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6 364명이 봤어요
충남삼성고등학교 양병문 선생님
2022 개정 교육과정,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을까?
교육부는 2022개정 교육과정을 2022년 12월에 고시하였고 올해 8월에는 자사고, 특목고 중 일부(외고, 국제고)를 존치하는 수정안을 고시하였다. 또한 2023년 12월에는 2022개정 교육과정을 처음으로 이수할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8 대학 입시 제도 개편 확정안’을 발표하였고, 지난 9월에는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의 예시 문항을 공개하였다. 많은 언론이나 입시 관련 전문가들은 개정될 교육과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 모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하는 동시에 대입에도 많이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교육과정의 범주에서만 본다면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던 바와 같이 2015개정 교육과정과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인간상과 핵심 역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즉, 두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키워내고자 하는 인재상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고, 대학에서도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인재상은 지난 교육과정의 그것과 매우 비슷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 단, 인재상 이외에 과목 편성 지침이나 평가 방법 등은 변동된 부분이 있고, 그중 대부분은 이전 칼럼들에서 설명하고 있으므로 이 글을 읽기 전에 이전 글들을 먼저 읽기를 추천한다.
앞으로 연재할 주된 내용은 교육과정, 수업, 평가, 기록의 관점에서 학생에게 유용한 학교생활의 방향성을 안내하는 것이다. 또한 대학 입시 제도의 변화에 따라 학생 개인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방법 등도 안내하고자 한다. 이번 주제에서는 2015개정 교육과정과 2022개정 교육과정의 인재상과 핵심 역량을 비교해 보고,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어떤 부분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보고자 한다.
두 교육과정은 모두 역량 중심 교육과정 · · · 좋은 학교생활기록부는 역량 중심으로 작성된다.
2015개정 교육과정과 2022개정 교육과정은 모두 ‘역량’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이다. 두 교육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역량’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역량’은 ‘특정 상황이나 역할에서 효과적인 임무 수행을 위한 지식, 기술, 태도를 포함하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은 ‘문제 해결 능력’이 좋은 학생으로 이해할 수 있고, ‘지식정보처리 역량’이 높은 학생은 평소 수학 문제를 풀면서 지니게 된 문제 해결 능력과 다른 과목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여러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학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입담이 좋고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여 인기가 많은 학생은 ‘의사소통 능력’이 좋은 학생으로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의사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학급에서 생기는 여러 갈등을 대화 및 토론을 통하여 합의점에 이르도록 이끄는 능력이 있다면 이 학생은 ‘협력적 소통 역량’이 높은 학생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15개정 교육과정 이전의 교육과정에서는 ‘역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위에서 말한 개념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역량’이라는 개념이 도입됨으로써 교과 수업이 단순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사는 학생이 교과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여 새로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학생이 배운 내용을 적용하고 해결하는 부분은 기존에 있던 선택형, 서답형 고사로는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 학생의 적용 능력과 해결 능력은 수행평가를 이용해 어느 정도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수행평가의 결과를 숫자로 기록하는 방식으로는 위 능력을 온전히 보여주기 어렵다. 왜냐하면 학생 A, B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제시한 해결책이 모두 완벽해서 100점을 받을 수는 있지만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100점이라는 점수로는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치화할 수 없는 영역은 평가자가 기록으로 남긴다. 여기서 평가자는 교과 수업에서는 수업 교사가 될 것이고, 창의적 체험활동에서는 대부분 담임 교사가 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명의 평가자가 이 학생을 평가해 놓은 기록 전체를 우리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라 한다. 생기부는 평가 기록이므로 생기부에서 작성된 기록은 지필평가에서 받는 평가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즉, 평가자 A가 학생에 대해 평가한 기록을 다른 사람이 임의로 수정하면 지필평가의 성적을 수정하는 것과 같다. 대입 전형 과정에서 학생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생기부에 작성된 기록을 본다. 그리고 교과 세특이나 창체 세특 등의 여러 기록을 보고 이 학생이 어떤 ‘역량’을 가졌는지를 판단한다. 만약 학생이 좋은 생기부가 뭐냐고 질문한다면 그것은 핵심 역량을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생기부이고, 그러한 생기부는 자신이 평소에 쌓은 지식이나 기초 능력 등을 바탕으로 학생이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이를 성찰하며 스스로 성장해 나간 기록이 들어있는 생기부라고 답할 것이다.
핵심 역량 중 첫 번째는 자기관리 역량 · · · 스스로 설계하고 도전하는 기록이 좋은 생기부를 만든다.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자아 정체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과 진로를 스스로 설계하며 이에 필요한 기초 능력과 자질을 갖추며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기관리 역량을 핵심 역량 중 첫 번째로 제시하고 있다. 즉, 학생이 고등학교 재학 기간(혹은 이전부터)에 자신의 희망 진로(혹은 계열)를 정하고 진로에 맞춰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스스로 선택하고 수강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은 자기관리 역량을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된다.
자기관리 역량이 높은 학생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자신의 삶과 진로를 스스로 설계하는 자기주도적인 학교생활을 해온 학생이다. 예를 들어 과목 선택의 기준을 수행평가가 힘들지 않은 과목이나 수강자 수가 많아서 내신 등급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생각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목 선택의 기준은 자신의 삶과 진로를 스스로 설계하기 위한 과목 선택이라고는 보기 어려우므로 자기관리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선택은 아니다. 또한 여러 분야의 기초 소양을 쌓지 않은 채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과목 혹은 자신이 흥미 있는 과목만 수강하는 것도 자기관리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목 선택은 아니다.
그렇다면 자기관리 역량을 높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과목을 선택해야 할까? 이 질문은 ‘자신이 진로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과목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꿔볼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정의하는 것이다. 학생마다 조금씩 정의를 다르게 할 수 있겠지만 교육과정의 관점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적성과 진로에 부합하는 과목, 다른 하나는 적성과 진로에는 관련이 없지만 학생의 기초 소양을 키우는 과목이다.
적성과 진로를 나누어 설명하는 이유는 용어의 쓰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적성’은 어떤 일에 알맞은 사람의 성격이나 능력이고, ‘진로’는 장래의 삶의 방향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적성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진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미술을 잘한다고 해서 꼭 미대에 진학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적성과 진로가 다름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대개 학생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하고 싶어하므로 학생의 적성에 따라 진로를 선택한다. 만약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 진로를 정하지 않고 과목을 선택한다면,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인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다. 따라서 학생은 공통 선택 과목을 이수하는 1년 동안 진로와 직업 교과 수업, 창의적 체험활동 내 진로 활동 시간 등을 활용해 어느 정도 자신의 진로를 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지침을 만들어 도움을 주고 있다.
2022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교육과정 편성 운영 기준에 따르면 과목의 교과(군)을 국어, 수학, 영어, 사회(역사/도덕 포함), 과학, 체육, 예술, 기술·가정, 정보, 제2외국어/한문, 교양으로 분류하였고, 공통과목 수강 후 이수할 선택 과목을 학생의 적성·진로에 따라 일반 선택, 진로 선택, 융합 선택으로 분류하였다. 학생은 공통과목을 이수한 후 관심 있는 교과(군)들과 진로를 선택한다면 먼저 일반 선택 과목을 이수하고, 이후 진로 선택 과목이나 융합 선택 과목을 선택하여 수강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최근 배포한 2022 개정 교육과정 과목개설 안내서에는 진로마다 추천 수강과목을 제시하고 있고, 내년 혹은 내후년에는 일부 대학에서 모집 학과의 이수 권장과목을 제시할 것이다. 이 자료들은 위 고민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표1> 2015개정 교육과정과 2022개정 교육과정 고등학교의 보통 교과 편제와 성격 비교. (2022개정 교육과정 총론(2022). 교육부.)
또 2022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해설에 따르면 교과(군)별 필수 이수 학점을 제시하여 학생이 균형 있게 교과를 이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즉, 적성과 진로에는 관련이 없을 수 있지만 학생의 기초 소양을 키우는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이 과목들은 자신의 진로와는 관련이 없으므로 굳이 이 과목들에서까지 진로에 맞춰 수행평가 주제를 선정하거나 추가 탐구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학생이 희망하는 진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는 것인데 학교에서 필수 교양으로 지정하여 수강하는 보건 수업까지 알고리즘이나 코딩 내용으로 수행평가를 준비할 이유는 없다. 처음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학생이 이 과목을 수강하도록 했던 취지는 ‘기초 소양’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학생도 취지에 맞는 수행평가를 준비하고 관련 내용을 탐구하는 것은 학생의 자기관리 역량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표2> 일반 고등학교와 특수목적고등학교의 학점 배당 기준 :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 원하는 학교 교육의 방향은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고 폭넓고 다양한 세계에 대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과정은 특정 교과 영역에 편중되지 않는 폭 넓고 균형 있는 교육과정이 되어야 한다. (2022개정 교육과정 총론(2022). 교육부.)
학교 현장에서 근무해 보면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진로 선택 과목 A와 진로 선택 과목 B 중에 어느 과목을 수강해야 대학에 유리할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아쉽게도 위 질문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해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 질문에 대답은 교사에게서 나올 수 없고, 질문을 하는 학생 자신이 설계한 계획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진로 선택 과목에서도 상대 평가가 적용되기 때문에 설계한 대로 과목을 수강하는 것에 위축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이 내신의 부담 때문에 설계했던 과목을 수정한다면 그것 역시 현재 상황에서 자신에게 가장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 생각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며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도전하고 탐구하는 것이 결국 자신의 ‘자기관리 역량’을 높이는 방법이므로 평가자는 자신 있게 도전하고 탐구했던 기록을 남긴 학생에게 매력을 느낄 것이다.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은 그대로, 변한 것은 평가 방법
교육과정의 관점에서 보면 2015개정 교육과정과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대동소이하다. 2022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갖춘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평가 체계를 구축해 주는 것이다. 평가 체계가 교육과정을 반영하지 못하면 결국 이 교육과정에서 원하는 인재는 길러질 수 없다.
#교육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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