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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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고등학교 이순남 선생님
모의고사 성적표, 어디를 어떻게 봐야할까?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으면 학생들의 시선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성적표 상단 중앙부에 있는 등급이 기록된 부분이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의 등급을 확인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지난번보다 국어는 등급이 올랐고, 수학은 등급이 떨어졌네.’
‘이번엔 진짜 망했다.’
이 짧은 판단이 끝나면 성적표의 다른 부분에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백분위나 표준점수, 그 아래에 적힌 수많은 숫자와 기호들은 굳이 보지 않아도 될 정보가 된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성적표가 가진 중요한 기능 하나를 놓치게 된다. 모의고사 성적표는 단순히 ‘이번 시험을 얼마나 잘 봤는지’를 알려주는 종이가 아니라, 앞으로의 학습 방향과 입시전략을 설계하기 위한 기준점이다. 지금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무엇이 부족한지, 그리고 무엇을 바꾸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지가 이미 숫자로 제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적표를 읽기 전에 결론부터 내린다. 등급 하나로 만족하거나, 등급 하나로 좌절하고, 그 상태로 성적표를 덮는다.
그렇다면 이 한 장의 성적표는 어디를, 어떤 기준으로 읽어야 할까? 등급만으로는 자신의 위치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백분위를 비롯한 각 지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해야 비로소 성적표가 말하는 메시지가 보인다.
이번 글에서는 성적표의 구조를 차근히 살펴보며, 구간 1과 구간 2가 무엇을 말해주는지부터 정리해보고자 한다. 성적표를 제대로 읽는 출발점은 ‘점수’가 아니라 ‘위치’를 이해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자료 1>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통지표 예시
[성적표 구간 Ⅰ]
• 원점수: 학습의 ‘실제 결과’
원점수는 말 그대로 실제 시험에서 취득한 점수로, 국어·수학·영어는 100점 만점, 한국사와 탐구, 제2외국어/한문은 50점 만점 기준으로 실제 시험에서 취득한 점수를 의미한다. 등급이나 백분위처럼 해석이 더해진 값이 아니라, 시험장에서 학생이 직접 만들어낸 가장 기본적인 결과다.
• 표준점수: 난도 고려한 ‘상대적 지표’
시험마다 난도가 다르다. 같은 90점이라도 시험이 어려웠을 때의 90점과 쉬웠을 때의 90점은 전혀 다른 결과다. 표준점수는 이러한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평균과 표준편차를 이용해 변환한 값이다. 계산 과정 자체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 성적표 뒷면에 설명되어 있기도 하지만, 실제 성적 해석에서 중요한 것은 계산 방식이 아니라 이 점수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가장 간단한 해석 방법은 ‘표준점수 최고점’을 보는 것이다. 최고점이 높을수록 시험의 난도가 높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을 넘으면 어려운 시험, 130점대 초중반이면 비교적 쉬운 시험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표 1> 수능 국어‧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비교
다만 모의고사에서 표준점수의 활용 방식은 수능과는 조금 다르다. 실제 수능 위주 전형, 특히 정시 전형에서 상위권 대학을 지원할 때는 표준점수가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모의고사에서는 취득한 표준점수로 정시 전형 대학 지원 가능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
• 학급/학교 석차: 학교 내 상대적 학업 위치
현재 자신이 학교 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이다. 이는 실제 내신 시험과 동일한 평가 결과는 아니지만, 학교 내 학업 경쟁 구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샘플 성적표에 있는 것처럼 국어와 수학이 모두 3등급이라 하더라도 국어 석차가 24등 앞서 있다면, 현재 학교 내 상대 경쟁력은 국어에서 더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과목별 학습 전략을 세우는 데 의미 있는 정보가 된다.
다만 모의고사와 내신은 시험 범위와 평가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학교 석차를 그대로 내신 등급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모의고사 석차는 내신을 예측하는 절대 기준이 아니라, 학교 내에서의 상대적 위치를 점검하는 참고 지표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 전국 백분위: 전국 단위 ‘현재 위치’
전국 백분위는 자신의 표준점수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전체 응시자 중 몇 퍼센트인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예를 들어 백분위 96이라면 전체 응시자 가운데 상위 4%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등급이 일정 구간을 묶어 보여주는 지표라면, 백분위는 그 구간 안에서의 보다 세밀한 전국 위치를 설명해 준다.
전국 백분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① 전국 단위에서의 자신의 ‘현재 위치’
백분위는 매 모의고사에서 자신의 전국 석차 수준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원점수는 시험 난이도의 영향을 받고, 표준점수는 난이도를 보정한 상대 지표이지만, 백분위는 최종적으로 전국 응시 집단 속에서의 위치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원점수가 상승했더라도 백분위가 정체되어 있다면 전국 경쟁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원점수가 큰 변화가 없어도 백분위가 상승했다면 전국 단위 경쟁력이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백분위는 매 시험에서 자신의 성적이 실제로 상승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② 수능 위주 전형에서 지원 가능 대학 범위 판단
정시 전형에서는 대학에 따라 반영 지표가 다르다. 상위권 대학은 표준점수를 전형 요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 중위권 이하 대학은 백분위를 활용하기도 한다. 즉 실제 환산 점수 계산 방식은 대학별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전형 요소와 별개로, 지원 가능성을 1차적으로 가늠할 때는 백분위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백분위는 전국 등수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가 어느 대학 지원 구간에 해당하는지 대략적으로 판단하기 용이하다. 표준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하더라도, 지원 전략을 세우는 초기 단계에서는 백분위를 통해 전국 단위 경쟁력을 먼저 점검하는 경우가 많다.
즉 백분위는 특정 대학에서만 활용되는 지표가 아니라, 정시 지원 전략 전반에서 기준점 역할을 하는 수치다. 이는 뒤에서 살펴볼 조합 백분위 해석(성적표 구간Ⅳ)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③ 학교의 학업 경쟁 환경 짐작
전국 백분위는 학교 석차와 비교할 때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전국 백분위가 96%인데 학교 석차가 250명 중 20등이라면, 학교 상위 8%에 해당한다. 이 경우 전국 단위 위치에 비해 학교 내 등수가 상대적으로 낮기에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이 많이 모여 있는 학교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전국 백분위에 비해 학교 석차가 높다면 내신 확보에 비교적 유리한 환경일 수 있다.

<표 2> 전국 백분위와 학교 석차 비교 해석 예시
샘플 성적표를 예시로 들면, 이 학생은 수학을 기준으로 할 때, 학교 석차가 350명 중 113등으로 학교에서는 상위 약 32%이다. 하지만 전국 백분위는 84.83%로 상위 약 15%에 해당된다. 즉, 이 학생은 학교에서보다 전국 단위에서 더 높은 위치를 갖고 있기에 이 학교는 수학 학업 성취가 높은 학생이 많은 학교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전국 백분위와 학교 석차를 함께 해석하면 학교 내 경쟁 강도를 짐작할 수 있고, 이는 학생부 위주 전형(교과전형, 종합전형)과 수능 위주 전형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둘지 판단하는 참고 자료가 될 수도 있다.
• 등급: ‘구간’으로 묶은 전국 위치
국어, 수학, 탐구 영역의 등급은 전국 백분위를 일정 구간으로 나누어 제시한 값이다. 1등급은 상위 4% 이내, 2등급은 상위 11% 이내, 3등급은 상위 23% 이내에 해당하는 식으로, 전국 응시 집단 속 위치를 단계별로 구분한 지표다. 즉 등급은 새로운 점수가 아니라, 백분위를 이해하기 쉽게 묶어 놓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모든 영역이 동일한 방식으로 등급이 산출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은 절대평가로 실시되며, 정해진 점수 구간에 따라 등급이 부여된다. 예를 들어 영어 영역은 90점 이상이면 1등급, 80점 이상 90점 미만은 2등급, 70점 이상 80점 미만은 3등급과 같이 원점수 기준으로 등급이 결정된다. 한국사 역시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해당 등급이 부여되는 구조다. 따라서 이들 영역의 등급은 전국 상대적 위치를 의미한다기보다, 정해진 성취 기준을 충족했는지를 보여주는 절대적 성취 지표라고 이해해야 한다.
등급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대입 전형에서의 활용에 있다. 특히 수시 전형에서 적용되는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 등급이 기준이 된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중 2개 영역 등급 합 4 이내’와 같은 조건은 모두 이 등급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모의고사에서 자신의 등급을 확인하는 것은 단순한 성취 판단을 넘어, 수능최저 충족 가능성을 점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만 등급은 구간 단위로 제시되는 지표이기 때문에, 같은 등급 안에서도 실제 전국 위치 차이는 상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등급 초반과 2등급 후반은 백분위 기준으로 큰 간격이 존재한다. 특히 등급 경계선(예: 11%, 23%) 부근에 위치한 경우에는 다음 시험에서 등급 변동 가능성이 크다. 백분위가 경계에 가까운 학생은 소폭 상승만으로 상위 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상승 여지’가 있는 동시에, 작은 하락에도 등급이 내려갈 수 있는 ‘하락 위험’도 함께 존재한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등급만으로 성적을 판단하기보다는, 등급과 백분위를 동시에 확인해야 보다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다.

<표 3> 모의고사 등급 구분
[성적표 구간 Ⅱ]

<자료 2>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통지표 예시 중 구간 Ⅱ
구간Ⅱ는 영역별(또는 선택과목별) 응시자 수와 등급별 전국 인원 비율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수치는 시험의 규모와 난도, 선택과목 선호도 등을 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먼저 국어·수학·영어·한국사 영역의 응시자 수는 대체로 큰 차이가 없다. 이 숫자는 곧 해당 모의고사에 실제로 응시한 전체 학생 규모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응시자 수를 통해 시험의 표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영어와 한국사는 절대평가로 실시되기 때문에 성적표에 백분위나 표준점수가 제시되지 않고, 원점수와 등급만 제공된다. 이때 확인해야 할 부분이 바로 등급별 인원 비율이다. 상대평가 과목에서는 1등급 비율이 4%로 고정되어 있지만, 절대평가 과목은 일정 점수 이상을 받은 학생이 모두 1등급이 되기 때문에 해마다 비율이 달라진다. 따라서 1등급 비율을 보면 시험의 난이도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6학년도 수능에서는 영어 1등급 비율이 3.11%로 나타나 비교적 어렵게 출제되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반대로 2021학년도 수능에서는 1등급 비율이 12.66%로 높아 상대적으로 쉬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처럼 절대평가 영역은 ‘등급 분포’ 자체가 곧 난이도 지표로 기능한다.

<표 4> 7개년 영어 1등급 비율
한편 탐구 영역의 경우에는 선택과목별 응시자 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과목별 경쟁 규모를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된다. 샘플 성적표를 예시로 들면, 약 33만 명의 응시자 수 중에 화학Ⅰ을 선택한 학생은 5만 8천 명으로 전체 응시자 중 약 17%가 화학Ⅰ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현 고등학교 2학년부터 적용되는 통합형 수능 체제에서는 탐구 영역에서도 선택과목 구분이 사라지므로, 향후에는 탐구 영역 응시자 수 역시 국어·수학·영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성적표의 구간Ⅰ과 구간Ⅱ에는 개인의 성취 수준과 전국 단위 분포, 그리고 학교 내 경쟁 환경까지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등급 하나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구조가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성적표는 단순히 ‘결과’를 보여주는 종이가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자료인 셈이다.
모의고사 성적표는 단순한 결과표가 아니다. 원점수,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응시자 수와 등급 분포까지 각각의 숫자들은 서로 다른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성적표는 평가표가 되기도 하고 전략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결국 성적표를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잘 봤다, 못 봤다’를 판단하는 일이 아니라, 전국 속 자신의 위치와 학교 내 경쟁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다. 그래야 막연한 감정이 아니라 근거를 바탕으로 다음 학습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적표를 읽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구간 Ⅲ~Ⅴ의 문항 분석은 어떻게 학습 전략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같은 성적표라도 학년에 따라 활용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성적표를 ‘해석하는 것’을 넘어 ‘전략으로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교육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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