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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매거진 소개

고3 2학기, 학종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2025.11.18 509

서울문영여자고등학교 안지웅 선생님

 

 

 수능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고3 교실은 묘한 공기가 감돈다. 소위 ‘불수능’이라고 평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시험을 잘 치른 학생보다 그렇지 못한 학생이 두드러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2학기 기말고사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주말과 주중 연이어 대학별 고사 또한 병행하여 진행 중(이거나 됐을 것)이다. 수능이 끝났다는 사실 때문에 (학교별 편차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말고사에 집중하여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공부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대학별 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기말고사는 손 대기가 어렵다. 아직 해당 대학의 고사를 준비하고 응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학생에게는 3학년 2학기 성적이 필요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일부 대학에서는 수능 전에 면접을 완료한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대학들이 면접을 포함한 대학별 고사가 수능 이후에 산재되어 있다.)

 

<자료 1> 수능 이후 학생부종합전형 수도권 대학 면접 일정 중 일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논술 고사를 대비하여 끙끙대며 준비하고 있고, 누군가는 최저를 맞추지 못했다는 생각에 좌절에 빠져 침잠해 있기도 하다. 또 다른 누군가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면접 고사를 앞두고 잠시 닫아 두었던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다시 들여다보며 자신이 걸어온 3년의 궤적을 더듬고 있기도 하다. 수능이 끝난 뒤의 시간은 겉보기에는 느슨해 보이지만, 사실은 학종을 준비해 온 학생들에게 가장 예민하고 가장 조용한 승부를 준비해야 하는 때다. 학생부는 이미 완성된 듯 보이지만, 입학사정관이 읽는 학생부와 지원한 학생의 성장 및 발전 과정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데 면접 고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그에 따라 초점을 맞추고 준비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학종을 준비해 온 학생들은 “더 이상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없는데 이 기간엔 뭘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의외로 답은 명확하다. 아니, 이미 학생들도 알고 있다. 수능 이후의 시간은 ‘추가’의 시간이 아니라 ‘정리와 완성’의 시간이다. 다시 말해, 그동안 쌓아온 기록을 어떻게 잘 확인하여 입시(면접)에 대비하느냐가 당락을 좌우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학종은 오랜 시간 동안 ‘활동의 양’이 아니라 ‘활동의 질과 그 서사의 일관성’을 중시해 왔다. 이는 자기소개서가 전면 폐지되면서 더욱 명확해졌다. 대학이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서류는 학생부이며, 그 안에 담긴 문장이 곧 학생의 역량이 되는 구조다. 입학사정관은 한 학생의 기록을 펼쳐 놓고 과목별․개인별 세특과 각종 창체활동 내용, 그리고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교차해 읽는다. 소위 ‘크로스체크’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동기 – 과정 – 결과 – 심화’의 과정이다. 즉, ‘이 학생이 왜 이 활동을 했는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변했는지’, ‘그 배움이 진로와 어떤 방향성으로 이어지는지’, ‘학년별․교과간 융합활동은 어떻게 했는지’와 같은 흐름이다. 따라서 수능 이후의 시간은 학생부의 빈칸을 채우는 기간이 아니라, 이미 적힌 문장들이 서로 모순 없이 연결되어서 입학사정관들에게 읽혔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대비하는 기간이다. 즉, 자신이 활동했던 3년 간의 활동 내용을 꼼꼼하게 되짚어 보며 확인하며 보충하고 추가하여 이해시키고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학생부를 한 줄 한 줄 되짚어 읽으면서 학년별․교과간 내용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도록 드러났는지, 자신이 입학사정관이라면 어떤 점이 궁금할지를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의 문장끼리 충돌하는 지점은 없는지,¹ 창체 활동과 교과 활동의 방향성이 흐트러져 있지는 않은지, 진로활동 기록이 전공 선택 이유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를 차분히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자신이 입학사정관이라면 어떤 부분이 의아할지를 생각해 보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² 예를 들어, 탐구 과정이 드러나는 보고서를 다시 살펴보거나 세특에 드러난 독서 관련 내용을 정리해 보거나, 자신의 희망 진로 분야로 학생부에 점철되었었던 각종 내용을 다시 살펴보면서 질의응답을 만들어내는 것을 추천한다. 기존의 탐구 과정에서 남은 의문을 짧은 의견서나 미니 보고서 형태로 다시 정리해 보는 것은 설득력 있는 대비 방법이 될 수 있다.

 

¹ 실제로 1학년 1학기에는 수학을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2학기에는 수학을 싫어하는 과목으로 세특이 입력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² 자신의 학생부는 스스로가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고, 의문 사항이 생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제3자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하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시에서 면접을 실시하는 대학들은 대부분 학생부 기반 면접을 운영한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질문은 ‘이 활동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 ‘왜 이런 탐구를 선택했는가?’, ‘진로 선택의 근거는 무엇인가?’처럼 그 학생의 기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대다수의 학종 면접은 새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 학생부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따라서 수능 이후부터 면접 직전까지는 학생부에 기록된 주요 활동을 스스로 다시 읽고 요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진로와 관련되거나 자신의 역량이 긍정적으로 드러난 핵심 활동을 정리해 보고, ‘이 활동은 어떤 문제의식에서 시작됐고 무엇을 배웠으며 진로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자연스러운 말로 설명해 보아야 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면접 대비를 넘어, 학생부의 전체 흐름을 스스로 정리하게 해 주는 학습 경험이 된다. 전공 관련 독서나 관련 기사·논문 읽기도 여전히 중요하다. 비록 독서활동이 목록으로 대입에 제공되지 않지만, 수업 중 토론이나 세특에서 ‘교과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책을 읽고, 그 책에서 이해한 개념을 적용해 문제를 다시 해석하고 심화 탐구했다’ 같은 식의 자연스러운 확장이 드러나면 학업 역량은 더 뚜렷하게 읽히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독서는 ‘기록되지 않아도 흔적을 남기는 활동’이며, 수능 이후의 시기에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학습 활동으로서의 준비가 가능한 것이기에 학생부에 녹여져 있는 자신의 독서활동을 곱씹어 보고, 해당 도서의 내용과 독서 동기 및 결과를 정리해 보는 것이 필수다.

 

 또한, 고2부터 꾸준히 생명과학 관련 프로젝트를 해 온 학생이 다음 학기 진로활동에서 문학 분야의 체험을 중심에 둔다면, 기록은 기이하게 어긋나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수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물론 문학 과목의 세특에는 문학 과목의 학생 역량이 드러나는 게 맞겠지만, 누가 봐도 문학을 전공하고 싶어 하는 학생으로 비춰지고 그 이유가 다른 곳에서 읽히지 않는다면 해당 학생부는 신뢰를 잃을 게 뻔하다. 반대로, 1·2학년 때는 진로가 명확하지 않았으나 고3에서 특정 탐구를 계기로 진로가 변경되거나 구체화되었다면, 이 변화의 서사를 자연스럽게 마무리하는 문장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러면 상관없다. 평가자는 진로 변경 그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 변화가 맥락 없이 기록되면 신뢰도는 떨어지지만, 변화가 배움과 성찰의 결과로 기록되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수능 이후의 시기는 바로 이런 맥락을 학생 입장에서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변명’을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한편, 3학년 2학기의 마지막 학교생활은 학생부의 ‘보이지 않는 문장’이 된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 사람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다. 필자의 학교 졸업생의 경우, 6개 학종을 써서 1단계를 모두 통과했지만, 면접에서 모두 탈락한 경우도 있고, 학종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이외의 전형으로만 대입을 준비하다가 졸업 이후 재수 과정에서 학종을 써서 합격한 경우도 있다. 또한, 학종을 통해 입학한 대학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별도의 특별한 준비가 없어도 N수를 결정할 수 있는 전형이 학종이다. 심지어 소위 ‘반수’를 하면서 학종으로 재도전하는 경우도 흔한 경우이다. 그러하기에, 2학기의 학교생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능 직후 실시되는 기말고사는 학생들이 신경을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도 난이도를 그리 높지 않게 출제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의 내신 준비 노력에 비해 가성비 있는 노력을 통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고, 대부분의 학생이 시큰둥한 고사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고 결과마저 가져갈 수 있다면 교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졸업생이 된 상태에서 N수생으로서 학종을 지원하게 되는 경우, 입학사정관은 그 학생의 마지막 학기 기록을 특히 주의 깊게 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 입학 후 진지한 학업 적응 과정과 태도를 예측하는 데 3학년 2학기의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능 이후에 일선 학교에서 대부분 파격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기말고사 기간을 최대한 늘려서 수업 일수를 채우고, 오전에만 등교하여 각종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에 점심 때쯤 하교시키는 경우도 많다. 교사들은 인생의 최대 시험인 수능이 끝난 마당에 규정이 그렇다든가, 학교 교육은 끝까지 중요하다는 등의 역설(力說)이 버겁고, 학생들 또한 수능이 끝났는데 왜 학교에 나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혹자는 외국의 교육과정처럼 9월 학기제를 주장하고 5~6월쯤 수능을 치르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수능 이후의 고등학교 현장은 파행의 연속인 것이 현 주소임에는 틀림이 없고, 이 문제는 교육 당국에서 해결해야 할 심각하고 첨예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남은 시간 동안 일반적인 학기 진행 과정대로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기에 실제로 과제 제출, 발표 준비, 토론 참여처럼 평소 하던 학습 패턴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도, 자신의 희망 진로를 위한 노력과 태도를 보여준다면, 그리고 별도의 수능 이후 프로그램 속에서도 그런 노력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최선의 준비가 될 것이다. 학생부 기록이 8월 말로 끝난 것은 당해 년도 수시 입시에 해당하는 것이지, 졸업생의 경우 2학기의 세특 기록도, 각종 창체활동 기록도 추가될 수 있고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 수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기 말까지도 학업 태도를 유지했고, 수능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라는 평가는 짧은 문장으로 남더라도 큰 신뢰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

 

 

 수능 이후의 시간은 ‘기록을 덧붙이는 시기’가 아니라 ‘기록을 완성하는 시기’다. 수능이 끝난 지금, 학종 준비가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의 태도와 정리가 학생부의 마지막 페이지를 결정짓는다.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같은 학생부라도 평가자가 읽는 해당 학생의 인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수능 이후의 시간은 그동안의 조급함을 누르고, 지금까지의 배움과 그 과정을 차분히 돌아보며 맥락을 이해하고 그에 대해 잘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잇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교육 활동의 의미를 다시 정리하는 작은 기록, 면접 대비를 위한 자기 이해, 그리고 예상 질의응답 준비 과정. 이 모든 것이 학생부의 ‘마지막 문장’을 완성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결국 사람을 읽는 전형이다. 입학사정관은 화려함 대신 진정성, 양적 성과 대신 과정의 의미, 순간의 반짝임이 아닌 일관된 흐름과 끝까지의 태도를 본다. 수능 이후의 고3 2학기는 바로 그 흐름이 완성되는 시기다. 지금 이 시간이, 학생이 쌓아온 배움의 결이 단단한 이야기로 완성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교육부, 2026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 및 시행계획

교육부, 2025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Q&A 자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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