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 이해하기

2024.11.19 168명이 봤어요

 

배재고등학교 장지환 선생님

 

 

 

대입에서 수능의 의미

 

대입에서 학생을 평가하는 주체는 고교, 대학, 국가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주체인 고교에서는 지필평가, 수행평가 등으로 학생을 평가하여 학생부의 교과 영역과 교과 외 영역에 그 평가 결과를 기록한다. 학생을 선발하는 주체인 대학에서는 면접, 논술, 실기 등으로 학생을 평가하여 전형에 반영한다. 교육과정을 설계한 국가에서는 전체적인 시험, 수능을 통해 국가가 설정한 기본적인 학습 능력에 도달했는지 확인한다. 

수능(修能)이란 대학수학능력시험(大學修學能力試驗)의 줄임말로 국가에서 주도하여 대학에서의 학습 능력이 있는지 측정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전에 실시되던 학력고사가 특정 교과의 지식 위주의 문제로 구성되었는데 수능은 이를 대체하는 시험으로 1994년에 도입되었으며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도입 당시 수능은 고교, 대학의 평가를 보조하는 시험으로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충분히 맞출 수 있는 문제를 추구하였다.

 

수능 과목의 구성

 

처음 수능은 종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고자 함에 따라 시험 영역을 언어영역, 수리·탐구(Ⅰ)영역, 수리·탐구(Ⅱ)영역, 외국어영역으로 구성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여러 가지 교육 이슈에 의해 수능 영역은 교과로 구분되어 국어영역, 수학영역, 영어영역, 사회탐구영역, 과학탐구영역, 한국사영역, 제2외국어·한문영역으로 변경되었다. 또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일반선택, 진로선택 과목을 도입함에 따라 2022학년도 수능부터 국어영역에서는 문학, 독서는 공통으로 응시하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1과목을 선택하도록 하였으며, 수학영역은 수학Ⅰ, 수학Ⅱ는 공통으로 응시하고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중 1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수능 성적의 이해

 

초기 수능에서의 성적표는 아래와 같이 표기되었다

[표1] 초기 수능 성적표 양식

 

여기서 성적이란 원점수, 즉 문제에 표기된 배점을 더한 점수를 의미한다. 백분위는 성적의 상대적 서열을 나타내는 수치이다. 성적표에 표기된 백분위는 응시 학생 전체에 대한 그 학생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 집단의 비율을 나타낸 수치이며 산출 공식은 아래와 같다.

 

[표2] 백분위 산출식

 

총점에 대한 백분위를 입시 현장에서는 누적백분위라고 하며 정시에서 지원가능 대학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이는 각 과목 백분위의 평균이 아니라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1999학년도 수능부터 사회, 과학탐구 영역에 선택과목이 도입됨에 따라 표준점수 제도가 도입되었다. 난이도가 다른 과목의 원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은 쉬운 과목을 잘 보는 학생이 유리해지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점수 분포를 같게 보정하여 산출한 표준점수를 비교하도록 하였다. 표준점수 산출식은 다음과 같다.

 

[표3] 표준점수 산출식

 

표준점수를 쉽게 설명하면 평균에서 멀어진 정도라고 판단하면 된다. 본인의 원점수가 전체 평균과 같다면 표준점수는 100점(탐구의 경우 50점)이 된다. 원점수가 평균보다 높다면 표준점수는 100점보다 높고, 반대로 평균보다 낮으면 표준점수는 100점보다 낮다. 이론상 표준점수로 산출된 백분위와 등급은 아래와 같이 거의 일정하게 된다.

[표4] 표준점수 대비 백분위, 등급

 

위 표를 잘 살펴보면 평소 교과에서도 적용되는 백분위 등급 비율은 표준점수에서 산출된 값(10점 간격 점수)임을 알 수 있다.

 

한편 표준점수를 통해 과목 간 난이도를 비교할 수 있다. 각 과목 만점자의 표준점수, 즉 최고표준점수가 높다면 평균이 낮다는 의미이므로 그 과목은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표준점수의 도입은 결국 어려운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 점수가 높게 산출되어 유리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최고표준점수는 매 시험의 쟁점이 되고 있다.

[표5] 모의고사 및 수능 최고표준점수 추이(2021년~2024년)

 

한편 2022학년도 수능부터 국어, 수학의 선택 과목이 도입됨에 따라 국어는 공통과목(독서, 문학) 76점, 선택 과목(화법과작문, 언어와매체 중 택1) 24점, 수학은 공통과목(수학Ⅰ, 수학Ⅱ) 74점, 선택과목(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중 택1) 26점이 배점되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여러 단계로 표준점수를 산출하게 되었다.

 

[참고 5] 국어, 수학 표준점수 산출 과정

 

이 과정에서 눈여겨봐야 할 과정은 ‘①조정 원점수’ 산출이다. 여기에는 공통과목의 평균 점수가 높은 선택과목 집단이 다른 선택과목의 집단보다 상대적으로 뛰어난 학생들이라는 전제하에 아래와 같은 공식을 사용해 선택과목 집단의 공통과목 성적을 기준으로 선택과목의 원점수를 조정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서로 다른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을 공통과목 원점수를 기준으로 선택과목 원점수를 보정해 산출할 수 있게 되었다.

[참고 6] 2024년 9월 시행 고3 모의고사 표준점수 대비 원점수 추정

 

문제는 위와 같이 원점수의 평균이 높은 과목을 선택하였을 때 같은 원점수에도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발생하였다. 국어에서는 언어와 매체, 수학에서는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은 같은 원점수에도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게 됨에 따라 현장에서는 교육과정의 의도와는 상반되게 해당 과목으로의 선택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또 대학의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미적분, 과학탐구를 선택한 자연계열 성향의 학생이 지원하는 교차 지원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부작용에 따라 2028 대입제도 개편에서 수능의 모든 영역 내에서 과목 선택은 폐지되었다.

 

수능 성적과 정시 수능위주전형에서의 합격

 

수능에서 문제를 많이 맞힌다면 정시 수능위주전형에서 합격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답은 ‘합격할 확률은 높겠으나, 합격을 보장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능성적은 원점수가 아니라 표준점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표준점수가 높다면 정시 수능전형에서 합격할 수 있을까? 이 또한 ‘합격할 확률은 높겠으나, 합격을 보장하지 않는다.’이다. 그렇다면 표준점수가 합격을 보장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며, 명확한 정시 수능위주전형의 합격 공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주제는 다음 칼럼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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