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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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영여자고등학교 안지웅 선생님
2026년 현재, 대한민국 고등학교 현장은 유례없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전 학년에 적용되고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 첫 세대들이 입시를 목전에 두면서, 대학 입시의 판도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정성평가의 꽃이라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숫자’ 중심의 정량적 평가에서 ‘내용’ 중심의 정성적 평가로의 회귀, 그리고 학생의 ‘자기 주도적 설계’가 당락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부상했다.
1.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과 학종 평가의 상관관계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의 ‘자기주도성’과 ‘창의적 혁신’을 강조하며, 교과목 체계를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으로 세분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학종의 평가 요소 중 ‘진로역량’과 ‘학업역량’의 경계를 허물고, 이 둘을 하나로 통합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학은 학생이 지원한 전공과 관련된 특정 과목을 이수했는지 여부를 넘어, ‘왜 이 과목을 선택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성적을 따기 쉬운 과목이 아니라,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도전한 융합선택 과목의 이수 이력은 평가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마련이다. 교육부와 대교협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학은 고교별 교육과정 편성표를 면밀히 분석하여 학생이 처한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는지를 평가의 최우선 순위로 둔다. (사실 소위 ‘블라인드 평가’를 한다고 해도 교육과정 편성표를 보는 순간 해당 학교의 개설된 과목명만으로도 일반고인지 특목고인지 쉽게 알 수 있는 게 현실이다)
2.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개별화된 교육과정’이 곧 스펙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을 수동적인 교육의 대상에서 능동적인 ‘설계자’로 탈바꿈시켰다. 과거에는 학교가 정해준 시간표를 충실히 따르는 것만으로도 성실성을 증명할 수 있었지만, 2026년의 학종은 다르다. 학생 스스로 192학점을 어떻게 구성했느냐가 그 자체로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과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의 비중 확대다. 우리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심화 과목을 수강하기 위해 거점 학교를 방문하거나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이수한 기록은 학종에서 ‘자기주도적 학업 태도’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대학은 환경 탓을 하지 않고 스스로 배움의 기회를 확장해 나간 학생에게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3. 내신 5등급제 개편에 따른 ‘세특’의 절대적 변별력
2025학년도 고1부터 도입된 내신 5등급제는 학종의 평가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등급 구간이 넓어지면서 상위권 학생들의 등급 변별력이 약화되었고, 대학은 자연스럽게 학생부의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이제 세특은 단순한 수업 참여도의 기록이 아니라, 학생의 ‘사고의 깊이’를 증명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어떤 개념을 배우고 나서 생긴 궁금증을 어떻게 심화 탐구로 연결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문헌을 참고하고 어떤 비판적 사고를 거쳤는지가 구체적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2026년 현재 상위권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등급 한 급간 차이보다, 한 줄의 의미 있는 세특 기록이 학생의 역량을 더 잘 대변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세특 글자 수를 줄이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A.I.를 활용하여 세특을 작성하기도 하는 요즈음, 세특 내용의 진지함과 함량은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이긴 한다.)
한편,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오해하는 지점이 있다. A.I.가 상용화되고 그 능력을 맹신하다 보니 ‘우리 아이도 챗GPT를 활용해 논문을 찾고 보고서를 썼는데 왜 떨어졌을까?’라는 의문을 표하는 경우가 있다. 2026년의 학종 평가는 단순히 ‘무엇을 했다’는 Fact 위주의 기록이 아니라, 그 활동이 학생의 ‘사고력의 확장’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본다. 이제는 ‘논문을 읽었다’가 아니라, ‘논문의 연구 방법론을 내 실험의 오류를 수정하는 데 어떻게 적용했는가’가 기록되어야 한다.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사례 1> 기계공학/로봇공학 지망생의 ‘미적분’ 세특 차별화

<사례 2> 경영/경제/통계 지망생의 ‘확률과 통계’ 세특 차별화

<사례 3> 의학/생명과학 계열: “실험의 정교함과 윤리의 균형”
4. 대학별 평가 지표의 변화와 대응 전략
최근 주요 대학들의 입학처 자료를 분석해 보면, ‘전공적합성’이라는 용어 대신 ‘진로역량’ 혹은 ‘계열적합성’이라는 폭넓은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특정 학과에 맞춘 좁은 탐구가 아니라, 관련 계열 전체를 아우르는 기초 학업 소양과 융합적 사고를 중시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특정 직업을 하나 정하고 거기에 자신을 가두기보다는, 수학이나 과학, 인문학적 기초까지 두루 아우르며 2, 3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자신의 선택 과목을 통해 관심 분야를 구체화하는 소위 ‘깔때기형’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대학은 고교 3년간의 성장 궤적을 보고 싶어 한다.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이 학생부에 고스란히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춰 저마다의 평가 지표를 정교화했다. 2026학년도 대입 전형 계획을 통해 본 주요 대학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자료 1> 2026학년도 대입 전형 계획을 통해 본 주요 대학 사례
5. 현 시점 학종 대비를 위한 제언
첫째, 과목 선택에 전략적으로 임하라. 단순히 등급 받기 쉬운 과목이 아니라, 자신의 진로 로드맵상 반드시 필요한 과목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 대학은 도전하는 학생을 선호한다.
둘째, 수업의 주인공이 되어라. 고교학점제의 수업은 학생 참여형으로 이루어진다. 토론, 발표, 실험 등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과 기여도를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 그것이 곧 세특의 수준을 결정한다.
셋째, 연계 탐구의 힘을 믿고 실천하라. A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B과목의 탐구 주제로 가져오거나, 자율활동과 연계하는 등의 ‘교과 간 융합’ 혹은 ‘통합’, ‘통섭’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다.
성공적인 학종 대비를 위해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체계적인 로드맵을 그리고 실천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래는 주요 계열별 핵심 권장 과목 리스트를 구성해 본 것이다.

<자료 2> 주요 계열별 핵심 권장 과목 리스트
새 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수강 신청을 할 때, 학생부의 ‘질적 수준’을 결정짓는 5단계 자가진단표를 통해 자신의 진로와 과목 선택을 점검해 보는 것 또한 좋다.

<자료 3> 학생부의 질적 수준을 결정짓는 5단계 자가진단표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동시에 더 큰 책임을 부여했다. 이제 대입에서 학종은 보다 더 깊이,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알고 그 배움을 위해 스스로 교육과정을 설계하며, 수업 속에서 깊이 있게 탐구한 ‘준비된 대학생’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변화된 제도에 당황할 필요는 없다.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배움에 대한 진정성과 주도적인 실천력을 갖춘 학생이라면, 고교학점제라는 새로운 무대는 오히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가장 완벽한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자신의 학생부를 펼쳐보자. 그 속에 나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아니면 누구나 쓸 수 있는 평범한 기록들로 채워져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할 때다.
참고문헌
서울대학교 입학처(2024), 「2026학년도 서울대학교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경희대·고려대·성균관대 등 공동연구(2022), 「대학 입학전형을 위한 고교 교육과정 이수 과목 분석 연구」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2025), 「2026학년도 대입 대비 진학지도 자료집」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정정보포털 어디가(adiga.kr)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
국가교육위원회(2024),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고교학점제 현장 안착 지원 방안」
#학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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