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2 90명이 봤어요
영락고등학교 김재호 선생님
지난 두 번의 칼럼에 걸쳐 ‘2028학년도 대입 개편과 진학’,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내신 성적 5등급제와 진학’ 두 주제를 살펴보았습니다. 핵심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먼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선택형 수능에서 융합적 지식을 중시하여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운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국어 영역은 2027학년도까지의 수능과 달리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두 과목 중 하나를 선택하던 것에서 작문을 독서와 묶은 ‘독서와 작문’, 언어를 화법과 묶은 ‘화법과 언어’를 모두 치르도록 범위를 넓혔습니다. 반면에 수학 영역은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로, 탐구 영역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으로 범위를 대폭 줄였습니다. 이로 인해 2028학년도 ‘수능의 변별력’은 현행 수능보다 낮아질 것입니다.
내신과 관련해서는 9등급제를 5등급제로 변경하여 과목별 경쟁을 완화했지만, 3년 동안 전 과목 1등급을 받는 학생 숫자가 9등급제에 비해서는 대폭 늘어나 변별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문제를 다뤘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진로 선택 과목이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뀌면서, 등급 산출 과목이 증가했고, 학년 구분 없이 학기마다 등급이 산출되는 과목 수가 7~8과목으로 비슷해짐으로써 전체적으로는 어느 정도 변별이 될 것이라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럼에도 최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내신 성적 동점자가 많아 9등급제에 비해 ‘내신의 변별력’이 낮아질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결국, 수능과 내신 성적 모두 충분한 변별력을 갖추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 10월 19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한 국회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1학기 전 과목 1등급을 받은 학생은 총 1,009명이었습니다. 이는 서울의 고등학교 1학년 전체 학생 수 5만 8,828명의 1.72%로서, 고교학점제 시행 전인 2023학년도 1학기 전 과목 1등급 학생 수 121명(0.18%)보다 약 8~10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표 1> 서울시 교육지원청별 전 과목 1등급 학생 비율과 인원-진선미 국회의원실
그러나 이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위 자료를 근거로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수 42만 5,400명에 단순히 대입해서 전 과목 1등급 학생 수를 7,317명으로 계산한 뒤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3,092명)과 서울대 모집 인원(3,556명)을 합한 수치와 비교하여 전 과목 1등급을 받아도 의대나 서울대 진학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은 아직은 섣부른 것으로 보입니다. 3학년 1학기까지만 잡아도 아직 4학기가 남았고, 특히, 2, 3학년은 선택 과목 위주로 성적이 산출되기 때문에 전 과목 1등급자의 비율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이번 자료를 통해 3학년 1학기까지 전 과목 1등급인 학생 비율이 5%가 될 것이라는 극단적 주장은 비현실적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혼란스럽고 걱정이 크겠지만, 최대한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며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제도 변화로 대입 전형 평가 자료가 변하면 이에 대응하여 대학들은 전형 요소나 평가 방식을 바꾸게 됩니다. 즉, 평가 자료나 요소, 제도가 바뀌어도 대학들은 충분히 변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확인해 보겠습니다.
1. 의대 동점자 사례
9등급제에서도 소위 ‘의치한약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경합하기에 동점자가 나오는 상황이 많이 생깁니다. 다음은 2025학년도 입시에서 5개 대학의 의대에서 동점자들이 합격한 사례로서, 최종 등록자 50% 커트라인과 70% 커트라인이 모두 1등급입니다.

<표 2> 의대 전 과목 1등급 동점자 변별 사례
이들 대학은 내신이 모두 1등급인 지원자들을 어떻게 변별했을까요? 전형 요소가 내신 성적만이었다면 변별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합격에 필요한 전형 요소로 내신 성적 외에도 수능 최저학력기준, 면접, 정성평가 등과 ‘동점자 처리 기준’을 활용하여 동점자들을 변별한 것입니다.

<표 3> 의대 전 과목 1등급 동점자 변별 요소
학생부교과전형인데 수능 최저학력기준(이하 수능 최저)이 없는 건양대는 동점자 처리 기준이 매우 촘촘합니다. 순천향대는 면접이 없고 동점자 처리 기준도 2단계에 불과하지만, 높은 수능 최저가 특징입니다. 경희대는 상대적으로 수능 최저가 낮고 면접 대신 ‘교과종합평가(정성평가)’를 활용하며 동점자 처리 기준을 7단계로 세분화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인 원광대는 수능 최저나 동점자 처리 기준 없이 면접만으로 변별했습니다. 의대 사례이기는 하지만, 전 과목 1등급인 지원자들이라도 충분히 변별하여 선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 가천대 2025학년도 지역균형 전형 1단계 사례
가천대는 2025학년도 지역균형 전형을 특이하게 설계했습니다. 학생부교과전형임에도 내신 석차 등급이 아닌 성취도 A, B, C로 성적이 산출되는 진로선택과목만을 반영해서 1단계 7배수를 변별했습니다. 성취도만 반영하므로 동점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전형인데 3단계의 동점자 처리 기준만으로 7배수를 확보한 것입니다. 가천대에서 적용한 동점자 처리 기준은 단 3단계였습니다.
1) 반영된 진로선택과목의 이수 단위 합이 높은 자
2) 반영된 진로선택과목의 성취도 「A」 부여 비율 평균이 낮은 자
3) 영어 교과 백분위 우수자
1단계 7배수 선발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시행하여 최종 합격자를 선발했습니다. 내신 석차 등급이 없어도 대학은 학생들을 충분히 변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3.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사례
요즘은 보통 수능 성적표에 표준점수, 백분위 점수, 등급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2008학년도는 수능 성적을 등급만 제공하였습니다. 원점수나 표준점수, 백분위 점수 등을 제공하지 않은 유일한 해였고, 대학들은 정시모집에서 등급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해야 했습니다.
당시 서울대는 수능 전 영역 만점 지원자 289명 중 140명이 합격하고 149명이 탈락했습니다. 1단계에서는 수능 성적만으로 인문 2배수, 자연 3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학생부 50%(교과 40%+교과 외 10%), 논술 30%, 면접 20%로 최종 선발한 결과입니다.
성균관대는 (가)군 일반전형에서는 학생부 50%, 수능 40%, 논술 10%로 선발했고, (다)군 일반전형에서는 학생부 50%와 수능 50%로 선발했습니다. (가)군, (다)군 모두 지원자 중 수능 성적 상위 50%는 수능만으로 우선 선발했습니다. 그리고 모집단위에 따라 수능 반영 영역별 비율을 다양하게 적용하였습니다.
두 대학 모두 논술까지 활용한 것이 지금으로서는 이채롭지만, 당시는 논술고사를 정시에서도 시행하던 시기였습니다. 대학들은 등급 성적만 제공되어 수능만으로 변별하기 어렵게 되자 다른 전형 요소들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변별력을 확보한 것입니다.
이상에서 과거 사례를 통해 대학들이 어떻게 변별력을 확보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현재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고등학교 1학년과 이후에 고등학교에 입학할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단순히 수능과 내신 성적이 변별력이 낮아진다는 것을 우려하면서 넋을 놓고 혼란 속에서 헤맬 것이 아니라 대학들이 어떤 방식으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형을 설계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차분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2026학년도와 2027학년도 주요 대학들의 전형 변화를 통해 2028학년도를 예측하고, 서울대와 경희대가 발표한 2028 대입 전형 계획 주요 사항을 통해 어떻게 대비할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육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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