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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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영여자고등학교 안지웅 선생님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은 늘 비슷한 말로 비판받기 일쑤다. “기준이 모호하다”, “공정하지 않다”, “결국 운과 정보 싸움 아니냐?”, “특목고 자사고가 유리한 거 아니냐?” 등의 주장이다. 이 말은 입시철이 되면 어김없이 반복된다. 그러나 정작 대학이 직접 공개한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을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입시에 많은 관심이 있어서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인터넷 블로그나 입시 학원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요약본을 읽어봤거나 각종 사설 입시학원의 설명회 자료에 그치는 “그렇다더라~”를 믿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학종은 불투명해서 어려운 전형이 아니라, 이미 공개된 기준을 믿지 않거나 지속적인 의문을 품을 뿐 막연하게만 준비해서 어려운 전형인 것이다. 대학은 여러 해에 걸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대체 무엇을 어떻게 더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다. 이 질문 자체가 학종을 오해하고 있다는 신호나 마찬가지다.
¹ 2026학년도 주요 대학(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동국대·건국대)의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을 나란히 놓고 보면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대학이 찾는 학생은 특별한 결과로서의 성과를 가진 학생이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해당 학교에서 자기 몫의 배움을 책임 있게 감당해 온 학생이다. 학종은 그 과정을 기록을 통해 확인하는 장치다.
¹ 2027학년도 대입의 경우 5~6월말이나 되어야 최종 가이드북이 업로드되나, 예년과 대동소이할 것이다.
학종은 ‘잘한 학생’을 뽑는 전형이 아니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오해는 이것이다. 학종은 남들보다 잘해야 붙는 전형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온갖 결과를 만들고 그걸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분주해진다. 각종 발표 기회를 찾고, 보고서를 늘리고, 다양한 활동을 겹겹이 쌓는다. 그러나 대학 가이드북이 말하는 학종의 출발점은 전혀 다르다. 서울대는 학종으로 ‘학교 안에서 성장해 온 학생’을 선발한다고 말한다. 연세대 역시, 서류평가는 성취의 크기보다 ‘고교 생활 속 경험이 지닌 의미와 맥락을 해석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뜬구름 잡는 듯한 추상적인 얘기로 이해하면 안된다. 학종에서 결과는 참고 자료일 뿐, 판단의 중심이 아니라는 뜻이다.
같은 탐구 활동이라도 출발점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수업 중 던진 지적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질문에서 비롯된 탐구인지, 수행평가 제출을 위해 급히 만든 결과물인지는 전문가인 입학사정관들이 해당 학생의 생활기록부 기록을 들춰 보기만 해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게 왜 궁금했는지, 관련 자료를 어떻게 찾았는지, 어떤 지점에서 막혔는지, 그래서 어떤 과정으로 해결했는지, 그 경험이 이후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이 입학사정관의 눈에 긍정적으로 판단될 관건이 되는 것이다. 대학은 그 흔적을 본다. 학종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했는가?’가 아니라 ‘왜 그걸 하게 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생각했으며, 무엇을 배웠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학교생활기록부는 ‘양으로 쌓는 문서’가 아니라 ‘질로 읽히는 기록’이다
학생부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차이가 갈린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부를 ‘채워야 할 칸’으로 인식한다. 실제로 교과세특에서 기록할 수 있는 글자 수는 1500byte(한글 한 글자는 3Byte, 영문·숫자 한 글자는 2Byte)로 500자 정도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는 연말이 되어 세특 초안을 완성한 후에, 오타 및 오류 내용 확인차 학생들에게 확인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 그 초안을 받아 든 학생들의 입에서는 글자 수를 짚어가며 ‘쟤는 왜?, 나는 왜?’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1500byte를 거의 채운 학생이 마치 교사의 애정을 독점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한다. 모두 ‘채워야 할 칸’으로 인식한 결과이다. 온갖 미사여구를 넣어서 억지로 늘려 놓은 세특은 이미 대학에서 매력이 없어진 지 오래다. 또한 학생들은 학생부의 각 영역을 교과 성적은 성적대로, 세특은 세특대로, 동아리는 동아리대로 별도의 항목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학은 학생부를 그렇게 분해해서 읽지 않는다. 중앙대와 건국대가 서류평가를 ‘종합적 평가’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학생부의 모든 항목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과 성취도는 학업 태도와 함께 읽히고, 세특은 학업 능력 및 창의적 체험활동과 겹쳐 해석된다. 과목 선택의 맥락은 진로 활동과 분리되지 않는다. 결국 대학이 묻는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이 학생의 고등학교 3년의 생활은 하나의 의미 있는 이야기로 설명되는가?” 즉, 입력된 활동이 많아도 서로가 연결되지 않으면 설득력이 약해지고, 입력된 기록이 적어도 흐름이 분명하고 연결되면 오히려 강점이 된다. 학종에서 경쟁력을 만드는 것은 활동의 수가 아니라 기록 간의 구조와 논리인 것이다.
해석 방식만 달라질 뿐, 평가 요소는 바뀌지 않는다
대학별 가이드북을 비교해 보면 평가 요소의 명칭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거의 같다. 학업역량, 진로·전공역량, 성장가능성, 공동체역량. 이 네 가지 틀에서 벗어나는 대학은 없다. 학업역량은 성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업에 임하는 태도,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질문의 깊이, 탐구 과정에서의 융합·사고력까지 포함된다. 진로·전공역량 역시 전공을 얼마나 일찍 정했는지가 아니라, 관심 분야를 탐색해 온 과정과 교과 선택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성장가능성은 새로운 문제에 도전하는 태도에서, 공동체역량은 출결과 태도, 협업 경험 속에서 드러난다. 여기서 절대 놓치면 안되는 핵심이 있다. 이 역량들은 따로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의 수업 탐구 경험과 과정은 학업역량이자 성장가능성이고, 동아리 활동에서의 역할은 공동체역량이자 진로역량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대학은 학생의 학교생활을 잘게 쪼개지 않는다. 통째로 보는 셈이다.
전공역량은 ‘활동 목록’이 아니라 ‘선택의 누적’이다
최근 가이드북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변화는 ‘전공역량’에 대한 시선이다. 대학들은 더 이상 전공 관련 동아리 하나, 탐구 보고서 하나로 학생을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과목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어떤 학습 경험으로 이어졌는지를 본다. 경희대와 동국대, 건국대가 과목 선택 가이드를 별도로 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교학점제 환경에서 대학은 학생의 선택을 통해 사고의 방향과 학습 태도를 읽는다. 전공역량은 결과물이 아니라 선택의 흐름에서 드러나고 그것을 입학사정관은 알아본다.
또한, 전공을 일찍 정하지 않아도 된다. 중간에 바뀌어도 아무,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선택이 무작위인지, 고민의 흔적이 남아 있는지는 분명히 기록에 남아 있어야 한다. 최대한 설득력 있는 과정이 있었다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될 수도 있다. 학종에서 말하는 전공역량은, 특정 활동을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선택을 어떻게 했고, 어떻게 진행했는지에 대한 동기와 책임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특과 창체는 ‘많음’이 아니라 ‘밀도’의 문제다
세특에서 대학이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활동의 나열이 아니다. 서울대와 연세대, 이화여대의 가이드북을 종합하면 세특은 학생이 교과 지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질문의 출발점, 적용한 개념, 탐구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자기주도적 성찰. 이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세특은 가장 좋은 의미를 가진다. 동아리·자율·진로·봉사활동도 마찬가지다. 중앙대와 동국대는 창체 활동 평가에서 왜 그 활동을 했는지의 참여 동기와 해당 활동에서의 본인의 역할, 해당 활동을 통한 성장의 과정을 강조한다. 교과에서 출발한 질문이 창체 활동으로 이어지고, 다시 학습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는 학종에서 가장 설득력이 크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교과를 넘나드는 질문과 활동, 학습, 그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화되는 학생의 지적 호기심 충족 과정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오해(?)하는 부분
여기서 교사와 학부모 모두가 점검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학종 준비를 ‘더 많은 것을 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오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점이다. 대학은 더 많은 활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 하고 있는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석하고 기록할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교사는 새로운 수업 형태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돕는 수업과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각종 평가를 통해 그들의 사고 과정을 드러낼 책임이 있다. 또한 학부모는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도록 학생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이러한 ‘과정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 과정에서의 균형이 무너질 때 그 학생의 학생부는 산만해지고, 학종은 불안해진다. 대학은 매력적으로 보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합격하는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는 서로 닮아 있다
현장에서 여러 대학의 합격 사례를 종합해 보면, 합격하는 학생부의 모습은 의외로 단순하다. 관심의 방향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², 학년이 올라갈수록 탐구의 깊이가 조금씩 깊어진다. 그리고 활동의 결과보다 그에 대한 해당 학생의 생각의 변화와 성찰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서울대가 말하듯, 학종 준비의 핵심은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다. 이 원칙은 어떤 대학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² 흔들렸다 하더라도 나름대로의 설득력 있는 이유가 있으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결국 학종은 특별한 학생을 가려내는 장치가 아니다. 대학이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질문하며, 어떻게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왔는지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학종 준비는 새로운 전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이미 지나온 학교생활을 다시 읽는 일에 가깝다. 무엇을 더 해야 할지를 묻기보다, 지금까지의 선택과 배움이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예전에는 자기소개서를 통해서 그 흐름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요즘은 학생부를 통해 ‘읽히게끔’ 해야 한다. 대학이 말하는 성장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해당 학생의 배우는 태도가 조금씩 정제된 흔적인 것이다. 그 흔적이 학생부에 남아 있다면, 학종은 더 이상 불확실하거나 불안한 전형이 아니다.
입시는 늘 불확실하다. 그러나 적어도 학종만큼은 대학이 무엇을 보고 싶은지 분명히 말하고 있다. 대학별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에 적힌 문장을 믿어도 된다. 학교에서 성실하게 배우고, 질문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학생은 이미 대학이 기다리는 방향에 서 있다. 과목과 학년을 넘나드는 깊이 있는 질문의 향연을 펼친 일반고 내신 2.78의 학생이 고려대를 비롯한 5개 학종의 합격을 일궈낸 모 학교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더 새로운 것을 만들려 애쓰기보다, 지금의 학교생활을 끝까지 책임 있게 완성하는 것, 그것이 대입 학종 준비의 가장 현실적인 답이다.
[참고 문헌]
한국대학교육협의회(KCUE), 「2027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2024.8 발표)
건국대 2026 KU학생부위주전형 가이드북
경희대 2026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
동국대 2026 학생부위주전형 가이드북
서울대 2026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이화여대 2026학년도 학생부위주전형 안내서
중앙대 2026학년도 학생부전형 가이드북
한양대 2026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
#학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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