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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목, 어떻게 정할 것인가?

2025.08.04 219명이 봤어요

서울문영여자고등학교 안지웅 선생님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학생들의 과목 선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학생들은 이제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로와 적성, 그리고 대학 입시 전략에 맞춰 과목을 과거에 비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러한 변화는 입시 제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들은 수능 응시 과목 지정을 폐지하거나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과목 선택을 앞두고 있는 고1, 2 학생들은 자신의 목표와 역량, 그리고 미래의 변화까지 고려해 체계적으로 과목을 설계해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학생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학습을 스스로 설계한다는 점에 있다.¹ 1학년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 한국사 등 공통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며, 이후에는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 등 다양한 과목 중에서 자신의 진로와 흥미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누적 학점(192학점 이상)을 취득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각 과목은 단순히 이수 여부 뿐 아니라, 성취도와 학업 역량, 전공 적합성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¹ 물론, 2025학년도 현재 2학년은 고교학점제 적용은 아니지만 과목 선택의 기준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표 1> 고교학점제의 과목 유형

 

 과목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진로와 희망 대학, 학과를 명확히 분석하는 것이다. 각 대학은 전공별로 권장하거나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을 안내하고 있으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은 ‘핵심 권장과목’과 ‘권장과목’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연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은 미적분, 기하,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등 수학 및 과학 심화 과목을 이수하는 것이 유리하며, 인문계열은 화법과 언어, 사회·문화, 경제, 확률과 통계 등 국어와 사회탐구 과목의 심화 이수가 권장된다. 예체능 계열의 경우에는 심화 미술, 음악 이론 등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정보는 각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나 대학별 진학 상담 프로그램, 교육부 공식 자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안내를 반드시 참고하여 최신 내용을 반영하여 이해해야 한다.

 

<표 2> 2027년 대입까지의 권장과목 반영 방식

 

 이상이 2027 대입까지의 내용이고, 2028 대입부터는 새로운 안이 적용된다. 지난 6월 말에 서울대는 권장과목 이수 여부를 수시 서류평가 및 정기 교과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세부 방침을 발표했다. 2028학년도 서울대학교 전공 연계 과목 선택안은 권장과목의 체계가 단순해졌으며, 학생의 자율성이 크게 확대됐다. 기존의 ‘교과이수기준 Ⅰ·Ⅱ’와 ‘전공 연계 과목’ 체계를 통합해 학생이 필요한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수 과목의 선택과 학업의 깊이는 대입 평가에서 핵심적으로 반영된다. 인문·사회·경영계 학생은 진로선택 과목에서 제2외국어나 한문 과목을 한 과목 이상 이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문학적 역량을 기르고, 학생부나 자기소개서에서 해당 경험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계열 학생의 경우 수학과 과학 과목 이수 전략이 중요하다. 수학에서는 ‘기하’와 ‘미적분Ⅱ’ 중 두 과목을 모두 이수해야 하며, 간호·치의학 계열은 그중 하나를 선택 이수할 수 있다. 과학에서는 진로선택 과목 세 과목 이상을 이수해야 하며, 의대 지원 시 ‘세포와 물질대사’와 ‘생물의 유전’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또한 모집단위별로 권장과목이 다르다.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 물리학전공, 공과대학 기계공학부·전기정보공학부 등, 사범대학 물리교육과는 ‘물리학’을, 화학부 및 화학교육과는 ‘화학’을, 생명과학부·생물교육과·의과대학은 ‘생명과학’을 권장한다. 천문학전공, 지구환경과학부, 지구과학교육과는 ‘지구과학’, 약학대학은 ‘화학’ 또는 ‘생명과학’ 이수 중 하나를 권장한다. 이들 권장과목은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지만, 수시 서류평가와 정시 교과역량평가에서 이수 여부와 학습의 깊이에 따라 평가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과목을 이수하는 것보다, 자기주도적으로 심화 학습을 했는지, 그 기록을 학교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에 어떻게 드러냈는지가 핵심이다.

 

 서울대는 ‘학생 자율성 확대’와 ‘통합적 과목 제시’를 핵심으로 위와 같은 변화를 발표했다. 즉, 이공계열은 필수 과목 요구를 완화하고, 과학 전반의 소양을 균형 있게 갖추도록 하는 선택과목 이수가 필요하고, 인문사회 계열은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선택과목 이수가 필요하다고 했다.² 또한, 고교 교과과정 운영 여건과 학생의 이수 과정을 고려해, 권장과목 이수 여부가 필수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기에, 대신 선택과목에서 진로 탐색과 성실성을 보여 주는 학습 태도가 평가에 반영될 전망이다. (지난번 필자의 칼럼 중, ‘공동교육과정’에 대한 내용을 참고 바란다.)

 

² 상대적으로 인문사회 계열의 권장과목은 이공계열보다는 복잡하지 않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자료 1> 서울대 과목 표 (*핵심=필수이수권장과목  *권장=이수권장과목)

[출처: 서울대학교 2026학년도 대입전형계획]

 

<표 3> 계열별 주요 선택과목 및 설계 예시

 

 입시 전형별로 과목 선택의 전략도 달라진다. 수시 전형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신 성적과 선택과목의 성취도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므로, 자신이 높은 성취를 낼 수 있는 과목을 중심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정시 전형은 수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수능 출제와 밀접한 과목을 선택해 학습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제는 수도권 주요 대학 대부분이 자연계열과 인문계열 구분 없이 수능 과목 선택을 자율화하였으며, 일부 대학만이 특정 과목 지정을 유지하고 있다. 정시에서는 계열별로 탐구 과목(과학탐구, 사회탐구)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이 많으므로, 자연계열은 과탐 두 과목, 인문계열은 사탐 두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수시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위한 과목 제한이 폐지되어 과목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목표에 따라 과목을 보다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학교별로 개설되는 과목이 다르기 때문에, 학생은 반드시 재학 중인 학교에서 개설 가능한 과목 목록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인 학교에서는 학기 초나 1학기 기말고사 직후에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돕는 안내를 한다. 물론 학생 스스로가 정확하게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관련 안내 자료를 통해 선택과목 설계를 하는 것이 좋다.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 나 각 지역교육청 산하 ‘진로진학정보센터’의 홈페이지에 가면 다양한 관련 자료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자료 2>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 2015/2022 개정 교육과정 선택과목 안내 화면

 

 만약 원하는 과목이 자신의 학교에 개설되지 않았다면 공동교육과정, 온라인 강좌, 지역 대학 연계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체 이수를 할 수 있다. 선택하려는 과목의 주당 수업 시간과 학업량을 미리 파악하고,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심도 있는 학습이 가능하도록 시간표를 조정해야 한다. 과목 이수에 앞서 선배나 교사와 충분히 상담하여 과목의 난이도, 교수법, 진로 적합성 등을 확인하는 것도 현명한 전략이다.

 

 진로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학생이라면, 다양한 계열의 심화 과목을 폭넓게 이수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이는 대학 입시뿐 아니라, 미래에 진로가 바뀌었을 때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최근 대학과 기업에서는 인공지능, 데이터 과학 등 융합형 전공 과정을 확대하고 있으므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인공지능 기초’, ‘데이터 과학’, ‘프로그래밍’ 등 미래 지향적 과목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특정 방향으로 전공 역량이 집중되지 않았다고 해도 ‘자율(자유)전공’이 대학별로 확대되고 있어 대안으로 삼을 수도 있다.

 

 과목 선택은 단순히 입시 요건을 충족시키는 과정이 아니다. 이는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계획하고, 학문적 성장을 설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자신만의 과목 선택이 한 걸음 더 진취적인 미래를 열어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진로와 학문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갖고 과목을 선택한 학생은 대학 입시에서뿐 아니라, 대학 이후의 삶에서도 성공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과목을 선택하고, 이를 통해 꿈과 목표를 실현하기를 바란다.

 

 

 

참고 자료

서울지역 5개 대학(경희대,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전공 연계 교과 이수 권장과목

서울대학교 2028학년도 전공 연계 과목 선택 안내

부산광역시 교육청 고교학점제 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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