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등학교 김솔지 선생님

 주로 의예과에서 많이 실시되는 인적성 면접의 일종인 MMI(Multiple Mini Interview, 다중 미니 면접)는 의대 진학에 필요한 여러 역량 중 윤리의식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기존 면접 시험의 단점을 보완하고 지원자들의 도덕적 판단과 윤리성 등 비인지적 자질을 평가할 수 있도록 구성된 방식이다. 지식 검증 중심 면접이 아니라, 미래 의사로서 어떤 가치관과 태도를 지니고 실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지를 다각도로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 의학 교육 평가원에서 실시하는 ‘의학 교육 평가인증 기준’ 가운데 입학 정책과 선발에도 인성 평가 항목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인적성 면접의 중요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 서울대 의학전문 대학원이 2013년 다중 미니 면접 시범 도입 시 밝힌 취지가 ‘의사소통 능력과 라포르(Rapport, 의사와 환자의 심리적 신뢰) 형성 능력이 있는 지원자를 선발하고, 공부만 잘하는 지원자를 걸러 내기 위한 시도’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의대가 MMI를 실시하는 목적이 더 분명해진다. 본 칼럼에서는 이러한 MMI의 유형과 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대학별 면접 유형

 MMI의 평가 방식은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각기 다른 면접실로 이동하여 여러 면접관과 개별적으로 면접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면접실에서 10~15분 정도 문답을 통해 평가하며, 평가 내용은 인성 및 전공 적합성, 가치관, 상황 판단 능력 등으로 구성된다. 다음은 대학별 면접 유형을 간략하게 나타낸 표이다.

<표 1> 대학별 면접 유형

 면접 소요 시간과 진행 방법 및 내용 등은 대학마다 다양하지만, 좋은 의사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진행되는 면접이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이에 MMI는 단순한 문제 풀이나 암기적 지식을 표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딜레마 상황 등 각 상황에서의 답변 도출 과정을 인과 관계에 따라 논리적으로 정립할 수 있는지, 주어진 상황에서 평소 자신의 가치관을 투영하여 윤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또한, 자신의 가치관이나 인성이 현실적 맥락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심층적이며 다각적인 평가를 진행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의사소통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 윤리적 의사 결정 능력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고자 한다. 면접실마다 주어지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답변의 흐름을 미리 구조화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다음으로는 MMI의 출제 유형과 주제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2. MMI 출제 유형과 주제

 MMI를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이라면 꼭 서울대 의예과에 지원하지 않더라도 연습 과정에서 서울대 의예과 MMI 기출문제를 살펴보았을 것이다. 면접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하기도 하고, 다른 대학에서도 많이 참고하는 자료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입학처는 면접 문항 전체를 공개하지 않고, 제시문만 공개하고 있다. 서울대 의예과 MMI 역시, 상황 숙지를 위한 준비 시간에 수험생들에게 제시문만 보여 주고 질문은 면접실에 들어가면 면접관이 질문을 직접 읽어 주기에, 문제를 받고 미리 준비할 때보다 수험생들이 더 어렵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또, 사고를 깊이 있게 유도하고 개념 간의 연결성과 이해를 확장시키기 위한 탐침 질문이 많다는 점과 제시문에 철학적 깊이가 상당하다는 점 역시 학생들이 서울대 MMI를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서울대는 MMI에서 그림, 사진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유형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에 서울대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출제 유형과 주제를 제시하도록 하겠다.

<표 2> 서울대 MMI 출제 유형 및 주제

 국내 의학 계열 및 자사고 면접 등에도 벤치마킹되는 대표 모델인 서울대 MMI의 출제 유형과 주제를 학습해 두면, 다른 대학의 면접 대비 역시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 또, 윤리적 판단과 공익적 가치, 사회 문제 분석 등 보편적 사고 틀을 습득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3. MMI 출제 경향과 대표 주제

 MMI의 전반적인 출제 경향을 살펴보면 윤리적 딜레마 및 상황 판단형, 의료 및 사회 이슈 분석형, 환자-보호자 응대 및 역할극 유형, 논리적·수리적 추론형, 협업 및 토론형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윤리적 딜레마 및 상황 판단형은 정답이 없는 윤리적 상황으로, 제시된 상황에 대해 ‘지원자라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할 것인지’를 묻는다. 의료 현장에서는 옳고 그름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윤리적 갈등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에 MMI에서 이러한 상황에서의 윤리적 원칙 적용력과 판단력을 평가하기 위해 자주 출제된다. 주로 ‘환자의 자율성’과 ‘의사의 선행’, ‘개인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 등 두 가치가 대립하는 상황이 제시되곤 한다. 또, 응급 환자들 사이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상황과 같이 한정된 의료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면 좋을지를 묻는 문제도 자주 나온다. 한편, 의료 및 사회 현안과 관련된 제시문은 최신 사회 이슈와 의료계의 현안에 대한 이해를 묻기 위해 출제된다. 원격 의료, 유전자 편집, 인공지능 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공공보건 정책 등이 다뤄질 수 있으므로 의학 및 사회 이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해당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단순한 지식 나열에 그쳐서는 안 되며, 자신의 견해와 해결책을 논리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슈에 대해 단순히 찬반 의견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여 윤리적 쟁점을 도출하고 이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구조로 사고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나 보호자를 응대하는 등의 역할극 유형은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거나 보호자가 격앙된 상태라는 가정하에 상황극을 진행하는 형태로 주어진다. 때로는 실습 중 오류, 환자 안전 위협, 미보고(未報告) 문제를 둘러싼 동료 의료인 또는 팀 내 갈등 상황이 제시되기도 한다. 이러한 유형에서 평가의 주안점은 공감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 및 갈등 조율 능력이므로, 지식 자체보다는 태도와 대화 방식이 중요하다. 논리적·수리적 추론 문제에서는 간단한 논리 상황이나 자료 해석, 확률·통계적 상황이 제시된다. 이러한 유형에서도 의학적 지식보다는 분석 과정과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를 평가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 유의하자. 한편, 일부 대학에서 적용하는 협업 및 토론 유형은 팀 단위 과제 또는 집단 토론 형태로 진행되며, 협업 태도와 리더십, 의견 조율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한편, 지원자의 인문학적 소양과 의학적 통찰력을 평가하기 위해 그림이나 그래프(의학 또는 일반 시사)를 제시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게 하는 유형이 출제되기도 한다. 또한, ‘탐침 질문’이라 일컬어지는 꼬리 질문과 지원자의 답변에 대해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등의 추가 질문을 통해 한 번 더 깊게 사고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 유의하여 수시 모집 요강과 유의 사항 등 면접 관련 기본 정보를 확인함과 동시에, 각 대학별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를 살펴봄으로써 지원 대학의 MMI 유형을 기출문제와 함께 파악하며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2025학년도 대입 대비 인적성 면접 분석 자료집(전국진학지도협의회)

대학별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각 대학 입학처)

2026 대입 수시모집 면접 자료집(각 지역 교육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