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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매거진 소개

학생부종합전형이란 무엇인가

2025.11.19 6238

김포외국어고등학교 김문철 선생님

 

 

- 입시 완전 초보자에게 드리는 글 -

 

<자료 1> 수시 → 정시 흐름도

 

점수의 시대에서 사람의 시대로 변화하는 교육의 진화

 

 지난주, 예비 고3 학부모 상담 주간으로 학부모 진학상담을 하게 되었다. 여느 때처럼 한 학생의 부모님 두 분이 들어오셨다. 늦둥이 딸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말없이 전해질 만큼 표정은 다정하고 친절했고, 대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첫 질문이 나오자마자 입시의 시간은 4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OO여대요? 우리 집에서 가까운데… 지금도 후기로 뽑나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입시가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단번에 들었다.

 

* 지금의 대학입시는 1980년대의 ‘전기/후기 같은 단순 구분이 아니라, 수시/정시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수시는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논술, 특기자 등 여러 가지 전형으로 나뉘고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을 한다면 내신과 비교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상담은 결국 ‘입시 패러다임 다시 그리기’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1980년대식 입시 기억과 2020년대의 격차

 

 수시와 정시의 구조는 물론, 교과/종합/논술 전형의 차이, 학생부의 구성 방식, 선택과목 체계, 공통/일반선택/진로선택의 의미, 대학에서 중시하는 평가 요소 등. 상담은 거의 30~40년의 입시 변화를 한 번에 요약하는 일과 다름없었다. 특히 많은 학부모가 모르는 사실이 있다. 바로 내신은 ‘등급 한 줄’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기부 내신에는 다음과 같은 여섯 개 이상의 자료가 들어 있다.

 

[원점수-과목평균-과목편차-성취도-수강인원-등급]

 

 이 여섯 가지가 함께 놓여야 내신의 ‘실제 의미’가 드러난다.

 

 예를 들어, 평균 92점의 2등급과 평균 64점의 2등급은 전혀 다른 의미다. 그 과목을 듣는 친구들 전체의 점수가 높다는 것은, 그 반에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2등급을 받았다는 건, 그 학생도 그 ‘잘하는 친구들 무리’ 속에서 꽤 잘 버티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평균이 낮은 과목의 2등급은 경쟁 구도, 난이도, 학급 구성까지 모두 고려해야 이해할 수 있다.

 

 상담을 받던 두 분은 이 설명을 듣고도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정말 이런 것까지 다 본다고요? 처음 듣는 말인데요…”

 

 이 반응은 사실 우리 교육 현실의 축소판이다. 많은 학부모와 학생은 여전히 1등급 = 최고, 2등급 = 양호라는 단순한 등급 사고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내신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비교과는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생기부의 비교과, 즉 자율활동, 동아리, 진로활동, 봉사활동,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발달특성 및 종합의견 등은 각각 어떤 것인지 설명하자 부모님 얼굴에 또다시 물음표가 떠올랐다. 더 나아가 학생이 선택한 과목들이 지원 학과와 어떤 연결성을 갖는가, 즉 ‘과목 선택의 맥락’까지 평가 대상이라는 점을 말하자 놀라움은 두 배가 되었다. 많은 학부모는 아직도 대학 입시를 ‘등급 계산기’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학종은 그 반대다. 숫자 뒤의 맥락을 읽어내는 전형이다.

 

 

‘몇 등급이면 OO대 가능해요?’ 라는 질문의 허상

 

 입시 상담에서 거의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

 

 “몇 등급이면 ○○대 갈 수 있을까요?” “OO대 가려면 내신을 몇 점대로 올려야 하나요?”

 

 한국 교육에서 점수로 가능성을 예측하는 방식은 너무나 익숙한 관념이다. 하지만 학종은 바로 이 오래된 관념을 뒤집기 위해 등장했다. 학종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단 하나다.

 

 ‘점수 한 줄로 학생의 가능성을 다 말할 수 있을까?’

 

 정답은 NO이다. 그래서 학종은 점수 중심 선발이 놓친 교육적 가치들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로 만들어졌다.

 

 

서울대가 말하는 학종의 철학

 

 서울대학교는 학종 안내에서 오랫동안 다음과 같은 표현과 문장을 유지해 왔다. 

 

"학생들의 가능성과 자질은 사람들의 얼굴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이 문장은 10년 넘게 아니 20년 넘게 바뀌지 않았다. 왜일까? 서울대가 보는 학종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교육 철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생의 능력은 수치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환경, 동기, 의지, 도전의 흔적, 잠재력을 함께 보아야 한다.

 

 과정 없는 결과, 맥락 없는 점수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서울대는 이를 위해 20년 이상 종합평가 시스템을 연구했고, 지금의 학종은 그 연구의 결실이다. 즉, 학종은 ‘즉흥적 판단’이 아니라 구조화된 정성 평가다.

 

 

사람들은 왜 여전히 ‘내신 = 등급’이라고 믿을까?

 

 상담에서 아무리 ‘내신은 전체 자료를 다 본다’ 라고 강조해도 부모님 대부분의 머릿속은 결국 평균 등급 한 줄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과거 입시의 단순성 -> 점수만 합산하면 결과가 나오는 구조

2. 한국 사회의 ‘숫자 중심’ 문화 -> 측정 가능한 것이 곧 객관적이라고 믿는 경향

 

 하지만 대학의 평가 방식은 이미 그 단계를 벗어났다. 등급은 단지 하나의 요소일 뿐, 모든 것을 말해주는 절대 기준이 아니다.

 

 

“오! 내신!” 이라는 급훈이 보여주는 교육의 민낯

 

 2학년 어느 교실에는 이런 급훈이 붙어 있었다.

 

 

 이 짧은 문장은 한국 교육의 현실을 압축한다. 교실은 사고의 실험실이 아니라 문제풀이 연습장이 되어가고 있다.

 

 사회 시간에는 토론 대신 기출문장을 암기하고, 과학 시간에는 원리 탐구 대신 공식 외우기를 하며, 국어 시간에는 작품 감상 대신 정답 전략 훈련을 한다. 영어 시간에는 한 문장씩 읽고 해석하고 문법을 설명하며 정답이 왜 정답인지를 말해준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는 사라지고 ‘어떻게 틀리지 않을까?’만 남았다. 학습이 ‘생산적 사고’가 아니라 ‘정답 소비’가 된 것이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학종이다.

 

 

학종은 무엇을 보는가?

 

 학종은 결과보다 과정을 본다. ‘몇 점을 맞았느냐’보다 ‘어떻게 배웠느냐’를 본다. 그래서 대학은 이런 것들을 본다. 

 

- 수업 속 참여 태도

- 실험 프로젝트 과정에서의 문제 해결 방식

- 선택과목을 고른 이유

- 협업 과정에서 맡은 역할

- 실패를 대하는 태도

- 학기/학년 간 학습 태도의 변화

- 독서가 사고 확장으로 이어지는 흐름 등

 

 예를 들어, 실험을 한 번에 성공한 학생보다, [실패 후 원인 분석] -> [새로운 변수 실험] -> [결과 비교] 등의 과정을 기록한 학생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과정 중심의 평가’다.

 

<자료 2> 실제 정성평가의 두 학생 사례(가상)

 

 두 학생의 등급은 같다. 그러나 대학이 보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대학은 ‘어떤 1등급인가?’를 본다.

 

 

학종은 교실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학종 도입 이후 교실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정답률보다 생각의 변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발표, 토론, 글쓰기 활동이 활발해졌다. 실험 보고서에서는 탐구 과정의 깊이가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교사는 점수 매기기보다 기록, 조언, 성장 안내자의 역할이 커졌다. 비록 여전히 일부 반발과 논란이 존재하지만, 학종은 교실의 패러다임을 ‘점수 -> 성장’으로 이동시킨 전환점이었다.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 정말 그럴까?

 

 학종이 늘 비판받는 대표적인 시선이 있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 ‘부모 배경이 작용한다’ 등등. 그러나 대학은 이미 세부 평가 요소를 꾸준히 공개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수행평가, 프로젝트, 세특 기록 과정이 구조화되면서 오히려 과거보다 투명하게 바뀌고 있다.

 또한 학종이 없다면? 그 자리를 수능 표준점수, 등급 같은 더 단순하고 배경에 더 영향을 받는 경쟁이 채우게 된다. 학종은 완벽하지 않지만, 적어도 정량평가가 놓친 인간적, 교육적 요소를 살펴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점수의 시대에서 사람의 시대로

 

 교육은 공식, 사실, 정답을 쌓는 과정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묻고 자신만의 해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점수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학종은 그 사실을 다시 상기시키는 제도다. 학종은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방향 전환을 만들었다.

 

 점수 중심의 시대에서 성장 중심의 시대로, 획일적 평가에서 다면적 평가로, 결과 중심 평가에서 과정 중심 평가로 바꾸었다. 사회가 어떤 학생을 길러내고 싶은지에 대한 집단적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학종이다.

 

 

서울대가 밝힌 ‘학생부종합전형이 필요한 이유’

 

 서울대학교는 이렇게 말한다. 점수 몇 점 차이로 합격, 불합격이 갈리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미래 사회는 창의성, 융합적 사고, 문제 해결력, 주도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학생을 단순히 숫자로 줄 세우는 방식은 시대적 요구와 맞지 않는다. 학생이 학교라는 일상적 환경에서 어떻게 배우고 성장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서울대는 제출서류 기반의 종합적, 다면적 평가를 선택했다. 이는 단순히 학생을 뽑는 방식이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을 변화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교육이 가야 할 길

 

 지난주 상담을 마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학종의 철학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점수와 숫자의 언어로 입시를 이해하지만, 학생의 성장 과정은 숫자로 절대 다 담을 수 없다. 환경 동아리에서 자신감을 얻은 학생, 스포츠 활동에서 리더십을 보여주는 학생, 탐구 활동을 통해 삶의 관점이 달라진 학생, 실패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단련한 학생의 이야기는 절대 시험 점수 한 줄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성장의 순간들이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학종은 그 순간들을 기록하고 사회에 보여줄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언젠가 더 많은 사람들이 입시를 ‘숫자의 경쟁’이 아닌 ‘성장의 기록’으로 이해하게 되기를, 그 변화가 한국의 교육을 한 단계 더 성숙하게 만들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

 

 

 

참고자료

2026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학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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