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수강 신청이 가능할까? (1)

2025.01.31 141명이 봤어요

충남삼성고등학교 양병문 선생님

 

 

 2024년 교육부에서 발간한 ‘고교학점제 운영 안내서’는 고교학점제를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¹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운영하고자 하는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의 의미와도 연결된다. 즉,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는 모두 학생의 자율적인 수강 과목 선택을 강조하고 있다. 예상하건대 2028 대입에서는 학생이 선택한 수강 과목, 기초 소양, 기본 학력 등이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이번 주제에서는 각 학교에서 편성할 만한 예시를 보고 고등학교 진학 시 참고할 수 있는 것들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 학생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진로를 탐색하면서 자율적인 과목 선택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²

 

¹ 고교학점제 도입 안내서(2024). 교육부

² 고교학점제 도입 안내서(2024). 교육부

 

<표1>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학교의 변화: <고교학점제 도입 안내서>에 따르면,

2학년부터는 진로·적성에 따른 선택 과목을 수강할 수 있으며 교과(군) 구분 없이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1. 졸업 이수 학점 기준이 교육부 기준보다 높은 학교가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졸업 기준을 출석 일수로 정하는 것과 달리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출석 일수와 총 이수 학점 모두 졸업 기준에 명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졸업 기준이 되는 최소 이수 학점(이하 졸업 기준 학점)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최소 이수 학점은 192학점이지만, 리로고는 192학점 만으로는 리로고만의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리로고는 학칙으로 졸업 학점을 198학점으로 정할 수 있다. 즉, 리로고에 입학한 학생은 일반적인 졸업 기준 학점을 적용하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보다 6학점(약 두 과목)을 더 이수해야 졸업 요건을 채울 수 있다.

 

 위 사례처럼 총 이수 학점을 늘려서 운영하는 학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위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수업 시수 증가 혹은 추가 교원 채용으로 인한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운영한다면 학생이 수강하는 과목 수가 증가하므로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작성할 수 있는 과목 수도 증가한다. 또 한 학기에 5~6과목 선택할 수 있을 때 6~7과목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과목 선택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그러나 졸업 기준이 되는 총 이수 학점 수를 너무 높게 설정한다면 한 학기에 들어야 할 과목 수가 너무 많아진다. 이는 학습의 부담으로 연결되므로 졸업 학점이 다른 학교에 비해 과도하게 높게 설정된 학교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2. 공통과목 이수와 필수 이수 학점 충족은 교육과정 이수의 조건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교육과정 편성 운영 기준에 따르면 과목의 성격에 따라 수강 과목을 공통 과목과 선택 과목으로 분류한다. 공통 과목기초 소양 함양 및 기본 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과목³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모든 고등학생이 이수하도록 설계되었다. 선택 과목공통 과목 이수 후 적성과 진로에 따라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는 과목이다. 단, 학생의 기초 소양 함양을 위하여 학문의 기본 교과(군)별 필수 이수 학점을 제시하여 학생이 균형 있게 교과를 이수하도록 설계하였다. 즉, 적성과 진로에는 관련이 없을 수 있지만 교육과정 이수를 위해 선택해야 하는 과목도 있다.

 

 ³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서(2022). 교육부

 

<표2> 2022개정 교육과정 고등학교의 보통 교과 편제와 성격 비교

 

 2022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교육과정 편성 운영 기준에서는 과목의 교과(군)을 국어, 수학, 영어, 사회(역사/도덕 포함), 과학, 체육, 예술, 기술·가정, 정보, 제2외국어/한문, 교양으로 분류한다. 단, 기술·가정, 정보, 제2외국어/한문, 교양은 하나의 교과군으로 묶어서 필수 이수 학점을 정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 교과군을 생활·교양 군으로 지칭했다. 그러나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지칭하는 용어가 없다. 이에 편의상 위 교과군을 생활·교양 군으로 지칭하고자 한다) 그리고 교육과정 이수를 위해서는 모든 교과(군)에서 필수 이수 학점을 충족해야 한다. 예상되는 사례를 가정해 보자.

 

 리로고는 1학년 때 수강해야 하는 공통과목인 공통국어(1, 2), 공통수학(1, 2), 공통영어(1, 2), 통합사회(1, 2), 통합과학(1, 2), 한국사(1, 2), 과학탐구실험(1, 2)을 편성하였다. 그리고 적성·진로 중점 교육을 위해 다수의 생활·교양 군의 과목(이를테면 정보, 기술·가정, 제2외국어, 진로와 직업, 성공적인 직업생활 등) 을 1학년에 편성하였다. 여러 과목을 1학년에 편성하였기 때문에, 개설한 공통과목 중 통합사회(1, 2), 통합과학(1, 2)은 기본 학점인 4학점보다 1학점씩 감하여 3학점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과목은 기본 학점대로 운영하였다.

 이 경우 <표3>, <표4>를 참고하여 필수 이수 학점 충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공통국어(1, 2), 공통수학(1, 2), 공통영어(1, 2)는 기본 학점이 4학점이므로 연간 8학점을 이수했다. 따라서 국어, 수학, 영어 교과에서 요구하는 필수 이수 학점을 충족하였다. 한국사(1, 2)는 기본 학점 대로만 운영할 수 있으므로 무조건 필수 이수 학점을 충족한다. 문제는 사회, 과학 교과이다. 위에서 통합사회(1, 2)를 3학점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연간 이수 학점은 6학점이 된다. 따라서 필수 이수 학점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선택 과목에서 사회 교과를 한 과목 이상 이수해야 한다. 과학 교과도 마찬가지다. 과학탐구실험(1, 2)은 기본 학점 대로만 운영할 수 있으므로 연간 2학점을 이수하였다. 통합과학(1, 2)을 3학점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연간 이수 학점은 6학점이 된다. 따라서 과학 교과의 총 이수 학점은 8학점이므로 필수 이수 학점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선택 과목에서 과학 교과를 한 과목 이상 이수해야 한다.

 

 이 학교에서 사회, 과학 과목을 고르게 수강하여 융합적인 역량을 키우고 싶었던 학생 A에게는 리로고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방향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학 과목을 최대한 많이 듣고 싶었던 학생 B는 이 학교를 선택했을 경우, 통합사회, 한국사 이외에 사회 교과목을 추가로 수강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이 수강하고 싶었던 과학 교과 한 과목을 포기하고 사회 교과를 수강해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학생 B는 리로고를 선택하는 것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결국 리로고는 적성·진로 중점 교육을 위해 다수의 생활·교양 군의 과목을 편성했지만, 정작 고등학교 입학 전부터 적성·진로가 뚜렷한 학생은 리로고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표3> 과목별 이수 기본 학점과 증감 범위(2022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서(2022). 교육부)

 

<표4> 일반 고등학교와 특수 목적 고등학교의 학점 배당 기준(2022개정 교육과정 총론(2022). 교육부):

교과(군)마다 필수 이수 학점이 정해져 있다.

단, 특수 목적 고등학교와 자율 고등학교는 예술 교과(군)는 5학점 이상,

기술·가정/정보/제2외국어/한문/교양 교과(군)는 12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3. 선택 과목군이지만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개설하는 과목은 크게 ‘지정 과목’과 ‘선택 과목’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지정 과목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반드시 수강하도록 정하여 개설한 과목이고, 선택 과목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설한 과목이다. 지정 과목 편성 비중을 늘린 학교는 학생들이 필수 이수 학점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저절로 필수 이수 학점이 충족되도록 만들 수 있다. 또는 선택 과목군 내에 교과군을 특정 교과군만으로 구성하여 필수 이수 학점이 충족되도록 만들 수 있다.

 물론 고교학점제의 방향이나 2022 개정 교육과정 편성 운영 지침에서는 선택 과목의 비중을 늘릴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생활·교양 군의 필수 이수 학점 충족 여부를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직전 학기 수강 신청 단계에서부터 필수 이수 학점 충족 여부를 검증해야 하는 과정은 상당히 힘든 작업이다. 다시 한 번 예상되는 사례를 가정하여 보자.

 

[예1] 전체 교과 간 과목 선택 유형

 

 아래 <표5>, <표6>은 전체 교과 간 과목 선택이 가능하도록 운영하는 리로고의 가상 편제표이다. 모든 교과가 칸막이 없이 자유로운 과목 선택이 가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리로고의 교육과정의 장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다. 만약 생활·교양 군의 필수 이수 학점 충족 여부를 신경 쓰지 않고 2학년 1, 2학기에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교과목 위주로 수강한다면 3학년 1, 2학기에는 자신의 수강 기호와 관계없이 생활·교양 군의 과목 들을 많이 수강해야 한다. 그러므로 스스로 생활·교양 군의 필수 이수 학점 충족 여부를 잘 챙기며 수강 신청을 해야 한다.

 

<표5>, <표6> 리로고의 가상 편제표(1): 이수 구분에는 ‘선택7’, 선택 과목 수에는 ‘5’로 작성되어 있다.

이는 ‘선택7’ 군으로 묶인 11과목 내에서 5과목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편제표를 확인하면 하나의 선택 군에 20과목 이상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고, 10과목 이내로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예2] 일부 교과 간 과목 선택 유형

 

 아래 <표7>, <표8>은 일부 교과 간 과목 선택이 가능하도록 운영하는 리로소프트고의 가상 편제표이다. 리로고 학생들은 스스로 생활·교양 군의 필수 이수 학점 충족 여부를 잘 챙기며 수강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리로소프트고 학생들은 이와 같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매 학기 생활·교양 군을 4학점씩 수강하기 때문에 생활·교양 군 이수 학점이 16학점이 되어 필수 이수 학점을 충족하게 된다. 

 그러나 이 편성 운영 방향에도 문제점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기술·가정이나 정보 교과를 듣고 싶지 않은 학생이 있다면 이 학생은 2학년 1학기에 생활·교양 군 이수 교과목을 선정하기 매우 곤란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선택8’, ‘선택10’ 군과 같이 한 과목을 선택하는 군에 여러 개의 과목을 배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소인수 개설 과목 증가로 인한 교사 시수 증가 및 수업 강의실 부족이라는 문제가 생길 것이므로 섣불리 개설 과목 수를 늘릴 수는 없다.

 

<표7>, <표8> 리로소프트고의 가상 편제표(2): <표5>, <표6>과는 다르게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에서는 학기에 네 과목을 수강하도록 하고,

남은 한 과목은 생활·교양 군의 과목을 수강하도록 설계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두 예시로 보아 각 학교의 교육과정이 갖는 장단점이 확실하므로, 학교를 선택할 때 이 교육과정이 학생에게 맞을지를 예상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입에서 학생의 수강 과목 선택이 중요하다고 가정하면, 2028 대입은 현재 중학생이 자신이 진학할 고등학교를 결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왜냐하면 모든 학교가 공통된 수강 과목을 편성하지 않으며같은 과목을 편성하더라도 이수 학기와 이수 학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각 학교의 교육과정을 참고하며 고등학교 과정에서 수강하고 싶은 과목들을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설된 과목명만 보고 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 모든 과목 선택은 졸업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므로 온전히 ‘내 마음대로’ 수강 과목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학교에서 편성할 만한 예시와 고등학교 진학 시 참고할 수 있는 것 세 가지를 들어보았다. 다음 주제에서는 이번 주제에 이어서 국어, 수학, 영어 교과 총 이수 학점 제한에 따른 과목 선택 방법, 공동 교육과정을 이용한 과목 선택 방법 등을 추가로 다룰 예정이다.

 

 

#교육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