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컴공에서 연극영화로 진로변경한 썰 풉니다 - 下
컴공에서 연극영화로 진로 변경한 사연, 두 번째 이야기 입니다.이번엔 고등학교 진학 후 진로를 변경하게 된 여러 계기와 변경 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동아리가 뭐길래> 의외로(?) 하나고등학교에서의 생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뭐였을까요? 바로, 동아리였습니다. 하나고등학교는 진로 관련 창체 동아리만 20여개, 학생들의 취미 및 탐구를 위한 자율 동아리만 40여개가 있는 동아리에 ‘진심’인 학교 입니다. 물론, 동아리가 고등학교 비교과 활동의 전부는 아니고, 선생님들 또한 과도한 동아리 활동에 대한 몰입으로 공부에 소홀해지는 것을 걱정하시는 편이지만, 글쎄요. 삼년 내내 기숙사와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동기, 선배들과 관심있는 활동을 직접 기획, 실행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단체에 그 누가 진심을 다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고민을 하다 끝내 들어가게 된 동아리는 연극부였습니다. 학교에 있는 거대한 공연장에서 손으로 직접 어떤 ‘이야기’를 올려보고 싶단 생각에 선택하게 되었죠. 제작비 0원의 말도 안되는 환경 속의 연극부였지만, 열정있는 선배들, 동기들을 만나 정기 공연도 두 번이나 올리고, 직접 쓴 대본으로 전교생 필수 관람인 학교폭력예방 연극을 올리기도 하는 등 의미있는 활동들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즐거웠고, 행복했지만, 물리적으로 빼앗긴 시간들은 성적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점점 하향곡선을 그리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땐 연극부를 나가는 것으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원래 하던 길로, 원래 하던 컴퓨터 공학과와 코딩으로 시선을 돌리고 스스로를 다잡았습니다. 내 진로는 컴퓨터공학과. 다른 길은 없다고.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아> 고등학교 2학년 여름, 2학기에 선택과목으로 어떤 국어수업을 들을지 결정하기 위해 문학선생님과 한 상담 자리에서 청천벽력의 말을 들었습니다. 치킨이는 진로가 뭐야?저는 컴퓨터공학과 생각하고 있어요.왜 컴퓨터공학과에 가고 싶어?…제가 그나마 학교에서 잘하는게 코딩이고, 재미도 있어서요. 전망이 좋다는 것도 있구요.그래?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게 어때?컴퓨터공학과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네 표정이전혀 행복해 보이지가 않아서 걱정이 되네 행복해보이지가 않는다는 말. 누군가에게 이렇게나 적나라하게 마음을 들켜본 적이 처음이었기에, 머리가 새하얘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기숙사의 침대에서 선생님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해보았습니다. 나는 뭘 할 때 행복할까.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 수 있을까. 머지 않아 깨달았습니다. 사실 늘 행복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무대 위의 반짝거림을 만들 때, 스크린 너머의 이야기를 접할 때 가장 행복했으며, 막연하게 돈을 많이 벌고 싶었던 것 마저도 더 많은 공연과 더 많은 이야기를 보기 위한 핑계였다는 것을,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어떡해?> 이미 1,2학년의 모든 비교과, 탐구 활동들은 컴퓨터공학과에 맞춰져 있었고, 연극영화과를 비롯한 예술대학을 가자니 예대 입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기숙사에 들어와 있는 상황 속에서 저는 결정해야만 했습니다. 이대로 컴공을 계속 지망해도 될까?아니면 아예 지금이라도 문과로 전향을 해야할까? 고민 끝에 제가 내린 결정은, ‘컴공을 버리지 말자’였습니다. 무대와 이야기를 만들 때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지만, 동시에 코딩이 재미있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무대를 좋아하는 마음’과 ‘코딩하는게 즐거운 마음’은 공존이 가능한, 모두 ‘내’가 느끼는 감정이었고, 이 부분이 분명 녹아들 수 있는 진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3학년 1학기, 대입에 들어가는 마지막 생활기록부의 제 진로는 ‘디지털공연연출가’가 되어있었고, 끝내, 그 꿈에 가까워질 수 있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에 진학한 지금 저는연극부 활동을 하며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고, 방송부 활동을 하며 프레임에 이야기를 담는 방법을 배우며, 전공 수업으로 코딩과 게임엔진을 다루며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삶은 길고, 그 긴 삶 속에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은 변해가겠지만, 적어도 고등학교때 깨달았던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외면하지 않은 삶은 아직까진 꽤 만족스럽습니다. 혹시나 진로 변경의 고민을 안고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딱 두 가지만 기억하고 고민을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1. 아주아주 치열하게, 내가 뭘 할 때 행복한지 고민할 것(사소하고 바보같은 것 일지라도)2. 그게 무엇인지 결정했다면,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내 노력과 열정을 모두 쏟아부을 것 우리 모두가, 이정도면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고등학교 생활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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