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 수능 준비

2024.11.25 76명이 봤어요

 

인천하늘고등학교 이성호 선생님

 

 

1. 앞으로의 수험생들에게

 

교육과정이 끊임없이 개편되고 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라는 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학력이 경제성과 깊은 연관성이 있기에 평가에 있어 효과성보다 효율성과 형평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시가 수시보다 형평성 측면에서 낫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에 더해 의대 증원의 영향으로 이번 2025 수능에 N수생 인원은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다. 이러저러한 문제로 수능의 교육적 효과성과 대입 시험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있어 왔지만, 여전히 정시의 위상은 건재하기만 하다. 예를 들어, 모의고사가 전국 단위인 이유는 수시와 같은 학교 단위에서의 공교육이 얼마나 잘 실현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여러 가지 능력을 평가하는 수시와 달리 정시는 지엽적인 능력만 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음에도 계속 전국 단위 시험을 봐야지만 전국의 교육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듣기, 말하기와 쓰기도 학교 교육의 평가 요소에 들어가지만 수능에서는 오로지 읽기만이 평가 요소에 들어간다. 수시에 비해서 정시가 평가 요소가 지엽적임에도 정시가 중요시 되는 것은 정성평가보다 정량평가의 요소가 현재 대입에서 중요시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2018년 교육부에서 상위 대학의 정시 비율을 규정한 것은 선발의 형평성 등 여러 측면에서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읽기 능력을 시험하는 수능은 어떻게 해야 잘 준비할 수 있을까? 사실 실제 시험 준비는 수험생들이 하는 것이기에 교사들이 말하는 것보다는 열심히 준비한 수험생들의 실제적인 팁을 듣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모든 과목을 종합하는 문제 풀이에 있어선 한 과목만 맡는 교사보다는 수험생이 더 도사다. 교사들이 공부 방법에 대해 팁을 줄 수는 있겠지만, 실제 수능을 위한 사교육이나 공부 준비 기간 등에 대해 자세하게 알기는 힘들다. 특히 잘하는 수험생들의 공부 방식은 교사의 팁보다 더 큰 동기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수험생들에게 필요한 수험 계획을 교사의 관점뿐만이 아니라 모의고사 종합 상위 1% 대의 자사고 상위권 학생들 7명의 관점에서 함께 구성해 보았다. (7명의 학생들은 A부터 G로 지칭한다.) 

함께한 학생들은 처음부터 잘한 학생들도 있지만, 어느 순간 성장한 학생들도 있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목표와 공부 방법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자신의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공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2. 지금부터 공부한다면 현실적으로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

 

교육과정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2022 교육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단연 탐구 과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선택과목에서 완전 공통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모든 과목이 공통으로 바뀌면서 영향을 받는 것은 국어와 수학 또한 마찬가지지만 범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국어와 결과적으로 범위가 줄어드는 수학과 달리 탐구는 범위 자체가 예상되지 않을 정도로 크게 변동될 예정이다. 과학의 범위가 모두 들어가면서 예측할 수 없게 변동될 예정이지만 지금 고등학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기에 아직 크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과정 변동과 상관없이 사실 학생은 학생답게 주어진 공부에만 충실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충실하다는 의미와 좋은 성적의 의미가 학생마다 다를 수 있다. 하위권 학생이면 올라갈 곳이 많으므로 목표를 높게 잡아도 되지만, 상위권 학생이면 올라갈 곳이 많지 않기에 현실적인 수준으로 목표를 잡아야 한다. 자사고 상위권 학생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자면 자신이 평균 6등급이라면 1~2년 동안 평균 3등급까지 올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자신이 평균 3등급이라면 1~2년 동안 평균을 1.5등급 정도로 잡는 것이 좋다고 한다. 즉 평균 이하면 3등급 상승까지 노려볼 수 있고, 평균 이상이면 2등급, 상위권이면 1등급 상승을 현실적으로 노려봐야 한다. 자사고 상위권 학생들이기에 평균 등급이 2등급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는 학생들이지만, 어떤 과목은 약세여도 충분히 올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성적 상승이 충분히 가능한 과목은 바로 탐구다. 학생E의 경우, 사탐 한 과목은 1등급이 나오지만 다른 한 과목이 2학년 내내 3등급이 나왔지만, 3학년 3월 이후부터 쭉 1등급을 맞고 있다. 탐구는 고2 겨울방학 이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기에 사회탐구 과목은 공부 시간만 충분히 투자한다면 1등급이 가능하다고 학생E는 말한다. 과학 탐구 과목의 경우도 현재 3등급이어도 충분히 1등급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상위권 학생들의 정론이다. 학생D의 경우 과탐 1과목은 1~2등급이었지만 다른 한 과목이 2학년부터 3학년 7월까지 3등급 이하였지만, 9월과 10월에 1등급으로 사교육 없이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수학의 경우는 최근 점점 어려워지는 경향과 이과 편중, 거기에 더해 의대 선호 경향으로 1등급은 무리일 수도 있지만 2등급만 맞아도 줄어든 학령인구를 고려했을 때 상위권 대학 지원도 충분히 가능하다. (2025학년도 기준, 등급으로만 보았을 때 국영수과탐 기준 21222를 맞은 학생이 진학사 정시 모의 지원 시 고대 ~과까지 가능하다고 나온다.)

등급은 상대평가인데 자신이 공부할 때 남들도 공부하기에 올리기 어렵지 않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당연히 지금처럼 공부하면 지금 성적에서 변하지 않을 것이다. 등급과 시간이 비례하지는 않지만, 공부량은 등급에 비례한다.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은 지금보다 더 공부에 힘써야 하겠지만, 상상하는 것만큼 힘들진 않을 것이다. 시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쓰면 될 뿐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은 성적 상승에 있어 필수적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공부 방법이라고 하지만 그 공부 방법의 구체적 의미가 효율성이라는 것을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효율성이라는 것은 같은 시간 대비 더 큰 효과를 뽑아내는 비율을 의미한다. 이는 공부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루 공부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5시간 동안 수학 문제 50문제를 풀 수 있고 3시간 동안 수학 문제 40문제를 풀 수 있다면 3시간만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은 쉬는 것이 나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같은 시간 대비 남들보다 더 많이 풀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남들의 하루 분량이 100문제고 이것에 5시간이 걸릴 때, 처음에는 5시간이 걸렸다면 푸는 시간을 늘려 120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4시간, 3시간으로 줄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이전까지는 진심으로 집중해서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수험생이라면 양치기를 각오해야 한다. 양치기의 핵심은 똑같은 문제 수를 특정 시간을 두고 풀고 이 시간을 점점 줄여나가면서도 푸는 실력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빨리 푼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먼저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력을 갖춘 후 점점 더 시간을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 점점 더 익숙해지는 과정이 수험생이다. 이 과정에서 맞는 점수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원점수보다는 등급에 신경 쓰고 등급이 안정된다면 표준점수, 백분위에 신경 쓰자. 자신의 실력에 필요한 점수만 적고 그 점수의 흐름이 괜찮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3. 지금은 필요한 만큼만 시간을 활용해보자.

 

상위권 학생들이 공통으로 입을 모아 하는 말은 순공(순수하게 공부를 집중해서 하는 것) 시간을 통해 공부를 효율적으로 해야만 위와 같은 성적 향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루에 필요한 공부량을 정해놓고 푸는 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자신의 순공 시간이 나올 것이다.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거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 처음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더라도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일 각오로 같은 문제량을 더 짧은 시간 안에 풀려고 시도해야 한다. 오답률이 높아지더라도 계속 시도하면 짧아진 시간 내에 오답률은 다시 낮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시간은 무엇을 하면 될까? 놀면 된다. 남들이 5시간 안에 끝내는 분량을 자신이 3시간 만에 끝냈다면 그 2시간은 온전히 본인의 시간이다. 다른 공부를 더 해도 되지만, 책을 읽든 게임을 하든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순공 시간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나면 4시가 넘으므로 저녁시간을 빼고 이동하는 시간도 빼고 SNS도 하고 게임도 하고 하면 순공 시간은 3시간도 확보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하루에 순공 시간이 3시간만 돼도 그날은 성공한 것이다. 그 정도로 하루에 제대로 공부하는 시간을 잡기란 어렵다. 기숙사 고등학교의 경우 이동 시간이 없기에 순공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지만 일반고의 경우 등하교 시간과 학원을 왔다 갔다 하는 시간조차도 다 하나하나의 허비되는 시간이다.

이런 낭비되는 시간을 아껴야 조금이라도 순공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수능 공부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규칙적인 시간 확보이다. 수험생이 되어도 이벤트는 계속 생겨난다. 친구들과 놀아야 하는 시간도 있을 것이고, 수시 원서도 써야 하며, 100일 이벤트, 50일 이벤트, 정기고사 등 루틴을 깨는 수많은 이벤트가 발생한다. 이런 이벤트들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벤트에 휩쓸린다는 것은 그만큼 외부 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수험생활을 한다면 먼저 노는 시간마저 규칙적으로 정해놓자. 그리고 자신이 확보할 수 있는 시간과 아낄 수 있는 시간을 정해서 공부 시간 자체를 늘려보자. 순공 시간을 늘리는 것은 그다음이다.

순공 시간을 당장에 늘릴 필요는 없다. 수험생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고2 2학기 기말고사 이후부터 순공 시간을 잡아도 상 관없다. 이 시기 이전부터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 준비만 할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 주어지는 당연한 공부를 고등학교 2학년까지 하고 각 학년에서 보는 모의고사만 봐도 충분하다. 미리 3학년 모의고사를 다 풀어두면 나중에 가서 풀 것이 없기에 3학년 모의고사는 3학년 초에 풀어도 괜찮다. 인터뷰한 모든 학생들의 공통점은 다른 건 다 3학년 때 해도 무방하지만, 수학만큼은 미리 끝내놔야 한다고 말한다. 수능 공부는 수험생이 되어서 해도 충분하다. 물론 이전까지 수시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이라면 공부에 대한 기본 습관이 있기에 그런 것이지만 자신이 베이스가 없다고 생각하고 정시에 관한 결정이 빨리 됐다면 그때부터가 수험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부터 결심하고 공부해도 충분하다.

 

 

4. 수험생들이 명심할 첫 번째 : 정시 파이터는 진짜 파이터가 아니다.

 

최근 정시 준비를 이르게 하기 위한 자퇴생이 늘고 있다는 기사가 있다. 19년도에서 20년도로 지나갈 때 급격히 줄었던 자퇴생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가 되는 것은 코로나의 역할도 크겠으나, 서울 강남 쪽이 가장 자퇴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아 정시 또한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최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검정고시 학생들 비율이 2019년도에 0.7%에서 2022년 1.3%까지 상승했으니 분명히 유의미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정시의 의도가 미리 자퇴하여 정시 공부에만 집중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정시 말고 그 어떤 선택지도 내버려둔 채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 그 누구에게도 좋을 리는 없다. 자퇴생이 늘어나는 만큼 그 이면에 친구도 취미도 포기한 채 공부만이 남은 학생도 늘어났을 것을 생각하면 정시에 매몰되는 것이 좋은 삶은 아니다.

흔히 정시에만 집중하는 수험생을 정시파이터라고 하는데 사실 정시파이터는 학교 공부를 포기한 사람들의 이름에 가깝다. 상위권 대학의 정시 반영 비율이 물론 높지만, 정시와 수시는 본디 병행해야 하는 것이 학교 공부의 기본이다. 학교 생활에 충실하면 항상 결과는 따라온다. 수능도 수시와 마찬가지로 한 번에 역전할 기회가 아니라 수많은 과정 중 하나의 평가일 뿐이다. 당장 상위권 대학에서 정시 비율이 높다고 했지만, 다른 대학에 비해 높은 것일 뿐 수시와 비교하면 6:4 정도로 수시보다 낮다. 또한 수시는 여러 번 도전하며 쌓아가는 것이지만 정시는 한 번의 결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도 사실이기에 둘 중 하나만 노리는 것은 좋은 공부 방향이 아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들에게 수능이라는 한 가지의 목표가 있을지언정 그것이 한 가지의 목적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수능이 중요할 수는 있지만, 삶 전체와 비교할 수는 없다. 목표에 목적이 휩쓸리면 안 된다. 수능에 집중한다고 모든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시험의 본질은 공부 과정에 대한 평가이며, 공부의 본질은 ‘노력’에 있기 때문이다. 노력이란 어떻게 하면 고득점을 맞을 수 있을지 자신에 대해 알고 학문에 대해 아는 것까지 포함된다. 지엽적인 정시 공부에만 매몰되면, 대학 생활에서 필요한 나머지 능력을 얻지 못하게 된다. 조별 활동, 글쓰기, 발표 등 살아가면서 필요한 학업 역량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정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