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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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고등학교 이순남 선생님
진학은 여전히 많은 학생에게 중요한 목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성적을 기준으로 진로의 폭이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중위권 학생들은 “어느 대학을 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나중에 취업은 괜찮을까”라는 불안 사이에서 복잡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적성이나 잠재력보다 성적에 의해 선택지가 제한된다는 점은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다.
최근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진로 경로가 주목받고 있다.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 학생을 실무형 인재로 양성하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가 그것이다. 이 모델은 학위 취득과 직무 경험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성적 중심으로만 판단되는 기존 입시 틀을 넘어서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성실함과 태도, 실무 역량을 중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위권 학생에게도 충분히 열려 있는 길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러한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대학 진학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하나의 시각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글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진로를 바라보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란 무엇인가?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2018년 교육부가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와 청년 고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산학협력 기반 학과 모델이다. 대학과 기업이 협약을 맺고, 학생은 대학에서 기본 교육을 받은 후 일정 시점부터 기업에 입사해 실무를 수행하면서 학업을 병행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학위와 직무 경험을 동시에 쌓을 수 있으며, 졸업 전후로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제도의 핵심은 대학 교육-기업 실무-고용 연결이 하나의 체계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기존 대학 교육이 이론 중심으로 진행되는 반면,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전공 교육과 현장 직무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어 실무 적응력을 빠르게 높일 수 있다. 특히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기 때문에, 산업 구조의 변화와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춘 실질적 역량을 기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운영 방식은 대학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표적인 구조는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1학년 동안 캠퍼스에서 기초 이론과 실습 중심의 교육을 이수한 뒤, 2학년부터 협약 기업에 입사하여 일·학업 병행을 시작하는 3년제 모델을 채택해 왔다. 이 경우 학생들은 평일에 근무하고 주말에 수업을 듣거나, 주간 근무 후 야간 수업을 듣는 방식으로 학업을 이어간다. 이러한 형태는 단기간에 실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학업과 근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대학별로 학제를 다양화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천대학교는 2026학년도 입학생부터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4년제로 전환한다. 1, 2학년 동안은 대학에서 기초 및 심화 전공 교육을 탄탄히 다진 뒤, 3, 4학년부터 기업에 입사해 일·학습병행을 진행하는 구조다. 이는 기존의 3년제보다 충분한 학업 기반을 형성한 후 현장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학생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료 1>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의 대표적인 운영 구조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운영 대학과 참여 기업 현황
현재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전국 18개 대학, 68개 학과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학별로 평균 3~4개의 계약학과를 개설하고 있으며, 학과 구성은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중심으로 IT, 반도체, 스마트제조, 바이오·헬스케어 등 산업 수요가 높은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형 전문 인력을 보다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참여 대학은 수도권과 지방권에 고르게 분포하며, 특히 수도권에서는 가천대학교, 한국공학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한양대학교 ERICA, 명지전문대학교, 경기과학기술대학교 등이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각 대학은 산업 구조와 기업 수요에 맞춰 다양한 전공을 개설하고 있으며, 전공별로 협약 기업이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 분야에 맞춰 대학과 기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표 1>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운영 대학 및 참여 기업 현황
협약 기업은 중소·중견기업에서부터 대기업 협력사까지 폭넓게 참여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및 소재 기업, 스마트공장 솔루션 기업, IT 개발·서비스 기업, 바이오 생산기술 기업 등 산업 기반 기업들이 주축을 이루며, 학생들은 학업과 동시에 실제 산업 현장에서 직무 경험을 쌓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필요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기업-학생 모두가 이익을 얻는 구조로 평가된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에 참여하기 위한 기업에는 일정한 기준이 적용된다. 우선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고려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기업(대표자 제외)이어야 하며, 수도권의 경우 기업부설연구소 또는 연구전담 부서를 갖춘 중소·중견기업만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신용등급, 정부 인증, 우수기업 인증 등의 요건을 충족한 기업을 권장함으로써 학생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 사업을 운영함에 있어 학생 보호를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특히 협약 기업은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하며, 근무 일정이 대학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수다. 기업과 대학의 거리가 50km 이내일 것을 기준으로 하고, 기준 거리를 벗어나면 조기 퇴근 등을 통해 학생의 학업 참여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2023년부터 대학원 과정이 신규 개설되면서 교육 체계가 더욱 확장되었다. 이를 통해 학부 과정에서 일·학습병행을 경험한 학생들이 대학원에서도 심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진로 선택지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운영 대학과 학과, 참여 기업은 매년 새롭게 조정되거나 확대되며, 모집 규모와 직무 분야 역시 대학과 기업의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각 대학은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새로운 협약 기업을 발굴하고 산업 수요에 맞는 기업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기업 연계 품질이 학과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대학의 기업 발굴 및 관리 역량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입학 방법과 입시 결과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대부분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을 기반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다만 일반적인 학종과 비교했을 때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우선, 학생부 중심의 평가라는 기본 틀은 같지만, 학생은 학교생활기록부 외에 관련 전공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추가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전공 관련 포트폴리오, 실습 결과물, 관련 분야 수상 경험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해두면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실무 역량을 중요하게 여기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전형 방식은 서류 평가와 면접 평가로 구성되며, 서류는 대학 입학사정관이 학생의 학업 역량, 기본 소양, 전공 적합성 등을 중심으로 검토한다. 반면 면접 단계에서는 대학 관계자뿐 아니라 기업체 관계자가 직접 참여한다는 점이 일반 학종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요소다. 실제 면접에는 입학사정관, 학과 교수진(위촉사정관) 그리고 협약 기업 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며, 이 중 기업 측 평가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면접 질문 역시 일반 학종에서 묻는 전공 적성, 학업 태도, 활동 경험 등 기본적인 질문에 더해 다른 성격의 문항이 추가된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입학과 동시에 특정 기업에 지원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원 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는 질문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회사는 어떤 사업을 하는 기업인가?“와 같은 질문이 대표적이다. 이는 학생이 단순히 대학 진학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직무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다.
입시 결과를 살펴보면 합격자 분포가 매우 넓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가천대학교나 한국공학대학교의 경우 1등급대부터 7등급대까지 폭넓은 합격자 분포가 나타난다. 3등급 이내의 합격자들은 특성화고 학생일 가능성이 높으며, 3등급 중반 이후부터는 일반고 학생의 비중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 면접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단순히 내신 등급만으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고, 실무 적성, 태도, 기업 이해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본다. 따라서 등급이 아쉽더라도 성실하고 열정적인 학생이라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의 장단점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학업과 실무 경험을 동시에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대부분의 대학이 3년제 학제로 운영되기 때문에(가천대학교의 2026학년도 이후 4년제 전환은 예외), 학생은 4년제 학위를 3년 만에 취득할 수 있다. 이는 일반 학과 학생들보다 약 1년의 자기개발 시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로, 조기 취업 준비, 자격증 취득, 대학원 진학 등의 선택지를 보다 여유 있게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참여 기업 중 일부는 병역특례 지정 기업이 포함되어 있으며, 병역특례 TO가 있을 때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학생에게 우선 배정 1순위가 주어지는 점도 중요한 장점이다. 이는 일정 기간 장기근속이 가능하기에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빠르게 쌓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경제적 부담이 크게 낮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1학년은 한국장학재단에서 전액 장학금이 지급되며, 2·3학년 과정에서는 협약 기업이 등록금의 50% 이상을 의무적으로 지원한다. 이 구조를 고려하면 학생이 부담하는 실제 학비는 일반 학과 대비 평균 약 25%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여기에 대학별 장학금이 추가로 지급되면 학비 부담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사회 경험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졸업 시점 기준 약 2년의 실무 경험을 갖추게 되므로, 대학을 졸업한 후 첫 경력을 시작하는 일반 학생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자료 2> 학생과 기업 입장에서의 계약학과의 장단점
반면, 고려해야 할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가장 큰 부담 요소는 중도에 포기하면 기존에 받았던 장학금 및 지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액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입학 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또한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구조상 휴학이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업과 근무를 동시에 이어가야 한다. 이에 따라 일·학습 병행 과정에서 느끼는 체력적·정신적 부담이 적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졸업 후에는 해당 기업에서 최소 1년의 의무 근무 기간이 정해져 있어, 직무 적응이나 기업 문화가 맞지 않을 경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 학생들은 일반적인 취업 연령보다 이른 시기부터 기업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또래 직원보다 어린 나이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겪는 적응의 어려움도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입학 시점에서 대학뿐 아니라 입사하게 될 기업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이 부족할 경우 이후에 선택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장단점을 함께 고려했을 때,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단순히 ‘빠른 취업’ 이상의 의미를 가진 제도다. 무엇보다 열정과 성실성을 갖추고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이 제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단점보다 훨씬 크며, 안정적인 커리어를 조기에 구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여 학생에게 실질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교육 모델이다. 학업과 실무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은 분명 존재하지만, 적성에 맞는 직무를 선택하고 성실하게 도전한다면 일반적인 대학 진학 과정에서는 얻기 어려운 경험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학위 취득, 경제적 부담 완화, 조기 경력 형성, 병역특례의 가능성 등은 학생에게 매우 현실적인 장점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중도 포기 시의 부담이나 직무 적응의 어려움처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요소도 분명하므로, 자신의 성향과 목표를 충분히 고려한 선택이 필요하다.
결국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모든 학생에게 반드시 적합한 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성실함과 책임감, 그리고 명확한 진로 의지를 가진 학생에게는 분명히 의미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제도이다. 진학과 취업을 동시에 고민하는 학생이라면 이 제도를 하나의 실질적 선택지로 검토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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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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