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의 핵심 - 답안 설계 및 개요 작성하기

2025.02.04 104명이 봤어요

상산고등학교 김솔지 선생님

 

 

1. 답안 설계와 개요 작성

 

 밑그림 없이 대작을 그리거나 설계도 없이 고층 건물을 지어 올릴 수 있을까? 논술문 작성에서 답안 설계란 집을 지을 때 설계도를 그리는 작업과 같다. 정밀한 설계도 없이 건물을 짓기 어렵듯, 답안 설계 단계를 생략하고는 좋은 답안을 작성하기 어렵다. 머릿속으로 대강 어떻게 써 내려갈지 떠올리고 일필휘지로 답안을 작성하고도 합격하기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논술은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글이므로 일종의 작전이 필요한데, 답안을 설계하는 작업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답안 설계는 논술문을 작성하기 전, 전체적인 틀과 방향을 계획하는 과정이다. 논제와 관련하여 어떤 내용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글의 구조와 논리적인 흐름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전체적으로 구상하는 것이다. 답안 설계가 전반적인 구조와 방향을 설정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면, 구체적인 내용을 어떻게 배치할지 세부적으로 계획하는 것을 개요 작성이라 한다. 즉, 개요는 글쓰기에서 세부적인 안내서가 된다. 작문에 자신 있는 사람이라도 일단 쓰고 보자는 마음으로 개요 없이 논술문을 작성하면 빠뜨리는 내용이 있게 마련이다. 써야 할 내용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제시문과 논제 분석’과 ‘논술문 작성’ 사이에 ‘개요 작성’이 꼭 들어가야 한다. 개요를 작성하면 내용의 흐름이나 논지 전개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 내용의 중복이나 누락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국어 교과 시간에 익히 접해 온 내용이기에 학생들은 개요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학생이 막상 시험 글쓰기 상황에 놓이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바로 글을 쓰려 한다. 하지만 개요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절약하도록 해 줄 것이다. 개요를 생략하고 넘어가면 그만큼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본격적인 답안 작성에 들어가서는 개요를 충실히 짠 학생을 따라갈 수 없다. 글 쓰는 속도뿐 아니라 글의 완성도에서도 그러하다. 게다가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은 긴장한 상태이기에 머릿속에 구상한 단락의 짜임이나 생각해 둔 문장을 잊기 쉽다. 글을 다 쓰고 나서 다시 작성하거나 여러 번 수정하면 시간은 더 부족해지고 글을 망칠 수도 있다. 처음 개요를 작성할 때는 귀찮고 시간이 많이 들 수 있겠으나, 꾸준히 연습하면 개요 작성은 오히려 시간을 줄이는 전략임을 명심하자. 성균관대는 논술 가이드북에서 평가 항목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이 가운데 특히 ‘논리 전개 혹은 구성은 잘 되었는가’는 개요 작성 과정을 생략하고는 주어진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림> 성대 언어 논술 평가 항목(2025학년도 성균관대학교 논술 가이드북, 성균관대 입학처)

 

 성균관대 논술 가이드북에 실린 2024학년도 논술우수 전형 합격자 인터뷰에서 한 학생은, 논술 전형 준비 방법에 대해 “글을 작성하기 전 반드시 개요를 꼼꼼하게 작성”했다고 답했다. 이어 “제시문 독해부터 개요 작성까지 15분 정도는 충분히 투자했어요. 특히 요약형 문제인 1번 문제를 풀 때, 개요 작성 과정에서 제시문들 사이의 차이점을 더 명확하게 인지하기 위해 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2,3번 문제를 풀 때는 포괄적으로 사고하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선택하거나 옹호하는 견해 뿐만 아니라 반대편 관점에서 제시할 수 있는 반론을 생각하여 재반론을 구성하거나, 선택한 입장의 한계를 보완할 방법들을 생각하려고 했어요.”라고 답했다. 성균관대 인문 논술은 ‘요약형’, ‘평가·설명형’, ‘논술·논증형’이 한 문항씩 출제된 바 있다.

 

<표> 성대 인문 논술 문제 유형(2025학년도 성균관대학교 논술 가이드북 재구성)

 

 성균관대 외에도 경기대, 광운대, 숙명여대 등 다수의 학교들이 논리적 구성력을 평가 항목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성신여대 논술 고사 가이드북에 실린 인문계열 논술 합격자 또한 “무작정 글을 전개하기보단 예시 답안의 전개 방식을 정리하고 이 전개 방식에 맞춰 글을 서술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논술 고사에 응시하려는 학생들에게 개요 작성 훈련을 권하고 싶다.

 

 

2. 제시문과 논제에서 출발하여 살을 붙여 나가자

 

 답안 설계 과정에서도 제시문 이해가 우선이다. 답안 작성에 직결되는 핵심어를 중심으로 제시문을 꼼꼼하게 파악한 후, 논제의 요구에 맞는 틀과 방향에 맞추어 답안을 설계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제시문과 논제에서 멀어지면 오답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개요 작성은 뼈대를 만드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글을 쓸 때도 뼈대를 만든 뒤에 살을 붙여 나가는 것을 권장한다.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중심 문장 하나만 쓰자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된다. 정해진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험 글쓰기에서는 결론을 먼저 구상하는 것이 용이하다. ‘서론-본론-결론’은 글의 서술 순서일 뿐이다. 개요는 글을 구상하기 위해 생각하는 작업이므로, 생각의 순서가 글을 서술하는 순서와 일치할 필요는 없다. ‘결론-본론-서론’의 순으로 개요를 작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논지를 설정하고 논거를 마련하였다면, 그에 따라 자신이 제시할 결론 부분을 정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논증하기 위해 본론을 몇 단락으로 구성하고 각각 어떤 내용을 배치할지 결정한다. 이후, 본론을 자연스럽게 도출할 수 있는 서론의 내용을 정리하면 된다. 이 순서대로 개요를 짜면 서론이 장황하고 불필요한 내용으로 채워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개요는 논제 분석기본 문단 구성문단의 확장세부 내용의 확장개요 퇴고의 절차에 따라 작성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논제의 성격과 조건에 따라 절차는 달라질 수 있다. 먼저, 논제를 분석하고 조건을 충실히 반영하여야 한다. 기본 문단은 논술 답안의 기본 골격으로, ‘서론-본론-결론’의 핵심 내용을 담아야 한다. 따라서 분석한 논제를 바탕으로 기본 문단을 구성하되, 내용 전개가 자연스럽도록 구상해야 한다. 문단 확장 시에는 문단의 내용과 관련 있는 내용이나 주장, 논거 등을 반영한다. 사고 확장 과정을 거치면서 문단의 논리를 보완하되, 논제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후, 세부 내용의 확장과 개요 퇴고를 해야 한다. 세부 내용 확장 단계에서는 확장된 문단들을 정리하면서 문단의 세부 내용에 대한 사례를 추가하고 문장 진술을 보완한다. 이후, 개요 전반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한다. 이러한 개요 퇴고를 거치며 답안의 통일성을 확보한다. 개요 퇴고가 필요한 까닭은, 글의 설계가 탄탄하지 않으면 글의 방향을 제대로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개요를 짜고서 답안을 작성한 학생 중에도 답안 작성 완료 후 교정 부호를 사용해 문단을 통째로 날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개요는 작성했으나 ‘개요 퇴고’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요 퇴고의 절차는 문단 간의 유기성을 점검 및 보완하는 작업이다. 그렇기에 개요 퇴고까지 한다면 문단 또는 문장을 통째로 날릴 일은 없을 것이다.

 

 한편, 핵심 어휘나 어구로 작성한 개요를 ‘화제 개요’라 하고, 완결된 문장의 형태로 작성한 개요를 ‘문장 개요’라 한다. 일반적으로 대입 논술에서 바람직한 것은 화제 개요를 짠 후 가급적 문장 개요까지 작성하는 것이다. 완결된 문장의 형태로 작성한 문장 개요를 깔끔하게 작성한 후 이를 답안지에 옮기면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시간제한이 있는 실전 논술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 꼭 필요한 내용을 문장 개요로 작성하고, 이를 활용하여 답안을 바로 작성하기만 해도 시험장에서 실수할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꼭 고집할 필요는 없다. 개요는 논술문 작성에 필요한 밑그림일 뿐, 최종적으로 평가자에게 보이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실제 개요 작성 시에는 자신이 편한 방식에 따라 화제 개요와 문장 개요 중 어느 하나를 택하여도 좋고, 둘을 섞어 써도 무방하다. 다만, 논제가 단순할 때는 화제 개요로만 작성해도 부담이 덜하지만, 논제가 복잡하거나 어려울 때는 문장 개요를 권하고 싶다. 또한, 논술은 기본적으로 독자인 평가자를 설득하는 글이며, 비판적 독자까지 설득할 수 있는 글일수록 좋은 답안이 된다. 머리로만 생각해서는 좋은 답안이 나올 수 없고 면밀한 작전을 짜야 좋은 답안이 완성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3. 기본을 지키는 것이 모든 시험의 정석

 

 분량 제한이 있는 논술 시험에서는 분량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각 문단에 어느 정도 분량을 할애할 것인지 미리 계획해야 답안에 필요한 내용을 알차게 담아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논술 고사를 포함한 모든 시험이 그러하듯, 제한 시간 내에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려면 실전에 임하는 마음으로 희망 대학의 답안지 양식을 활용해 미리 연습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에 따라 논술 유형만 다른 것이 아니라 문항 수와 답안 분량에도 차이가 있다. 인문 논술에서 한양대는 90분 동안 1,200자 분량 1문항이 출제된 바 있고, 성균관대는 100분 동안 3문항(답안 분량 미제시)이 출제되었다. 연세대, 아주대, 숙명여대 등은 문항 안에 하위 문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 논술 고사의 출제와 채점을 담당하는 대학에서 제공하는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논술 가이드북모의 논술 등을 찾아보아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요 작성 방법에 정답은 없다. 자신에게 편리하고 실제 도움이 되도록 작성하면 그만이다. 한 문단을 쓰더라도 핵심을 간결하게 전달하면서 논리적으로 빈틈없는 단락이 되려면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바로 개요 짜기라는 점을 생각하고 ‘무엇을’, ‘어떻게’ 쓸지를 생각하면 된다. 다만, 답안 설계 훈련을 할 때 대학에서 제공하는 예시 답안을 활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를 추천하자면 ‘역설계’를 들 수 있다. 채점자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은 답안을 해체하여 답안 작성 이전의 개요 상태로 돌려놓는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점차 답안 작성의 혜안을 갖추게 된다. 답안 개요는 ‘써야 할 대상’과 ‘조건’에 의해 규정되는데, 써야 할 대상을 놓치지 않고 조건을 잘 지킨 답안은 각 대학의 입학처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쌓여 있기에 훌륭한 교재가 된다. 이를 참고하여 문항별로 써야 할 내용의 분량을 어떻게 배분하였는지, 각 내용에 몇 문단과 몇 문장을 할애했는지를 따져 보면 자연스레 개요 작성 요령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보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논술 시험에서 평가자에게 좋은 점수를 얻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합격을 위해서는 우선 감점 요인을 피해야 한다. 구성 표현력과 관련한 유형별 감점 요인을 확인하고 이를 피하는 것이 곧 논술 대비법이기도 하다. 첫째, 지나치게 긴 도입부와 결론은 피해야 한다. 불필요하게 긴 도입부나, 본론에서 언급한 내용을 중언부언하며 결론에서 재차 제시하는 것은 감점 요인이 된다. 특히 요약형이나 설명형 문항에서는 서론이나 결론을 쓰지 않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논제의 요구 사항이나 글자 수에 따라 답안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복잡한 문장과 문단 구성 역시 피해야 한다. 문단의 구성은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무척 중요하므로 생각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개요에 맞추어 문단을 구성하도록 하자. 셋째,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은 답안 역시 감점 대상이다. 제시문을 무시하는 답안도 피해야겠지만, 제시문을 그대로 옮기는 것도 곤란하다. 특히 제시문의 내용 이해 여부를 묻는 문제에서 상당수의 학생이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곤 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제시문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여 자신의 표현으로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밖의 감점 요인으로는 내용 중복부적절한 어휘나 어법의 사용분량 미준수 등이 있다. 맞춤법이나 비문분량 등의 형식상의 항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답안 설계 단계에서 예방할 수 있는 문제들임을 알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수험생 모두 ‘개요’라는 설계도를 토대로 ‘합격 답안’이라는 견고한 건축물을 짓길 바란다.

 

 

참고 자료

대학별 2025학년도 논술 가이드북(각 대학 입학처)

대학별 2025학년도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각 대학 입학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6학년도 대입정보 119(대교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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