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
고려대생은 어떤 과제를 하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글은 제가 교육사회 수업을 들으면서 작성하였던 글쓰기 과제입니다. 능력주의에 대한 두 개의 논문과 기사 하나를 읽고 글을 작성하는 과제였고 나름 열심히 작성했던 것 같습니다. 능력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멘티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실력신분사회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는 "공정성"에 대한 논의로 뜨거웠다. 특히 2020년의 인천국제항공사 사태, 2021년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접고용 사태는 공정성을 둘러싼 갈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청년들은 비정규직의 직접 고용 전환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분노했다. 이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통해 경쟁하여 정규직이라는 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들은 그런 노력과 능력 없이 갑작스럽게 정규직으로 취업하게 되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분노의 배경에는 우리 사회에 깊이 자리 잡은 능력주의(실력주의)라는 뿌리가 있다. 실력주의는 개인의 실력에 따라 차별을 두고 이를 정당하다고 보는 사회관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력함으로써 실력을 갖출 수 있다고 믿으며 실력주의가 이상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 일부 청년들 사이에서 실력주의의 불공정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의 능력에 따른 차별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런 비판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실력주의사회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한 마이클 영은 실력주의사회는 결국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하였고, 박남기(2016)는 실력주의사회에 대한 신화를 해체하고 신실력주의 사회로 이끌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왜 능력주의가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일까? 실력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이 제공되며, 이러한 분배방식은 겉으로 보기에 합리적이고 이상적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논리인 최대 편익 추구와 연결해 생각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뛰어난 성과를 낸 사람에게는 많은 보상을 주고, 실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그에 맞게 적은 보상이 주어진다. 우리가 더 질 좋은 상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것처럼 실력주의는 당연해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많은 청년들은 인천국제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결정에서 불공정함을 느꼈다. 시험을 통해 정규직이 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은 이러한 전환이 ‘로또’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며 분노했다. 그러나 실력주의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새로운 형태의 신분제 사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신분제가 사라진 후 우리 사회는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실력주의 사회가 등장하며 실력에 따라 사람들 간의 계층이 형성되었고 실력이 있는 자는 실력이 없는 자에 비해 높은 수준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둘 사이의 격차는 더욱 더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실력은 개인의 노력에 의해 형성된다고 믿지만, 사실 노력의 영향에 비해 타고난 배경, 경제적 자원 등의 노력과는 관련 없는 것들일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비실력적 요인들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세습되기 때문에 실력주의 사회는 사실상 신분제 사회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박남기(2016)는 실력주의사회의 성립을 위한 기본 가정인 ‘실력이 개인의 노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믿음이 그것이 공정하고 바람직한 사회로 보이게 한다고 비판하며 이를 해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남기(2016)는 우리 사회는 타고난 능력으로 부유하게 살아가는 것은 공평하다고 보면서, 재산을 타고나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여기는 모순점에 의문을 가진다. 둘 다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인데 왜 사람들은 이를 다르게 평가하는 것일까? 이러한 차이는 실력과 노력에 대한 잘못된 두 믿음 때문이다.(박남기, 2016) 첫번째는 “실력은 개인의 노력에 의한 것이다”라는 노력의 개인 책임론이고, 두번째는 “노력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라는 노력 무한 가능론이다. 둘 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노력이라는 개인의 의지 또한 유전적, 환경적 요인으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력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노력 무한 가능론 역시 너무나도 과장된 주장이다. 모든 사람이 노력을 통해 특정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력은 물론 중요하지만, 타고난 능력이라는 필요조건이 있어야 그 성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우리의 비판적 시각은 노력에 대한 신화에서 그쳐선 안된다. 실력을 결정짓는 요인은 개인의 노력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 간과하지만, 비실력적 요인들은 실력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가정 배경, 경제적 자원, 교육 기회, 사회적 네트워크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가정 배경이나 경제적 자원은 개인의 실력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어린시절부터 학원, 영어유치원 등 더 좋은 학습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실력을 형성하는데 크나큰 이점을 갖게 된다. 그에 반해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아이들은 좋은 학습환경을 제공받기 어렵고 이는 실력의 차이로 나타나게 된다. 부모의 도움으로 이들은 출발선의 한참 앞에서 시작할 뿐만 아니라 달리는 도중에도 많은 도움과 케어를 받을 수 있다. 사회적 네트워크 역시 실력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속한 사회나 만나는 사람들이 실력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제한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더 나은 정보나 기회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기회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에 실력을 쌓을 기회도 적다. 이러한 비실력적 요소들은 대부분이 부모에 의해 결정되기에 결국 이전 세대의 계급이 거의 그대로 고착화된다. 결국 실력주의 사회는 겉으로는 공정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불평등한 신분제를 강화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실력주의가 불평등하고 공정하지 못함에도 우리가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실력주의는 개인의 성장, 국가의 성장 등의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동하기에 경쟁사회 속에서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모두가 달리고 있는 경주에서 스스로에게 제동을 거는 것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실력주의로 인한 문제점들을 줄여가는 것이다. 박남기(2016)가 그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신실력주의 사회다. 신실력주의 사회는 기존의 실력주의 사회처럼 실력과 직업 배분 간의 연결은 유지하지만 직업 간의 보상 차이를 줄이는 사회이다. 직업에 따라 분배되는 보상의 차이가 줄어드는 모습은 유럽의 복지국가처럼 보이지만 근로의욕을 유지시키면서 직업 간의 보상 격차를 줄인다는 점이 크나큰 차이점이다. 실력에 따른 보상은 존재하지만 그 외의 비실력적 요인 등을 통해 얻어진 나머지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사회라 할 수 있겠다. 자신이 얻은 보상을 사회와 공유하는 만큼 신실력주의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러나 신실력주의 사회가 기존의 실력주의 사회에서 신실력주의 사회로의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채용 시 사회적 약자를 우대하는 태도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김고은・김경근, 2022)를 보면 응답자의 약 40% 이상이 사회적 약자를 채용에 있어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태도는 여러 변인들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였다. 공무원 채용에 있어서는 연령이 낮을수록, 평등주의 태도를 지닐수록, 사회적 약자 배려성향이 강할수록, 빈곤을 사회구조의 탓으로 여길수록, 능력주의 신념이 약할수록 사회적 약자를 우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업의 채용에 있어서는 거주지, 가정 내 사회적 약자의 존재가 약자 우대 동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채용에서 사회적 약자 우대와 밀접하게 연관된 변인들 또한 민간기업의 채용에서도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 한가지 다른 것은 연령에 따른 차이가 존재했으나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 연구를 살펴보면 신실력주의로의 전환에 있어 기존 실력주의 신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공무원 채용과 민간기업 채용 두 경우 모두에서 실력주의 신념이 강할수록 사회적 약자를 우대하는 데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실력주의자들은 나이가 많거나 적더라도, 가정 내 사회적 약자가 있더라도, 주관적인 계층의식이 낮던 높던 상관없이 사회적 약자 우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비단 채용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채용에 있어 우대를 하는 것은 적극적 우대조치에 해당하며, 이러한 적극적 우대조치는 신실력주의사회로의 전환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실력주의 신념이 강하게 존재하고 사회적 약자 우대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가 강고하게 존재하기에 신실력주의 사회로의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우리 사회가 신실력주의 사회로 전환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많은 응답자가 사회적 약자 우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러한 경향이 젊은 세대일수록 높게 나타난다는 결과(김고은・김경근, 2022)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의 주축이 될 20대가 점점 실력주의 사회의 불공정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건강보험공단 직고용 사태 중 발표된 청년들의 공동 선언문이 바로 그 반증이라 할 수 있겠다. 2021년 한국지엠, 현대차 등의 하청업체 노동자부터 배달 라이더, 사무직 노동자까지 청년 노동자 7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모였다. 이들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629명의 청년 노동자가 연서명한 선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각에서는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에 반대하며 청년들의 박탈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청년 노동자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공정성 훼손', '로또 취업', '사기업 정규직' 등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첫째, “우리 사회의 경쟁에서 기회의 평등이 존재했던 적은 없다.” 많은 청년들은 그들의 가정 배경, 경제적 환경으로 인해 제대로 된 실력을 키울 수 없었다는 점을 비판한다. 실력주의 사회에서 비실력적 요인이 실력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둘째,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이미 검증된 사람들이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파업하자 정규직들이 업무량 증가로 불평했다고 한다. 이는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실력을 가지고 있고 정규직으로 전환될 만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실력주의 사회에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환경적인 요인이라는 실력과 별개로 보아야 할 사안으로 차별을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셋째, “ ‘사기업 정규직’ 이라는 개념은 왜곡된 표현이며, 많은 청년들이 간접고용과 비정규직의 형태로 노동하고 있다.” 비정규직들은 근속 연수도, 임금 인상도 없는 비정규직 생활을 겪어왔다. 실력만을 기준으로 공정한 차별한다는 실력주의사회관에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겪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공동선언문은 실력주의가 현실에서 얼마나 불공정하게 작동하는지를 꼬집고 있다. 실력주의는 능력에 따른 차별을 정당화하지만, 실제로는 출발선의 차이와 비실력적 요소들로 인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더 포괄적이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신실력주의와 같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 준다. 실력주의와 관련된 여러 연구들과 위의 공동선언문 같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사회는 점점 실력주의에 대한 신화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다만 신실력주의 사회로 완전히 전환되기 위해서는 교육의 도움이 필수적일 것이다. 신실력주의 사회로 향하는 길에는 아직 적극적 우대조치에 대한 사회의 납득, 상층부의 사람들에 대한 설득이라는 큰 걸림돌이 남아있다. 이 장애물들을 치우는 데 있어 교육은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교육을 통해 신실력주의 신념을 가진 미래 세대를 키워 내고 사회적·교육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가진 글로벌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교육은 단순히 지식 전달을 넘어, 공정성과 형평성의 가치를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실력주의의 한계를 인식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대에 보다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의 실력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실력주의 자체의 잘못된 가정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식하고 신실력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 구조의 개선과 새로운 교육을 잘 병행해 나간다면 현재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 보다 포용적이고 평등하며 공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참고문헌김고은, 김경근. (2022). 사회적 약자 우대 태도 예측요인 분석: 능력주의의 작용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정책, 29(3), 177-205.김지은. (2021, 7월 22일). 능력 따른 차별이 공정? 공감 안 돼요. 한겨레. https://v.daum.net/v/*****************박남기. (2016). 실력주의사회에 대한 신화 해체. 교육학연구, 54(3), 63-95.
202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