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 전형?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2024.12.03 43명이 봤어요

 

서울문영여자등학교 안지웅 선생님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였습니다. 교육 정책은 최소한 100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이유를 그럴듯하게 가져다 붙여서 그렇지 실제로는 ‘조변석개(朝變夕改)’의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2019년 정치권의 이슈로 인해 주요 16개 대학에서는 정시 전형 40% 이상 선발까지 이르게 되었고, 이를 지켜보며 차라리 정시 전형, 그러니까 수능 점수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제일 평등한 시험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수능 점수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수험생들의 수능 성적표의 결과 활용 차원에서 평등한 시험이라고 생각되는 것일 뿐, 이는 실제로는 형식적인 평등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학생이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 어떤 교육적․경제적 환경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점수를 얻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결과론적인 최종 점수, 그러니까 수능 점수만 보겠다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발 과정에서 기회 균등 전형 등의 일부 차별적 제한 조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어 일반화하기는 어렵고, 수능 점수로만 선발하는 과정이 평등하다거나 공정하다는 데 동의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과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수시 전형에서 최저 등급이 적용되는 경우 해당 등급을 충족하지 못해서 불합격하는 약 10% 정도의 인원도 결국에는 정시로 이월되기에 결과적으로는 위의 대학들은 약 50%에 해당하는 학생을 정시 전형으로 선발하게 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 16개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들은 수시 전형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학생부종합 전형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전형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2005학년도 고1 학생부터 호기심을 갖게 만들었던 것이 바로 학생부종합 전형인데 처음 도입된 2008 대입에서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이라는 명칭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각 대학에 재정 지원을 집중하면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빠르게 정착시켰습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 대입부터 ‘학생부종합 전형(이하, 학종)’이라는 명칭으로 바꾸면서 외부 활동의 학생부 입력을 금지하고, 교내 활동을 중심으로 자율, 봉사, 진로, 동아리 활동 위주인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평가가 강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논문, 교내 경시대회, 자율 동아리가 빈틈을 비집고 또 다른 소위 ‘스펙’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후, 대입 공정성 측면이 강조되며 2022 대입부터 소논문이 금지되고 2024 대입에서는 수상 경력, 개인 봉사 활동, 자율 동아리, 독서 활동 등이 모두 대입에 반영되지 않게 됩니다. 

‘평등’이라는 인간의 기본적 가치 아래 교육의 기회 또한 평등해야 한다면 입시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보정이 필요한 것이고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학종일 것입니다. 하지만, 소위 ‘좋은 학군’의 ‘좋은 학교’를 가거나 ‘좋은 교사’를 만나지 못한다면 불리한 거 아니냐고 비판한다 해도 반박이 쉽지 않은 전형이 학종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종은 수능과 더불어 우리의 주요한 대입 전형 중 하나이기에 제대로 알고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종은 학생의 단순한 성적뿐만 아니라, 개별 학생의 자기주도적인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통해 쌓은 역량뿐 아니라 잠재력, 그러니까 성장 가능성도 평가합니다. 이는 입시에서 단순히 시험 성적으로 판가름 하지 않는 종합적 평가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어, 잘 준비하면 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학종의 평가 요소와 준비 방법을 중심으로 어떻게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학생부종합 전형의 개념과 핵심 평가 요소

 학종은 교과 성적, 비교과 활동, 그리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종합적으로 정성 평가하여 학생의 전반적인 역량과 잠재력을 판단하는 전형입니다. 이는 단순히 숫자로 이루어진 성적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얼마나 균형 잡힌 학교생활을 했는지와 더불어 어떻게 자기 주도적으로 성장해 왔는지를 보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학은 학생의 학문적 열정뿐만 아니라 리더십, 협업 능력, 창의성, 인성 등을 대학이나 학과의 인재상에 맞게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미래 인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어찌 보면 완벽에 가까운 잠재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고 싶은 겁니다. 이 학종에서 학생 선발 시에 보는 공통 평가 요소는 학업 역량, 진로 역량, 공동체 역량으로, 학생들은 해당 항목에 따라 스스로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출처=「2021년 건국대·경희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 공동연구」 NEW 학생부종합전형 공통 평가요소 및 평가항목

 

 

 1) 교과 활동(학업 역량)

 학종에서 학생의 학업 역량을 확인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교과 성적을 기본으로 하되, 해당 과목을 몇 명이 수강했는지, 평균인 몇인지, 몇 점을 받아 해당 등급을 받았는지, 표준 편차는 얼마인지 등의 요소를 확인하고, 선택 과목에서의 성취도, 해당 성취도의 인원 등도 봅니다. 학기별, 학년별, 교과별 성적의 추이 또한 주목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을 학생의 학문적 깊이와 관심 분야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요소로 평가합니다. 특히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과목이 진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초점입니다. 예를 들어, 공학 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수학, 과학 등에서 높은 성취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영․경제를 희망한다면 사회 과학 전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수학 과목도 중요합니다. 단순히 높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과목에서의 심화 및 확장한 탐구 활동 또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됩니다. 각 교과군에서 1학년 때부터의 활동을 3학년 때까지 심화 및 확장하여 탐구하되 간학문적 연결이 되고,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면 더욱 좋습니다. 다만 과거에는 특정 ‘학과’로만 관심이 모여 있었다면 지금은 ‘계열’ 중심으로 넓게 활동을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비교과 활동(진로 역량)

 비교과 활동은 학생이 학업(교과 성적) 이외에 어떤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활동했는지를 평가하는 요소입니다. 자율 활동, 진로 활동,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 외에도 각종 프로젝트 활동 등을 통해 학생이 자신의 지적 호기심과 흥미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충족시켜 나갔는지 보여줘야 합니다. 학생이 특정 활동을 한 동기가 무엇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었으며, 그 과정을 통해 어떻게 성장했는지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배운 것’과 ‘알게 된 것’을 ‘써먹어’ 보거나 ‘작은 것’이라도 ‘변화를 일으키려는 노력’이 있었는가를 드러내면 좋습니다.

 

 3) 학교생활기록부의 관리

학종의 핵심 자료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입니다. 학생부에는 교과 활동은 물론, 비교과 활동(자율, 진로, 봉사, 동아리 활동) 등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과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행특)이라는 교사의 종합적 관점이 기록됩니다. 결국 학생부는 학생의 변화하는 과정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일종의 ‘성장 드라마’인 셈입니다. 따라서 학생은 고등학교 생활 동안 자신의 학업적 성취와 다양한 활동을 기록하고, 교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자신의 활동을 부각하여 학생부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작성되도록 해야 합니다. 대학별 혹은 학과별로 추구하는 인재상이 다르고 평가 요소의 비율도 상이하기에 학생은 희망하는 대학의 평가 요소에 대해서 유․불리를 고려하여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2. 학생부종합 전형을 준비하는 방법

 학종 준비의 핵심은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탐구 역량을 펼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OOO을 실시함’ 등으로 표현된 많은 활동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자신이 어떤 학생으로 성장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업과 비교과 활동 모두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쌓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한 점을 명확히 표현해야 합니다. 배운 것을 바탕으로 궁금한 점을 정리하면서 한 단계 더 나가 자기 주도적 심화 및 확장된 탐구활동을 펼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늘 ‘왜?’라는 고민을 하고 의문을 품어야 ‘탐구할 만한 주제’가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학업과 진로의 연계성 확보

 학생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스스로에 대한 탐색을 거쳐 입학 후에는 자신의 진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맞는 과목 선택과 활동을 연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의․약학을 목표로 한다면 지구과학보다는 화학과 생명과학 등의 과목에서 높은 성취를 이루고, 그와 관련된 연구 프로젝트나 실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누군가의 지도에 따른 활동보다는 자기주도적 활동이어야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성적만이 아니라, 전공에 대한 명확한 동기와 깊이 있는 탐구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최근 무전공 선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대학에서도 전과나 복수 전공이 용이해져서 반드시 해당 진로와 전공의 범위만을 타깃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관련성이 적어졌다 해도 다양한 방면에서 자신의 지적 탐구 능력을 보여주는 것, 말 그대로 ‘깊이’가 있어야 유리할 것입니다.

 

 2) 비교과 활동의 질적 관리

 비교과 활동에서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기보다는 깊이 있는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동아리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연구 프로젝트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낸다면 이는 대학 입학 사정관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또한, 봉사 활동이나 교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문제 해결 능력과 협력 능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활동의 양이 아니라,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깊이 있는 활동을 통해 배운 점을 명확히 표현하는 것입니다.

 

 3) 학교생활기록부의 지속적인 관리

 학교생활기록부는 1학년 때부터 꾸준히 관리해야 합니다. 학업 성취도와 비교과 활동 모두에서 자신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고, 교사와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호기심과 심화 탐구 활동의 내용, 느낀 점 등이 구체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개인이나 팀 프로젝트를 통해 탐구 역량을 발휘하고, 더불어 리더십을 보여주면 인성적인 면에서의 강점이 부각되며, 탐구나 실험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경험 등을 기록함으로써, 자신의 발전 과정을 구체적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학기마다 자신이 참여한 활동이나 학습 성과를 성찰하고 다음 학기에 해야 할 활동의 계획을 수립하여 일관성 있는 성장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 좋습니다.

 

 3. 학생부종합전형 준비 시 주목할 점

 학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단순한 스펙 쌓기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대학은 학생이 쌓은 활동의 양이 아닌, 그 활동을 통해 어떤 배움을 얻었고,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중시합니다. 따라서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1) 꾸준하고 일관성 있는 스토리 구축

 학종에서는 학생의 활동이 꾸준함과 일관성을 가지는 것이 유리한 편입니다. 예를 들어, 1학년 때는 인문학에 집중하다가 2학년 때 갑자기 공학 계열로 전환하는 모습은 일관성이 없는 활동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생활 전반에 걸쳐 자신이 어떤 진로 목표를 가지고 성장해 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진로나 전공에 대한 관심의 전환이 불리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왜 그렇게 관심이 바뀌게 되었는지에 대해 추측이 가능한 깊이 있는 고민과 탐구, 제반 활동들이 학생부(세특 등)에 잘 녹아 있으면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무전공 증가 추세에서는 이상의 변화가 학생의 폭넓은 장점이 부각될 수도 있습니다.

 2) 교사와의 소통 강화

 교사의 기록이 중요한 만큼, 학생은 교사와 꾸준한 소통을 통해 자신의 활동이 학생부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자신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적 호기심을 어떻게 드러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했는지, 어떤 갈등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을 교사에게 알려 기록되도록 해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자신의 활동에 대해 교사와 피드백을 나누고, 자신의 진로와 목표를 분명히 전달하여 교사가 학생의 성장 과정을 이해한 뒤 평가하여 기록해 준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3) 지속적인 피드백과 자기 성찰

 학종에서는 단순히 기록된 활동이 아니라, 그 활동을 통해 어떤 성장을 이루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속적으로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의 활동을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명확히 기록해야 합니다. 학기별, 학년별, 교과별, 비교과 활동별 실시한 활동을 목록화하여 심화, 확장할 수 있는 것을 계획하고 행한 것을 반성하여 스스로에게 꾸준히 피드백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대학은 학생이 어떤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했는지 확인하여 잠재력 넘치는 좋은 인재를 선발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학생부종합 전형은 단순한 성적 경쟁을 넘어,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전형입니다. 고등학교 생활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대학에 자신이 미래에 어떤 인재가 될 것인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과 점수에 집중하여 교과 전형이나 궁극적으로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학교 생활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 발전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결국 학종은 대입 전형의 한 종류를 넘어 장차 사회인으로서,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재로서의 성장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업 성취와 더불어 비교과 활동에서의 의미 있는 경험을 꾸준히 기록하고 관리하여,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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