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불안이에요.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마음이 조급해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미래가 걱정돼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상상하면서 혼자서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내고, 그 상상 속에서 스스로를 몰아붙이게 돼요. 대학생이 된 지금에서야 느끼는 건, 그때 그렇게 크게 느꼈던 불안 중 많은 부분이 지금 와서 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괴로워하지 않아도 됐던 것들이었다는 점이에요. 고3 때는 모든 게 숫자로 평가받는 것처럼 느껴져요. 내신 등급, 모의고사 점수, 수능 예상 등급 같은 숫자들이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성적이 잘 나오면 잠시 안도하지만, 조금만 떨어져도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바로 들어요. 그때는 성적이 곧 나의 가치처럼 느껴지고, 점수 하나하나에 감정이 크게 흔들려요. 하지만 대학에 와 보니 고3 때의 성적은 인생 전체를 설명해 주지 않아요. 그건 그 시기의 나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록일 뿐이에요. 고3 때 알았으면 덜 불안했을 것 중 하나는, 지금 느끼는 이 불안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겉으로 보면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다 잘 버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들 비슷한 걱정을 안고 있어요. 누군가는 성적 때문에, 누군가는 진로 때문에, 누군가는 부모님의 기대 때문에 힘들어해요.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불안하다는 건 약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시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또 하나 알았으면 좋았을 건, 미래는 생각보다 한 번에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고3 때는 대학 하나, 전공 하나, 시험 하나가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실제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아요. 대학에 들어가서도 선택은 계속되고, 그 선택들은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어요. 한 번의 결과로 모든 문이 닫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노력에 대해서도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어요. 고3 때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으면 모든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져요. 밤늦게까지 공부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이렇게 해도 안 되는데 무슨 소용이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그 노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요. 성적표에는 남지 않더라도, 집중하는 힘, 버티는 힘, 포기하지 않는 태도로 남아요. 대학생이 되고 나서 느낀 건, 고3 때 힘들게 버텼던 시간들이 이후의 삶에서 정말 자주 떠오른다는 거예요. 대학 생활이 힘들 때, 과제가 많을 때, 인간관계가 어려울 때 “그래도 그때도 버텼잖아”라는 기억이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워줘요. 고3의 노력은 단순히 입시를 위한 게 아니라, 인생을 버티는 연습이기도 해요. 또 고3 때는 항상 “지금 참고 견뎌야 한다”는 말만 듣게 돼요. 그래서 지금의 감정이나 힘듦을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기게 돼요. 하지만 그때의 감정도 충분히 중요해요. 힘들면 힘들다고 느껴도 되고, 지치면 지쳤다고 인정해도 괜찮아요.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는 게 오히려 더 힘들어요. 고3 때 알았으면 덜 불안했을 또 하나는, 실패라고 느끼는 순간에도 인생은 계속된다는 사실이에요. 그때는 한 번의 결과가 끝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장면일 뿐이에요. 인생에는 생각보다 많은 갈림길과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어요. 지금 돌아보면, 고3 때의 나는 너무 스스로에게 엄격했어요. 조금만 부족해도 자신을 탓했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렸어요.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흔들려도, 불안해해도 그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어요. 고3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에요. 지금은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알게 돼요. 이 시기는 길고 긴 인생 중 아주 한 부분이에요. 조금 부족해도 괜찮고, 잠시 멈춰도 괜찮아요. 그 사실을 고3 때 미리 알았더라면, 불안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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