄이라는 정보를 추출할 수 있으며 삼백 예순 날은 1년 365일, 긴 시간의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여기에서 ‘돌아온다’와 ‘지나가겠지’라는 서술어가 합쳐지면 ‘계절이 돌아온다.’ ‘시간이 지나간다.’는 의미를 만들 수 있다. 다시 이 두 문장을 ‘순환’이라는 상징으로 치환할 수 있으면, 보기의 ‘순환하는 자연의 모습’을 대응 시킬 수 있다.

  (나)는 비교적 수월하다. ‘불사막’과 ‘고통의 맨발’을 보고 부정적 상황임을 인지할 수 있다면 ‘걸어가네’를 이 고통을 견딘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보기의 ‘현실을 인내하고 있다’라는 내용과 대응 시킬 수 있다. ‘불사막’이 전문에서 어떻게 활용되는 지 알 수 없어도 고통이라는 명사를 통해 부정적 현실을 연결시킬 수 있다.

 

  이 문항의 정답은 5번인데 5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의 ‘목련이 지면 어머님은 떠나가시고’와 ‘나는 서서 나무가 되고 싶다’에서 자연물을 통해 부재하는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나)의 ‘두고온 고향의 바닷별과 조우하려니’에서 고향과 이어지는 화자의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군.”

 

  (가)에서는 ‘목련이 지면 어머님은 떠나가시고’에서 목련이 진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는 것으로 대응하고 떠나가시고는 소멸이라는 개념과 대응할 수 있다. ‘나는 서서 나무가 되고 싶다.’에서는 화자가 나무라는 자연물과 동일시되고 싶다는 소망이 나타나 있다. 이 내용만 보면 어머니를 자연물과 연결 짓고, 화자 또한 자연물과 연결되므로 어머니와 화자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은 얼핏 맞는 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기와 이 내용을 대응시키면 맞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지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한다고 나와 있지만, 보기에서는 ‘혈육을 자연물과 동일시하는 상상력’이라고 나와 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자연물과 동일시되거나 자신이 혈육과 동일시되는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이 방식은 많은 학생의 실수 중 하나인 보기의 해석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해석을 시에 적용하여 선지의 내용을 독단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보기가 나와 있는 선지에선 반드시 보기의 해석에 충실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어머니와 화자가 동일시되는 것이 나와 있지 않다면, 선지가 설사 가능한 해석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로써는 틀린 선지가 되는 것이다. 지문에 맞게 설명하자면, 어머니와 자연물이 동일시되는 것과 화자가 자연물과 동일시되고 싶은 것은 별개의 사건이기에 어머니와 화자가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 문항에서도 따로 시 전문을 다루지는 않았는데, 보기 문항의 경우 판단해야 하는 시의 내용을 선지에서 친절하게 제시해주는 경우가 많아 굳이 그 이상의 내용을 보지 않을 것이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어색할 수 있다. 또한 매번 문제에 지문의 내용이 충실히 제시될 정도로 문제가 친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문 이해만큼 문제 풀이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문제 풀이에 필요한 요소는 2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필요한 정보량 파악이다. 선지에 정보량이 얼마나 있고,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문제 풀이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필요한 정보가 지문에 있을 수도 있고, 보기에 있을 수도 있으며, 선지 그 자체에 있을 수도 있다. 지문과 문제 전체를 정독하며 이를 전부 파악하는 것이 정석적인 방식이지만, 결국 문제에 필요한 정보는 한정되어 있다. 정보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문제 풀이 방식이 달라질 수도 있다. 문학 풀이의 예시처럼 화자와 자연과 동일시와 어머니와 자연의 동일시가 별개라고 판단하여 틀렸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보기의 내용이 화자와 혈육을 묻는 것이 아닌 혈육과 자연에 대해 묻는 것이기에 틀렸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정보량 파악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으로 이어진다.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은 곧 문제 출제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고 문제에서 출제자가 요구하는 바를 알게 된다. 출제자가 요구하는 바를 알게 된다면 문제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알게 되어 다시 정보량 파악으로 돌아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며 문제를 전보다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같은 의미를 다르게 표현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면, 이 다르게 표현하는 것은 완벽하게 의미가 대응되는 것이 아니기에 어느 정도 언어 관습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불사막’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떠올리겠지만 어떤 사람은 긍정적인 의미를 떠올릴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많이 읽으며 어떤 어휘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다른 단어로 바꿀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알고 있어’라는 의미를 배경 지식으로 이해하고, 고통을 부정으로 치환하며, ‘되고 싶다’라는 의미를 동일시로 판단하는 과정은 단번에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연습을 해야 알 수 있는 길이다. 이 연습은 문항 분석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되도록 일반적인 독서량을 늘리는 것을 추천한다.

  결론적으로 모의고사를 잘 풀기 위해선 문제를 풀기 전에 많이 읽고 충분히 언어 관습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즉 3학년이 되기 전에 문제 풀이를 준비하기보다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독서량을 쌓아야 한다. 분야를 가리지 않아야 지문에 어떤 내용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읽기 시작할 수 있다. 당황하지 않고 읽기 시작한다면 요구하는 바를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의고사는 시간 싸움이기에 어떤 경우에도 막히지 않고 읽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기에 충실하면 시간은 줄어들게 되어 있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자신의 책상에 책을 쌓아가 보도록 하자. 기본기가 쌓였다면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접근을 본인만의 방법으로 시도해보자. 점수는 단번에 올리는 것이 아닌 어느 순간 오르는 것이다. 책상에 시나브로 쌓이는 책만큼 본인의 점수도 어느 샌가 조금씩 오르고 있을 것이다.

 

 

#멤버십 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