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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고3을 위한 학종 기초 가이드: 학생부 종합전형의 내신 평가

2025.12.29 21

김포외국어고등학교 김문철 선생님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과연 어떻게 내신의 정량적 수치를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것일까

 

 학생부종합전형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바로 정성 평가이다. 그러나 이 표현은 종종 오해를 낳는다. 정성 평가라고 하면 숫자를 보지 않는 평가, 점수를 무시하는 평가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학생부 종합전형에서의 정성 평가는 정량적 수치를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정량적 수치를 훨씬 더 깊이 읽어내는 평가 방식에 가깝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말하는 정성 평가는 숫자를 숫자로 다시 계산하는 방식이 아니다. 대신 여러 개의 수치를 하나의 묶음으로 해석하고, 그 수치들이 만들어진 학습 환경과 경쟁 구조, 그리고 학습 과정의 성격에 의미를 부여하는 평가다. 다시 말해, 결과로서의 점수가 아니라 그 점수가 형성된 맥락을 읽는 과정이 바로 정성 평가다.

 

 우선 내신 성적 자체를 살펴보자. 흔히 내신이라고 하면 석차 등급 하나만 떠올리지만, 실제 학생부에 기록된 교과 성적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한 과목의 성적에는 원점수과목 평균과목 표준편차, 성취도, 수강 인원석차 등급이라는 여섯 가지 수치가 동시에 제공된다. 이는 하나의 점수가 아니라, 하나의 데이터 묶음에 가깝다. 정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잉에 가깝다. 문제는 이 많은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에 있다. 정성 평가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평가자는 숫자를 보고 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숫자를 질문으로 바꾼다. 이 성적은 왜 이렇게 나왔을까. 이 점수는 어떤 학업 환경에서 형성된 결과일까. 같은 2등급이라도 평균이 낮은 집단에서의 2등급과 평균이 높은 집단에서의 2등급은 같은 의미일까. 표준편차가 크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수강 인원이 많다는 사실은 경쟁의 성격을 어떻게 바꾸는가. 원점수는 평균 대비 어느 위치에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모여, 하나의 정성적 판단이 만들어진다.

 

 정성 평가의 실제 작동 방식은 대체로 세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수치의 위치를 해석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원점수 88점이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한다. 평균이 70점인 집단에서의 88점과 평균이 85점인 집단에서의 88점은 전혀 다른 성취이기 때문이다. 평가자는 원점수의 절댓값이 아니라 집단 내 위치를 본다. 평균과의 거리, 표준편차가 만들어내는 분포, 상위권이 몰려 있는지 퍼져 있는지를 통해 이 성취가 쉽지 않았는지, 비교적 수월했는지를 판단한다. 이 단계에서 이미 성취의 난이도에 대한 1차적 해석이 이루어진다.

 

 두 번째 단계는 성취의 성격을 해석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내신 수치와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이하 세특)이 결합된다. 같은 90점이라도 그 점수가 반복 훈련의 결과인지, 개념 이해와 사고의 결과인지는 다르다. 수행평가의 비중이 높은지, 지필평가의 비중이 높은지에 따라, 수업 방식이 암기 위주인지 탐구 중심인지에 따라 점수의 의미는 달라진다. 이때 세특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내신 수치가 결과라면, 세특은 그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는 설명서와 같다.

 

 세 번째 단계는 누적 패턴을 해석하는 과정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정성 평가는 결코 한 과목, 한 학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슷한 평균 구조 속에서 성취가 반복되는지,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목 난이도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특정 영역에서 일관된 학업 태도가 드러나는지를 종합적으로 본다. 한 번의 점수가 아니라 점수들이 만들어내는 흐름, 그 흐름의 안정성과 확장성이 곧 학업 역량의 질적 판단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정량 자료로 정성 평가가 가능해진다. 정량 평가는 숫자를 비교하는 평가라면, 정성 평가는 숫자의 의미를 해석하는 평가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수치를 계산하지 않는 전형이 아니라, 수치를 맥락화하는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례를 보면 이 구조는 더욱 분명해진다. [과목평균 62점 + 과목편차가 큰] 집단에서 원점수 90점으로 2등급을 받은 학생과, [과목평균 86점 + 과목편차가 작은] 집단에서 원점수 90점으로 4등급을 받은 학생은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표 1> 원점수가 같은 두 학생의 성적 구조

 

 첫 번째 학생은 평균이 낮은 환경에서 두드러진 상위 성취를 보인 것이고, 두 번째 학생은 평균이 매우 높은 환경에서의 치열한 경쟁의 결과이다. 등급 숫자만 보면 첫 번째 학생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학종에서는 두 번째 학생의 학업 수준을 낮게 보지 않는다. 즉, 같은 90점이라도 평균이 낮고 점수 차이가 큰 반에서의 2등급은 ‘확실히 잘한 학생’으로, 평균이 높고 점수 차이가 거의 없는 반에서의 4등급은 ‘매우 우수한 학생들 사이에서 경쟁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래서 학생부 종합전형은 점수와 등급이 아니라, 그 점수가 만들어진 교실의 상황과 그 속에서의 해당 학생의 역량을 함께 읽는 전형이다.

 

 결국 정성 평가의 목적은 점수를 포장하는 데 있지 않다. 평가의 핵심은 단 하나다. 이 학생이 대학 수업에서 어떤 학습자로 기능할 것인가. 그래서 학생부 종합전형의 정성 평가는 계산이 아니라 해석이며, 공식이 아니라 판단이고, 점수가 아니라 설명 가능한 평가이다. 학종의 정성 평가는 내신에 포함된 여러 정량 수치를 종합해 그 성취가 형성된 학습 환경과 경쟁 구조, 사고의 깊이와 학업 태도를 해석하는 과정이며, 숫자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평가 방식이다.

 

 

학생 (A), (B)의 내신을 해석하는 10가지 방법

 

- 학생 (A) (*실제 자료에 가깝게 가상으로 변환)

 

<표 2> 학생 A의 1학년 내신 성적표

 

- 학생 (B) (*실제 자료에 가깝게 가상으로 변환)

 

<표 3> 학생 B의 1학년 내신 성적표

 

 

1. 두 학생은 1학년 1학기에는 서로 다른 학교에 재학했으나 1학년 2학기에는 같은 학교에서 수강하였다.

 : 1학년 1학기에는 수강 인원이 학생 A는 259명, 학생 B는 320명으로 서로 다르며, 1학년 2학기에는 세 과목 모두 수강 인원이 184명으로 동일하다. 이는 전학이나 학교 이동 또는 학적 변동이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2. 1학년 2학기에는 두 학생 모두 동일한 평가 환경에서 성적을 받았다.

: 평균, 표준편차, 수강 인원이 모두 동일하므로 완전히 같은 시험과 같은 집단에서 평가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시점부터는 등급과 원점수 비교의 신뢰도가 매우 높아졌다.

 

3. 학생 A는 1학년 1학기에 평균 대비 매우 높은 원점수를 기록하였다.

: 국어 +17점, 영어 +27점으로 평균 대비 격차가 크다. 표준편차가 큰 집단에서도 상위권 성취를 보인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는 학습 적응력과 기본 학업 역량이 이미 확보된 학생이라는 신호이다.

 

4. 학생 B는 1학년 1학기에 평균보다 높지만 학생 A보다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우위를 보인다.

: 국어 +10점, 영어 +19점 수준으로 평균 대비 우수하나, 학생 A만큼의 압도적 격차는 아니다. 이는 안정적 상위권이지만 최상위권은 아닌 위치로 해석될 수 있다.

 

5. 두 학생 모두 1학년 2학기에는 원점수가 매우 높아졌으나 등급은 개선되지 않았다.

: 평균이 89~90점대, 표준편차가 매우 작다. 이 경우 90점대 초반도 4~5등급이 나오는 구조이다. 이는 학교 수준이 매우 높거나 상위권 학생 밀집도가 높은 집단임을 의미한다.

 

6. 1학년 2학기 성적은 등급보다 원점수와 평균의 위치로 해석해야 한다.

: 예를 들어 학생 A 영어는 98점으로 1등급, 국어는 93점인데 4등급이다. 이는 학생의 실력이 흔들린 것이 아니라 집단의 평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7. 학생 A는 1학년 2학기 전 과목에서 성취도 A를 유지하였다.

: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성취도 A로 확인된다. 이는 절대평가 요소에서 일관되게 기준을 충족했다는 의미로, 학업 태도와 성실성, 과제 수행 능력이 안정적임을 시사한다.

 

8. 학생 B는 1학년 1학기에 비해 2학기에는 성취도가 모두 A이며, 따라서 등급의 위치는 학생 A와 거의 동일하다.

: 같은 집단에서 거의 같은 등급 분포를 보이므로, 두 학생의 상대적 학업 위치는 유사하다고 판단된다.

 

9. 학생 A는 학교 이동 이후에도 성적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향 조정되었다.

: 학교가 바뀌고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도 90점대 초중반 이상을 유지하였다. 이는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학습 자율성이 뛰어남을 보여주는 중요한 정성적 요소이다.

 

10. 학생 B는 안정적인 성취를 유지하지만 학기 간 변별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 1학년 1학기와 2학기 모두 비슷한 등급대에 위치하였다. 이는 기본 학업 역량은 탄탄하나 상위권 집단 내에서의 두드러진 돌파력은 제한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학생부 종합전형

 

 서울대 학종에서 내신 성적은 언제나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그러나 그 중요성이 곧바로 점수 경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울대가 내신을 바라보는 관점은 단순한 등급 비교가 아니라 학생의 학업 역량을 해석하기 위한 핵심 자료라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내신은 결과 그 자체가 아니라 학업 수행 능력과 학습 과정을 읽어내기 위한 하나의 언어로 활용된다.

 

 서울대는 내신을 절대적 점수의 우열로 촘촘하게 줄 세우지 않는다. 몇 등급이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성적이 어떤 학습 경험과 사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가이다. 고교 교육과정을 얼마나 충실히 이수했는지, 전공과 연계된 학업 기본 능력과 사고력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하는 일종의 필터로 내신을 해석한다. 따라서 내신은 경쟁용 숫자가 아니라 학업 수행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 자료에 가깝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울대 내신 평가의 핵심은 과목별 맥락에 있다. 평균 등급이나 총합 수치보다 학생이 어떤 과목을 어떤 흐름으로 선택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진로와 연계된 과목을 단계적으로 이수했는지 전공과 밀접한 핵심 과목에서 의미 있는 성취를 보였는지가 주요 판단 기준이 된다. 또한 성취도 A, B, C의 분포와 학급 규모가 어떤지 해당 과목의 난이도와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의 도전 수준은 어떠했는지까지도 함께 고려한다. 같은 2등급이라 하더라도 심화 과목에서 얻은 2등급과 비교적 부담이 적은 선택 과목에서의 2등급은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내신은 교과 세특과 분리되어 읽히지 않는다. 서울대는 성적표만 보고 판단하지 않고 그 성적이 형성된 이유를 세특을 통해 함께 해석한다. 수업에 어떻게 참여했는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학습했는지 탐구 과정과 태도가 어떠했는지가 세특을 통해 드러난다. 이 때문에 내신 등급이 다소 낮더라도 사고력과 탐구 과정이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다면 학업 역량은 충분히 높게 평가될 수 있다. 반대로 내신 등급이 높아도 세특이 비어 있거나 학습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면 평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학교 맥락이다. 서울대는 고교 유형과 교육 환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과정의 구성 과목, 개설 범위, 학생 구성의 수준, 학급 규모와 과목 선택 구조를 함께 읽는다. 이러한 이유로 외고 자사고 일반고의 내신을 절대 기계적으로, 동일 기준으로 비교하지 않는다. 같은 성적이라도 그 성적이 나온 교육적 환경과 조건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결국 서울대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내신은 얼마나 잘 받았는가를 묻는 자료가 아니다. 무엇을 얼마나 깊이 공부했는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내신은 학업 역량을 설명하는 언어이며, 세특은 그 언어를 해석해 주는 해설서이다. 서울대는 이 두 가지를 함께 읽으며 학생의 학업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판단한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서울대 학종 내신 평가를 올바로 바라보는 출발점이다.

 

 

연세대학교 학생부 종합전형

 

 연세대 학종에서 내신 성적은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니라 학업 역량을 판단하는 가장 핵심적인 정량 기반 자료로 기능한다. 특히 연세대는 Z점수라는 표준화 지표를 활용해 학교와 과목의 맥락을 수치로 보정하며 내신을 해석한다는 점에서, 내신을 비교적 정성적으로 읽는 서울대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연세대 학종은 내신을 보다 계량적이고 정교하게 해석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연세대 학종에서 내신의 위상은 매우 분명하다. 내신은 학업 역량을 판단하는 출발 좌표이자 세특과 비교과 활동을 해석하는 기준점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내신이 확보되지 않으면 세특이나 활동 기록이 갖는 설득력은 제한적으로 작동한다. 즉, 연세대는 활동이 내신을 대신하기보다는 내신 위에서 의미를 확장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이는 학업 역량에 대한 신뢰를 수치로 먼저 확인하려는 평가 철학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평가 방식 속에서 연세대는 단순히 평균 등급이나 최종 등급만을 보지 않는다. 과목별 성취 수준은 물론 해당 과목의 평균과 분산, 학급 규모, 학교 내 성적 분포, 선택 과목의 난이도를 함께 고려한다. 이 모든 요소를 하나의 비교 가능한 언어로 묶어주는 핵심 도구가 바로 Z점수이다. Z점수는 개별 성적을 집단 내 상대적 위치로 환산해 주는 지표로 연세대 내신 평가의 중심축을 이룬다.

 

 Z점수는 개인 점수가 해당 과목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표준편차 단위로 나타낸 값이다. 0이면 평균과 동일한 위치이며, 플러스는 평균보다 높은 성취, 마이너스는 평균보다 낮은 성취를 의미한다. 절댓값이 클수록 상위 또는 하위 편차가 크다는 뜻이다. 이 지표의 강점은 같은 1등급이라도 그 의미를 구분해 낼 수 있다는 데 있다. 상위권 학생이 밀집된 과목에서 받은 1등급과 성적 분산이 작고 경쟁 강도가 낮은 과목에서 받은 1등급은 Z점수상에서 분명히 다른 위치로 나타난다.

 

 연세대가 Z점수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고교 간 격차와 과목 간 차이를 수치로 보정하기 위함이다. 학교마다 시험 난이도는 다르고 같은 등급이라도 실제 경쟁 강도는 크게 달라진다. 또한 학교별로 과목 선택 구조 자체가 다르다. Z점수를 활용하면 외고나 자사고처럼 상위권 학생이 밀집한 환경에서의 성취와 일반고에서의 상대적 우수성을 하나의 수치 체계 안에서 비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연세대에서는 등급보다 Z점수 분포가 더 중요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연세대가 Z점수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Z점수는 학업 역량의 객관적 위치를 확인하는 도구이고, 세특은 그 성적이 형성된 과정과 사고력을 해석하는 자료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Z점수가 매우 불리한 경우 세특만으로 이를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렵고, Z점수가 우수한 경우 세특은 그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지점이 내신을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해석하는 서울대와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면 연세대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강조하고 있는 내신은, 얼마나 성실했는가를 보여주는 기록이 아니라, 집단 안에서 얼마나 높은 학업 위치에 있었는지를 Z점수로 정밀하게 측정하는 구조이다. 연세대 학종을 준비한다는 것은 내신의 등급 관리뿐 아니라, 어떤 과목에서 어떤 경쟁 속에서 성취를 만들어냈는지를 수치로 설명할 수 있는 성적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임을 의미한다.

 

 

고려대학교 학생부 종합전형

 

 고려대 학종에서 내신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자료다. 다만 그 쓰임은 수능처럼 점수를 환산해 몇 점을 주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고려대 학종에서 내신은 합격을 좌우하는 단일 숫자가 아니라, 학생의 학업 역량을 입체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핵심 근거로 활용된다. 다시 말해 내신은 있음과 없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성취를 어떤 과목에서 어떤 맥락으로 만들어 왔는지를 읽어내는 자료다.

 

 고려대가 내신을 바라보는 첫 번째 관점은 교과 성취도의 흐름이다. 단순 평균 등급이 아니라, 각 과목에서 얼마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취를 보여 왔는지를 중시한다. 특히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과 같은 주요 교과에서의 성취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유지되거나 점진적으로 향상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두 과목의 일시적 하락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신 전반적인 학업 태도와 성취의 추세가 더 중요하게 읽어진다.

 

 두 번째 관점은 과목 선택의 맥락과 도전성이다. 고려대는 학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고교학점제형 교육과정에서 전공 관련 과목이나 심화 선택 과목, 학업 부담이 있는 과목을 회피하지 않았는지가 핵심 판단 요소다. 상대적으로 쉬운 과목 위주로 구성된 고득점 내신보다, 도전적인 과목에서 안정적인 성취를 유지한 경우를 더 높게 평가한다. 내신 점수의 높고 낮음 이전에, 그 점수가 어떤 선택의 결과인지가 중요하다.

 

 세 번째는 학교별 맥락을 고려한 상대적 해석이다. 고려대는 학교 간 내신을 절대 비교하지 않는다. 동일한 등급이라도 학교 유형, 학급 규모, 선택 과목 구성, 학생 집단의 학업 수준을 함께 고려해 해석한다. 외고, 자사고, 일반고를 기계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 학교 안에서 학생이 차지하는 상대적 학업 위치와 성취도를 읽는다. 등급 숫자 하나로 학생을 단정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네 번째는 내신과 세특의 결합 해석이다. 고려대는 내신 등급을 따로 떼어 보지 않는다.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수행평가 내용, 탐구 활동의 질, 수업 참여 태도를 반드시 함께 본다. 내신이 아주 높지 않더라도 세특에서 사고력과 탐구력, 전공 관련 이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면 학업 역량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내신은 결과이고, 세특은 그 결과가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하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신 해석은 고려대 학종의 평가 구조 전체와 맞물려 작동한다. 고려대는 학생을 학업 역량자기계발 역량공동체 역량의 세 축으로 정성 평가한 뒤, 그 결과를 매우 우수부터 부적격까지 7단계 질적 판단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이 판단을 그대로 7점 척도의 정량 점수로 변환해 최종 선발에 활용한다. 말은 정성 평가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매우 정교한 정량 평가다. 공식적인 정성 평가 단계는 매우 우수 7점, 우수 6점다소 우수 5점보통 4점미흡 3점매우 미흡 2점부적격 1점으로 대응된다.

 

 이 단계는 인상이나 느낌이 아니라, 사전에 공유된 세부 기준표에 따라 학생부의 구체적 증거를 대조해 판정된다. 고려대가 굳이 정성 평가를 7단계로 나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합격권 상단을 가르는 변별, 합격권 하단과 불합격권의 경계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미세한 차이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 역량 중에서도 내신은 주로 학업 역량 평가의 핵심 근거가 된다.

 

 학업 역량에서는 교과 성취 수준이 대학 수업을 감당할 수 있는지, 단순 성적이 아니라 학습의 밀도와 깊이가 확인되는지, 세특에서 사고력과 탐구력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상위권 성취를 바탕으로 심화 학습과 탐구가 일관되게 확인되면 매우 우수, 안정적인 성취가 지속되면 우수, 기본 성취는 양호하나 탐구 밀도가 제한되면 다소 우수로 평가된다. 이 판단은 그대로 7점 척도 점수로 전환된다. 자기계발 역량과 공동체 역량 역시 같은 구조로 평가된다.

 

 자기계발 역량은 결과가 아니라 성장의 방향과 과정, 공동체 역량은 성격이 아니라 실제 행동과 기여를 본다. 세 역량에서 각각 1점씩만 차이가 나도 총점에서는 3점 이상 벌어질 수 있고, 이 점수 차이가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결국 모든 정성적 판단은 서열화되고 점수화된다. 그래서 학생부는 잘 썼는지가 아니라, 7단계 중 어디에 위치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고려대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업 역량, 자기계발 역량, 공동체 역량을 매우 우수에서 부적격까지 7단계로 정성 평가하고, 이를 그대로 7점 척도의 정량 점수로 변환해 최종 선발에 활용하는 구조화된 평가 체계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학교장추천전형 - 내신을 다시 읽는 매우 예외적인 방식

 

 한국외대 학교장추천전형의 내신 평가는 대입 전형 가운데서도 상당히 독특한 위치에 있다. 대부분의 학생부 교과나 학생부 종합전형이 상대평가 등급을 기본 단위로 삼는 것과 달리, 이 전형은 원점수를 절대 기준으로 다시 등급화해 점수로 환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를 공식적으로 허용한다. 다시 말해, 등급이 전부가 아니라 원점수 자체가 평가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전형이다.

 

 이 전형의 핵심 구조를 간단히 정리하면 명확하다. 교과 성적을 100퍼센트 반영하고, 환산점수는 1000점 만점이다.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에 대해서는 석차 등급을 기준으로 한 환산점수와 원점수를 기준으로 한 환산점수를 각각 산출한 뒤, 두 점수 중 더 높은 값만을 채택한다. 그리고 이 점수에 과목 단위수를 반영해 가중평균을 낸다. 상대평가에서 불리해질 수 있는 학교의 학생을 구조적으로 보정해 주는 장치라고 이해하면 정확하다.

 

 한국외대가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는 분명하다. 외대는 학교 간 학업 경쟁 환경의 차이를 매우 민감하게 인식하는 대학이다. 상위권 학교일수록 시험 평균이 높아지고 상위권 학생이 밀집되면서 석차 등급은 불리하게 형성된다. 반대로 일반적인 환경의 학교에서는 평균이 상대적으로 낮아 같은 원점수라도 등급이 유리해질 수 있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두고 등급만으로 평가하면 학업 수준이 높은 집단의 학생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외대는 원점수 자체가 충분히 높다면, 그 성취를 다시 등급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이 전형에서 제시하는 원점수 기준 환산표를 보면 그 의도가 더욱 분명해진다. 국어, 영어, 사회, 과학, 한국사의 경우 원점수 90점 이상은 1등급으로 1000점을 부여하고, 85점 이상 90점 미만은 2등급 960점, 80점 이상 85점 미만은 3등급 890점으로 환산한다. 이후 점수 구간에 따라 단계적으로 점수가 낮아진다. 이 기준은 상대평가와 무관하게 원점수의 절대적 수준을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다.

 

 수학은 여기서 한 번 더 특이한 설계를 갖는다. 수학은 다른 과목보다 2등급 기준이 낮다. 원점수 90점 이상은 동일하게 1등급이지만, 80점 이상 90점 미만만 되어도 2등급으로 인정한다. 이는 수학 과목의 난이도와 학교 간 평균 격차를 강하게 고려한 의도적 설계다. 수학에서 80점대 초중반을 받는 것이 결코 쉬운 성취가 아니라는 점을 제도적으로 반영한 셈이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오해가 하나 있다. 한국외대가 학생부에 기록된 등급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한국외대는 등급을 수정하지 않는다. 대신 석차등급을 점수로 환산한 값과 원점수를 기준으로 환산한 값을 각각 계산하고, 그중 더 높은 점수만을 사용한다. 같은 과목에 대해 A점수는 석차등급 기준 점수, B점수는 원점수 기준 점수로 산출한 뒤 상윗값(A, B)을 택하는 구조다. 평가 대상은 등급이 아니라 점수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이 구조는 더욱 분명해진다. 수학에서 원점수 82점을 받고 석차등급이 3등급인 학생의 경우, 석차등급 기준 환산점수는 890점이지만 원점수 기준으로는 2등급에 해당해 960점을 받는다. 이 경우 960점이 최종 점수로 채택된다. 영어 원점수 88점에 석차등급 2등급인 학생은 두 기준 모두 960점으로 동일하다. 국어에서 원점수 91점이지만 석차등급이 3등급인 학생은 석차등급 기준으로는 890점이지만 원점수 기준으로는 1등급 1000점을 받아 1000점이 적용된다.

 

 이 구조가 갖는 전략적 의미는 매우 크다. 한국외대 학교장추천전형에서는 내신 등급만 보고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 특히 외고, 자사고, 그리고 학업 수준이 높은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실질적인 구제 장치로 작동한다. 원점수가 높게 형성되는 환경이라면 상대평가 등급의 불리함이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흔히 한국외대 학추는 원점수를 본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과장이 아니라 전형 구조상 사실에 가깝다. ■

 

 

 

[참고자료]

2026 서울대 수시 요강

2026 연세대 수시 요강

2026 고려대 수시 요강

2026 한국외대 수시 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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