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보고서
[탐구주제 추천] 선발과 시험은 어떠한 사회와 인간을 만드는가?
고등학교 시절, 저 역시 매일같이 수행평가와 내신, 수능 준비에 치이며 살았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목표 아래, 실수 없이 문제를 풀고,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압박이 너무나 당연했습니다. 그렇게 대학에 진학한 뒤 사회학을 공부하고, 리로스쿨 멘토 활동을 하며 후배들과 교육에 대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교육 시스템은 정말 모두에게 공정한 것일까?” 특히 수능은 ‘누구에게나 같은 시험지, 같은 시간’이라는 이유로 가장 평등한 시험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같은 시험지를 받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시험을 준비해온 시간들은 정말 모두에게 같았을까요? 누군가는 학교 수업만으로도 충분한 지원을 받았지만, 누군가는 사교육 없이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구조 안에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수능과 선발이라는 제도, 그 이면의 구조적인 불평등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고등학생 여러분이 탐구보고서 주제로 연결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단순히 탐구보고서를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시험을 잘 치는 방법’을 중심으로 공부해왔지만, 이제는 한 번쯤은 ‘왜 이런 시험을 치르고 있을까?’, ‘이 시험은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고 있을까?’라는 질문도 해보았으면 합니다. #시험은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를 배제하는가?#시험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우리는 어떤 교육을 원하고,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 1. 한국 교육은 어떤 인간을 ‘높게’ 평가하고 선발하는가?한국의 교육은 기본적으로 ‘선발’을 중심에 두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학 입시 제도는 물론이고, 고등학교의 수행평가와 내신 체계, 비교과 활동 등도 결국은 특정한 기준에 맞춘 평가를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렇다면 이 ‘기준’은 어떤 인간을 이상적인 인재로 상정하고 있을까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 학생이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정해진 정보와 규칙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정확히 적용할 수 있는 사람, 실수 없이 문제를 풀고, 주어진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람,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보다는 결과를 위해 최적의 방식으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기준은 표면적으로는 공정해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굉장히 제한적인 인간상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창의적이지만 산만한 학생, 속도는 느리지만 통찰력 있는 학생,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학생은 현재의 평가 구조 안에서 불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교육의 ‘선발 기준’이 사실상 어떤 인간을 사회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는지를 탐구해보는 것은, 사회학적으로 깊이 있는 탐구를 할 수 있습니다. 2. 집중선발체제가 한국 교육의 핵심 문제인가?한국의 입시는 대부분 집중선발체제를 따릅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한 시기에, 수능과 내신이라는 집중된 평가로 대부분의 진학이 결정됩니다. 이 체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기도 합니다. 평가가 특정 시점에 몰려 있어, 실수나 컨디션의 영향을 지나치게 많이 받습니다. 학습의 목적이 ‘이 시점에 맞춰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되며, 장기적인 탐구나 흥미 중심 학습이 소외됩니다.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시기를 ‘인생의 승부처’로 받아들이며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됩니다. 반면, 분산선발체제는 학생의 여러 시점, 다양한 활동, 과정 중심의 성장을 바탕으로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 기반 전형, 프로젝트형 평가, 협업 중심 발표 평가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물론 분산선발은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 교사 역량 차이에 따른 불평등 문제 등의 단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처럼 ‘한 번의 시험’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결정하는 구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주제를 탐구보고서로 발전시키고 싶다면, 현재의 수능/내신 중심 구조를 설명하고, 외국 사례(예: 핀란드, 네덜란드 등)를 비교해 분석하거나, 분산선발이 학생의 어떤 자질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지 실제 인터뷰를 통해 분석해보는 방법도 좋습니다. 3. 객관식 시험은 학습자를 조건에 순응하는 인간으로 만드는가?객관식 시험은 많은 학생들이 매일같이 접하는 익숙한 시험 양식입니다. 빠르고 공정하게 채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형식이 학습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비판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객관식 시험은 대체로 하나의 정답이 있고, 제시된 조건 안에서 빠르게 반응하는 능력을 평가합니다. 다시 말해, 그 구조 안에서는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거나, 정답 외의 해석을 제시하거나, 문제 자체를 되묻는 사고는 불가능합니다. 이런 시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학생은 스스로 사고하기보다는, ‘무엇이 정답일까’라는 감각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문제를 분석하거나, 해석하거나,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훈련보다는, 주어진 조건에 익숙하게 반응하는 수동적인 학습 태도가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관식이나 서술형 평가는 정답을 쓰는 것뿐 아니라, 사고의 과정, 논리의 전개, 표현 능력까지 포함하여 평가합니다. 물론 채점에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고, 평가자 간 편차나 기준의 모호성 등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학생 개개인의 사고 능력, 문제 해결 방식, 자기 의견의 구성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평가 방식입니다. 이 질문은 철학적인 동시에 교육학적인 문제로, 탐구보고서 주제로 다룬다면 객관식/주관식 시험의 비교 사례, 본인의 학습 경험 분석, 교사 또는 친구들의 인식 조사 등을 통해 실증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회가 어떤 인간을 길러내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제도입니다. 우리가 겪는 시험, 평가, 선발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단지 제도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어떤 인간으로 길러지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일입니다. “시험은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를 배제하는가?” “시험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우리는 어떤 교육을 원하고,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 이 질문은 어렵지만, 동시에 깊이 있는 탐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정보 조사가 아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녹여낼 수 있는 보고서를 쓰고 싶다면, 이 주제를 꼭 한 번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이미 교육을 소비하는 학생이 아니라 교육을 다시 묻는 ‘생각하는 사람’으로 한 걸음 나아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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