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스스로를 진짜로 사랑하는 한가지 방법 - 수시러가 되지 못한 정시러들에게
안녕하세요!오늘은 수시를 포기해서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고등학교를 처음 들어올 때부터 나는 학교 생활에 힘쓰는 대신 정시로 대학에 가야지! 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몇이나 있을까요? 제가 일반고를 나와서 특목고의 경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 대부분 처음에 고등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첫 시험을 본 뒤 정시로 가야겠다고 다짐하곤 합니다. 본인의 석차등급을 확인한 뒤, 아 나는 수시로는 좋은 대학 못 가겠구나 생각하고 정시로 틀게 되는 겁니다. 이러한 현상은 매 시험때마다 반복되어 매 시험마다 몇 명의 정시러가 추가되게 됩니다. 당장의 냉정한 현실보다는 미래의 막연한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하면서요. 하지만 정시는 정말 어렵습니다. 한 번의 마라톤이 쉬울까요, 아니면 몇 번의 단거리 달리기가 쉬울까요? 각 종목마다 잘하는 사람이 있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는 단거리 달리기가 훨씬 쉽습니다. 마라톤은 아주 긴 시간, 긴 거리를 지구력 있게 계속해서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본인의 페이스에 맞춰 중간에 걷다가 다시 달리기를 반복할 수는 있지만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일단 한 번 멈춰 버리면 다시 달리는 것이 몇 배는 더 어려워지거든요. 관성적으로 어마어마하게 힘든 현실을 자각하지 않고 계속 무거운 다리를 옮겨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마라톤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경기 전 충분한 기간 동안 훈련하고 단련해서 경기를 위한 몸을 준비합니다. 반면 단거리 달리기는 짧은 시간, 짧은 거리를 폭발적으로 달리는 것입니다. 본인의 페이스라는 것을 조절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 통제력을 잃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만, 단거리 달리기는 눈 앞의 목표에 도달하고 나면 경기가 끝나고, 다음 경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본인의 페이스를 멈춰 서서 조정하고 계획할 수 있습니다. 과정이 짧아 변수가 더 적고, 여러 번의 달리기의 점수를 모아 합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가 영향은 끼칠지언정 그로 인해 모든 것이 결정나지는 않습니다. 단거리 달리기는 마라토너들에 비해 훨씬 사전 준비가 덜 엄격하고, 그 증거로 초등학교에서도 50m 달리기를 시키곤 하지요. 정시는 전국의 현역들과 n수생들과 함께 보는 시험입니다. 우리 학교 내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과만 겨루는것이 아니라, 전국 단위로 점수가 나오는 겁니다.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수능을 이미 쳐 본 학생도 수능은 모두 봅니다. 수시보다 정시 성적이 나을 거라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은 것과 시험을 잘 보는 것은 정말 별개의 문제입니다. 사람이란 생각보다 정말 게으르고, 공부란 생각보다 정말 본능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정시를 준비하면 안 될까요? 그건 아닙니다. 다만 수시에서 본인이 원하는 점수보다 덜 나왔다고 이에 대한 도피처로 정시를 선택하는 것은 성공 확률이 정말 낮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시는 절대로 수시보다 쉽지 않고, 수시는 전형이 교과, 학종, 논술 3개나 되지만 정시는 전형이 단 하나 뿐이거든요. 정시에만 올인하는 것은 본인을 외통수로 몰아넣는 길입니다. 그게 성공적인 배수진을 치는 게 될지 본인을 스스로 궁지에 몰아넣는 게 될지는 본인에게 달린 거지만, 둘 다 정말 힘든 길이 되리라는 건 명확합니다. 그러므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둘 다 포기하지 마시라는 점입니다. 수시를 챙기면서 내신에서 배우는 내용은 곧 수능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수능 공부를 한다고 내신 공부를 못 하지 않고, 내신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곧 수능 공부의 기반이 됩니다. 최저를 맞출 수 있는 수시러는 비슷한 등급의 정시러보다 훨씬 대학을 잘 가고, 많은 선택지를 가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둘 중 하나를 극단적으로 포기하지 마시고, 본인이 활용할 수 있는 두 동아줄을 모두 놓지 마시길 추천드립니다. 입시는 정말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본인이 잡아뒀던 동아줄들 중 무엇이 본인을 끌어올려 줄 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한 동아줄에 두 손으로 매달리는 것이 결코 두 동아줄을 한 손씩 잡고 있는 것보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입시를 한 번 겪어 본 사람으로써 제 좁은 경험에 입각해서 하는 말이지만, 입시는 정말 어렵고 힘듭니다. 본인이 객관적으로 잘하든 못하든 스스로를 끊임없이 질책하고 채찍질하고 몰아세우고 실망하고 닦달하게 됩니다. 자연스러운 신체적 현상들을 억제하고, 잠을 줄이고 한 자세로 오래 있고 운동이 줄어들고 떨어지는 집중력을 거스르고 카페인을 쑤셔 넣는 등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강요합니다. 스스로를 아무 조건이나 노력 없이도 사랑해줄 수 있어야 하겠지만, 스스로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스스로의 내면에서 스스로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귀기울여 듣고 그 목표에 닿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지, 스스로를 포기와 무력감 속에 체념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포기할 때는 하더라도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을 만큼 스스로를 돌보고 이끌어주세요. 공부도 입시도 결국 내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고된 과정과 시간을 내가 나 자신과 함께 헤쳐 나가려면 그래야 합니다. 이 과정을 본인이 본인에게 떳떳할 만큼만 잘 겪어내고 나면, 허준이 교수님의 축사 내용처럼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할 수 있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두들, 스스로를 잘 추스르고 지켜서 스스로가 만족하고 인정할 수 있는 결과를 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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