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과를 염두에 두는 시점에서 많은 학생들이 갖는 첫 번째 이미지는 ‘취업이 잘 된다’, ‘스펙 쌓기 좋다’, ‘리더가 되려면 경영학’ 같은 꽤 뭉뚱그린 상상이다. 솔직히 고등학생 기준에서 “경영”이라는 단어만큼 매끈해보이는 말도 드물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경영학과는 가장 큰 모집단위를 자랑하기도 하고, 대학생활과 졸업 이후 선택지가 넓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으로 보인다.하지만 경영학과 입학 후의 현실과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정말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겉보기만큼 단순하고 만만하지 않다. 이 글은 최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이고, 현실적으로 경영학과를 준비하는 과정과 대학 진학 후 겪게 되는 여러 가지를 길고 솔직하게 풀어보고자 한다.경영학과, 정말 누구에게 맞는 전공일까?경영은 사실상 “조직”―기업, 공공기관, 단체 등―이 어떻게 운영되고, 구성원들이 어떤 역할을 하며,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지 전반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경영학과에서는 회계, 재무, 인사, 마케팅, 생산관리, 전략, 조직행동, 경영정보 등 실질적으로 사회에서 ‘회사’라는 구조물을 굴리는 데 필요한 분야 전부를 배운다. 사람들은 흔히 ‘기업가정신’ ‘창업’ ‘CEO’ ‘리더’ 같은 키워드에 쉽게 끌리지만, 막상 경영학과 강의실에 앉으면 수식, 분개, 표, 사례, 논문, 보고서, 팀플이 쏟아진다.고등학교 때 경영학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나는 경영자가 되고 싶다”, 혹은 “회사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漠然히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기업’이나 ‘종이와 숫자’가 익숙해서, 취업률이나 안정성, 사회적 인맥, 네트워킹에 기대를 거는 학생도 있다. 이런 방향이 꼭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실제 수업과 과제, 시험, 프로젝트에 닥쳤을 때는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내용을 마주하게 된다.경영학에서는 무엇보다 ‘넓고 얕은’ 접근을 각오해야 한다. 인사관리 한 학기, 재무관리 한 학기, 생산관리 한 학기, 마케팅 한 학기… 분야가 워낙 많다 보니 처음엔 무엇이 내 적성에 맞는지조차 잘 모를 때가 많고, 모든 과목을 고르게 접해야 한다는 점이 오히려 혼란을 준다.입시 준비 과정에서 경영학과의 문턱은 꽤 높다. 많은 상위권 대학이 경영학과를 인문·자연계열 구분 없이 뽑기도 하고, 특정 대학에선 상경계열만의 별도 내신 커트라인이나 논술, 면접, 혹은 수능 수학과 영어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대입 전략 측면에서는 수학적 사고, 언어적 표현력, 논리적 글쓰기, 최근에는 AI나 데이터사이언스에 대한 기초 이해까지 두루 갖추는 게 안전하다.수시전형으로 경영학과를 꿈꾼다면 학생부(동아리, 대회, 각종 비교과), 리더십 활동, 봉사 또는 창업 체험 등 여러 방면을 두루 갖추는 게 필요하고, 자소서나 면접에서 ‘막연함’을 벗어난 구체적인 경험이 중요하다.사실 경영학과의 대학 생활이 특별히 화려하거나, 모두가 열정적으로 창업과 프로젝트에 뛰어드는 분위기라고만 생각하면 실망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는 강의실에서 PPT 자료 넘기며 교수님 설명 적어가고, 수업마다 분기별로 팀플이 주어지고, 과제는 항상 마감이 코앞에 있고, 때로 수십 명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서 한마디 못 하고 조용히 따라가기만 하는 학생도 많다. ‘책임감 있게 리더 역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팀원과 의견 충돌이 날 때 어떻게 조율해야 하나’, ‘발표에서 떨지 않고 내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훈련은 어떻게 할까’ 등 실제로 부딪혀보지 않으면 감이 오지 않는 부분이 많다.경영학 수업은 초반에는 다소 이론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경영 원리, 마케팅 이론, 조직행동론, 회계원리, 재무관리 기초, 경영통계 같은 과목에서 ‘정답’보다 ‘사례와 분석’, ‘논리’가 강조된다. 고등학교 때 옳고 그름이 명확했던 문제와 달리,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와 근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케이스 스터디, 그룹 프로젝트, 모의 경영게임, 실제 기업분석, 마케팅 아이디어 공모전 등 이론과 실무가 섞인 평가도 많다.한편으로 경영학과는 팀플 과제, 즉 팀으로 움직이는 활동이 잦다.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팀플? 나랑 안 맞을 것 같다” 걱정이 앞설 수 있는데, 오히려 책임과 조율, 갈등관리, 발표, 논리력, 리더십 등 실질적 사회성이 이 과정을 거치며 크게 성장한다. 누가 나서서 리드하고, 또 누군가는 조력자 역할을 맡아 의견과 자료를 조율한다. 이 과정에서 ‘정답’이 없는 문제 상황을 다같이 논의하면서, 자기주장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논리적으로 의견을 펼치는 연습이 된다.경영학의 매력은, 이렇게 다양한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분야로 얼마든지 뻗어나갈 수 있다는 확장성에 있다. 금융, 마케팅, 인사, 회계, 전략, 창업 등 대학 내에서도 각종 동아리, 외부 공모전, 인턴십, 직무체험, 스타트업, 경영 컨설팅 등 다양한 실전을 접할 수 있다. 졸업 후에는 대기업, 중견기업, 공공기관, 컨설팅, 금융, 유통, 마케팅, 인사, 창업, 대학원, 공무원 등 웬만한 분야로 뻗어간다.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경쟁도 치열하다. 경영학과 진학생이 워낙 많기 때문에, 같은 출발선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내실 있는 전공 역량, 새로운 경험, 실무적 감각, 자신만의 진로 목표를 일찍 잡는 게 중요하다. 단지 ‘경영학과 나왔다’는 타이틀이 아니라, 전공 내 세부 영역에서 자기만의 장점과 성취, 경험, 역량을 구체적으로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진로 결정에서 꼭 기억해야 할 점은, 경영학과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전공”이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되지 못할 수 있는 전공”이라는 현실이다. 어떤 분야든 본인이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 전공 내의 특정한 전문성, 혹은 실무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지 않으면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밀릴 수 있다.마지막으로, 꼭 말하고 싶은 건 경영학 전공에 대한 환상이나 SNS·웹상에 떠도는 이야기만 보고 속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학교 강의실, 동아리방, 공모전 현장, 인턴십, 각종 팀플, 현장체험 등에서 스스로 부딪히며 얻는 시행착오야말로 결국 가장 든든한 밑거름이다.남들이 다 가는 길이어서 걱정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넓은 길인 만큼, 각자 걷는 방식이 달라지기도 쉽다. 경영학과는 늘 자기 주도, 호기심, 실전 경험과 배움, 다양한 연결을 바탕으로, 자기 길을 말없이 하나씩 쌓아가는 사람에게 더 잘 맞는다. 적어도 그게 뭔지 확신이 서지 않아도, 여러 경험을 주저 없이 시도해보는 태도, 그리고 현실을 교정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근성을 미리 연습해 두면 좋겠다.입학부터 졸업, 그리고 첫 회사나 창업, 혹은 전혀 다른 길 위에 서더라도, 경영학과에서 만드는 네트워크, 생각의 깊이, 시도와 협업의 경험이 훗날 더 많은 선택지를 열어주는 원동력이 될 거다.결국 중요한 건, 경영을 통해 내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관여하고 싶은지, 그 작은 의문을 놓지 않는 힘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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