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과 선택을 해야 하는데 제 꿈도 재능도 모르겠어요-하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과를 선택해야 하는데 결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제 경험에서 얻은 생각을 써 보려 합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비교과 활동을 쌓기 위해 진로를 정해야 하는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거나, 고 3에 올라와서 대학 지원을 위해 과를 선택해야 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어떤 걸 하면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분들 계시죠? 사실 정말 확고한 진로와 꿈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아직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것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죠. 여러분 중 대부분은 지금까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공교육 기관에서 교육 받은 것 외에 별다른 경험이 없고, 어디서 보거나 들은 간접 경험 만으로 내가 앞으로 쭉 하고 살고 싶은 것과 만난다는 건 정말 운이 좋은 사람 외에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사실 대학교를 온 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적성과 꿈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졸업 후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제는 대학 학과와 취업이 바로 연결되는 시대도 아니고, 한 가지 일을 평생 하는 시대도 아니기 때문에, 본격적인 과 선택에 관련된 팁을 알려드리기 전에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의 평생을 건 결정이라는 부담까지는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하지만 내가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가는 대학교인데, 흥미 없고 적성 없는 과를 잘못 선택했다가 대학교를 가서도 괴로우면 어떡하나, 취업할 때까지 이 선택을 후회하면 어떡하나 싶으신 분들 많으시죠? 맞는 말입니다. 이만큼 노력해서 가는 곳인데, 적어도 후회하지는 않을 선택을 해야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과 선택 팁은,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라는 겁니다. 뻔한 얘기죠?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몰라서 그러는데 이런 얘기해서 뭐하나 싶으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이 부분입니다. 어떤 것이 잘하는 것이고, 얼마나 좋아해야 좋아하는 것이냐? 잘하는 것은 기준을 높게 잡으실 필요 없습니다. 아무리 잘해도 대학교에 가서 그 길을 선택해서 온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다 보면 내 실력이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었구나,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객관적으로 내 실력을 평가하기보다는, 나의 다양한 흥미 중 내가 내 안에서 상대적으로 알아서 더 하게 되는 걸 찾으세요. 남들은 이만큼 안 해? 싶은 그 지점이 바로 내가 잘하는 것이고, 내 재능입니다. 저를 예시로 들자면, 저는 글의 문맥이나 맞춤법을 끔찍하게 지켰습니다. 저는 제가 그러는 줄도 몰랐는데, 어느 날 생각해 보니 제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주술 관계가 어긋나거나 문맥이 부자연스럽거나 맞춤법을 틀리는 걸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글을 굉장히 빨리 읽는다는 것도 있었고요. 이건 사실 어찌 보면 아주 사소한 겁니다. 이렇다고 해서 제가 남들에 비해서 글을 굉장히 잘 쓰는 것도 아니고, 문법을 줄줄 외는 것도 아닙니다. 다르게 보면 이건 그저 남들의 실수를 잘 눈치채고 편집증적으로 신경 쓰는 것에 불과합니다. 남들은 저만큼 예민하게 보지 않았고, 남들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수준보다 제가 더 집착했을 뿐이죠. 하지만 이건 제 재능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어와 관련된 쪽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중 한국어는 이미 잘 아니까, 다른 나라의 언어를 골라보자고 생각했죠. 이렇듯 잘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그저 남들에 비해 내가 완벽을 기하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좋아하는 것은 찾기가 조금 더 어렵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일은 정말 본인에게 달려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해봤을 때, 혹은 찾아봤을 때 흥미가 생기고 호감이 생기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해봤는데도 좋다면 그게 곧 본인이 좋아하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것이 잘하는 것과 겹치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 학과 선택에 있어 우선적으로 무엇을 고려해야 하냐 묻는다면, 잘하는 것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내가 남들에 비해 억지로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면, 그래서 주변에서 칭찬 받고 내 스스로 내 능력을 느낀다면 거의 그것이 좋아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좋아해서 시작했다가 내 능력을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좋아하는 마음이 빛바래기 십상입니다. 사람은 사회 속에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주변의 칭찬이나 성과로 표현되는 인정이 그것을 하고자 하게 되는 가장 큰 동기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동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나 혼자 '좋아하는 것'보다는 남들 눈에도 '잘하는 것'이죠. 물론 내가 무언가를 만났고 그것을 너무 좋아한다면 사실 어쩔 도리가 있겠습니까? 그냥 속수무책으로 그걸 선택할 수 밖에요. 그러니까 하한선이 불분명한 수익과 잔인할 만큼 심한 경쟁에도 예체능을 사랑해서 전공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계속 생기는 거겠죠.그렇게 좋아하는 것이나 잘하는 것이나 혹은 그 둘 다를 찾으셨다면, 내가 생각하는 직업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직업을 생각하세요. 직업의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연봉, 근무 환경, 사회적 인정, 소득의 안정성 등등 많은 조건들 속에서 내가 가장 포기할 수 없는 몇 가지를 고르시고, 내가 잘하는 것과 관련 있으면서 그 조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직업을 찾아보시고 그 직업을 얻는 데 필요한 배경 지식을 생각해서 과를 선택하시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꿈이나 신념, 하고 싶은 일이나 심장 뛰게 하는 일을 삶의 목적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영화 '소울'에도 나오듯이 삶의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누구도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내 출생에 내 의지가 관여한 부분은 생존하고자 하는 생명의 본능 외에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삶의 목적은 그저 살아가는 것입니다. 살면서 겪는 모든 좋고 나쁜 일들, 살아가는 그 모든 순간이 우리의 삶의 목적이자 이유입니다. 그러니 어떤 실패도 치명적이지 않고, 어떤 헤매임도 낭비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삶의 가장 큰 목적을 달성하고 있고, 모든 결과는 그저 끝없이 이어지는 과정들의 변곡점일 뿐입니다. 우리가 노력하고 꿈꾸는 이유는 실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세상이 생겨난 이래 단 한 번 뿐일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있는 힘껏 한번 원하는 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입니다.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아지기 위해서입니다.입시를 치르다 보면 매 결과에 내가 생각하는 내 가치가 달라지고, 내가 남들에 비해 어떤지 계속 주변을 힐끔거리게 됩니다. 저도 그랬고, 사실은 대학교를 와 있는 지금도 여전히 그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 삶의 목적은 우리가 살아있는 그 자체이고, 이 주어진 삶을 캐릭터를 플레이하듯 내가 원하는 대로 많은 걸 겪어보고 열심히 해서 성취도 해 보고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기도 해 보면서 즐기다가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입시로 인한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나 무력감을 잠시 내려놓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이 있다면,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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