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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활동, 첫번째 이야기 - 배움의 시작(공통)

2025.07.07 196명이 봤어요

서울문영여자고등학교 이영발 선생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교양을 쌓는 일이며 가장 고차원적인 사고활동입니다. 책 읽기를 가장 좋아하는 직업인은 아마도 대학교수님들이실 것입니다. 좋은 대학교 진학을 꿈꾸는 고등학생이라면 당연히 책 읽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학생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 학업(學業),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생활기록부의 ‘독서활동상황 대입 미반영’이라는 교육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발표(2019.11.28.-표 참조) 여파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겪고 난 후 예전과 달라진 학교 현장의 가장 큰 변화가 바로 독서활동의 위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규교육과정 외의 활동 대입 반영 폐지'라는 방침에 따라 독서활동상황이 대학에 제공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독서활동을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심각해진 결정적 원인이 된 것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주요 대학마다 여전히 독서활동이 중요한 요소로 강조되고 있지만 현실은 예전보다 확연히 책 읽는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듯 보입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거나 꼼꼼하게 읽는 정독보다 어느 순간 필요한 부분만 취사선택하듯 발췌독을 하거나 인터넷서점에서 제공하는 도서 정보만 인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독서 관련 파워 블로거의 글을 참고한 것이 매우 우수한 ‘교과세특용 독서활동’이라고 착각하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5 교육과정 시행 초반에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강조했던 교육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인해 독서활동은 확실히 예전보다 그 비중이 대폭 축소된 듯 보입니다.

 

 일단 교육부에서 발간한 ‘2025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고등학교)’ 중 독서활동상황(199-201쪽)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4. 독서활동상황

 

<훈 령>

제15조의3(독서활동상황)

 ① 중·고등학교의 개인별·교과별 독서활동상황은 독서활동에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학기 단위로 입력한다.

 ② ‘독서활동상황’란에 학생이 읽은 책의 제목과 저자를 교과 담당교사 또는 담임교사가 입력한다.

 

<해 설>

1. 제15조의3(독서활동상황)

 가. 독서활동은 교과목별로 해당교과 관련 독서활동을 교과담당교사가 입력하되, 특정 교과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학급담임교사가 공통으로 입력할 수 있다.

   ※ 독서활동 내용 입력은 학기를 구분하여 입력함.

   ※ ‘(1학기)’, ‘(2학기)’는 교육정보시스템에서 학기별로 입력 시 자동으로 입력됨.

 나. 독서기록장, 독서 포트폴리오 등의 증빙자료는 학생 개인이 보관한다.

 다. ‘독서활동상황’에는 학생이 읽은 책의 제목과 저자를 입력한다.

 

<기재요령>

• 독서 과정의 관찰·확인이 어려운 독서 성향 등은 기재하지 않고, 읽은 책의 제목과 저자만 기재하여 독서활동 기록의 신뢰도를 제고함.

   ※ISBN에 등재된 도서에 한해 기재 가능함(정기간행물은 입력 불가).

   ※정기간행물 즉 ISSN에 등재된 도서는 기재할 수 없음.

 

 ▣ 독서활동상황

 

 ➊ 과목 또는 영역

 가. ‘과목 또는 영역’에는 교과담당교사가 입력하는 경우 해당과목명이, 학급담임교사가 입력하는 경우 ‘공통’이 자동으로 입력된다.

   <기재 경로>

   ▸ 교과담당교사는 교육정보시스템의 [성적-성적처리-과목별독서활동]에서 입력함.

   ▸ 학급담임교사는 [학생생활-독서활동상황-독서활동상황기록]에서 입력함.

 

 ➋ 독서활동상황

 가. ‘독서활동상황’에는 독서활동에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읽은 책을 ‘도서명(저자)’ 형식으로만 입력한다.

 

 <예시> 국어 교과의 경우

 

 <유의사항>

  ◦ 독서활동상황은 독서기록장, 독서 포트폴리오, 독서로(구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의 증빙자료를 근거로 입력함.

  ◦ 전체 학년 동안 동일한 책을 ‘독서활동상황’에 중복하여 입력하지 않도록 함.

  ◦ 단순 독후활동(감상문 작성 등) 외 교육활동을 전개하였다면, 도서명을 포함하여 그 내용을 다른 영역(교과세특, 창의적 체험활동 등)에 입력할 수 있음.

  ◦ 원서와 한국어 번역본을 모두 읽은 경우, 중복하여 입력하지 않음.

  ◦ 2024학년도 대입(졸업생 포함)부터 상급학교 진학 시 ‘독서활동상황’은 제공하지 않음

※ 출처: 교육부, 2025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요령(고등학교)

 

 

 교육부의 공정성 강화 방안과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요령에서 알 수 있듯이 독서활동 대입 미반영은 부모 배경 등 외부 요인 차단, 허위기재, 기재 금지사항 위반 등 학생부 비위를 예방하고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진짜 책 읽은 학생, 책을 제대로 읽은 학생을 변별할 수 있는 요소로 독서활동은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단순 교과성적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역량이 뛰어나거나 남다른 역량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꾸준하고 성실한 독서활동을 통해 학생 자신의 학업역량, 진로역량, 공동체역량을 모두 보여줄 수 있습니다. 30년 이상 본교의 서울대학교 합격 학생들의 공통점은 남다른 성실함, 꾸준함, 기본에 충실함을 통해 모든 교과성적의 탁월한 원점수(93~98점)를 보여주었으며 출결상황은 대부분 개근(모두 부지런함에 힘씀)을 기록했습니다. 무엇보다 남다른 독서활동을 통해 우수한 학업역량, 진로역량, 공동체역량을 보여주었습니다. 제 경험에 따른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는 ‘찐’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복잡하고 어려운 이유는 깜냥(역량(力量)의 순우리말,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 ability (to do), capacity)이 부족한 학생이 깜냥이 뛰어난 학생처럼 보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깜냥이 부족하면 더욱 노력하여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면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가끔 일부 학생들은 학교나 교사의 도움만을 의존하며 별다른 노력 없이 좋은 결과만 얻으려고 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대입에는 미반영이지만 취업을 고려하면 독서활동상황을 텅빈 여백으로 남겨 놓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요? 20대 중반 인생 어느 순간에 독서활동을 소홀히 했던 10대의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낼 날이 올지도 모르지 않겠어요?

 

 

 

 

 

 이 글에서는 독서활동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는 중요 지표임을 강조하며 ‘배움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독서의 방법, 독서기록장 작성법, 다양한 독후활동 소개, 그리고 책 몇 권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서의 방법 첫 번째는 바로 ‘책 고르기’입니다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이 된다면 선생님들 말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고민을 없애는 꿀팁은 바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고백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나의 고민은 나의 고민을 함께 해주는 사람이 생기는 셈이니까요. 교과세특, 창의적체험활동에는 도서명을 기재할 수 있어서 학교마다 교과 선생님, 담임 선생님, 동아리 담당 선생님 등이 독서활동을 강조하실 것입니다. 교과 선생님들은 주로 독서활동에 기반한 수행평가, 주제탐구활동, 독후활동 등을 추천하실 것이며 담임 선생님이나 동아리활동 선생님도 독서활동에 기반한 자율주제탐구활동이나 진로독서활동을 권장하실 것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교과수업시간에는 교과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책을 직접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담임 선생님이나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 추천하시는 독후활동도 적극적인 태도로 참여하며 직접 학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을 고를 때는 우선 선생님의 추천 도서 목록을 참고하거나 교과서에 소개된 책을 우선적으로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으로 책따세나 물꼬방 등 권위 있는 독서 관련 단체나 여러 선생님들이 직접 책을 읽고 만드신 추천도서목록들을 분야별, 전공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대학교 입학처에서 발간한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이나 전공가이드북에도 많은 책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너무 어려운 책보다 나에게 필요한 책, 자신의 진로나 전공, 관심 분야에 도움이 될만한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자신이 직접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을 고를 때도 교과 선생님, 담임 선생님, 사서 선생님에게 찾아가 의견을 듣는 방법도 매우 좋은 과정입니다. 책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선생님과 좋은 관계 유지, 새로운 정보 수집 등 이득이 많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학생은 이미 자기주도성, 지적 호기심, 적극적인 태도, 도전의식 등을 가진 학생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 꼭 도전해 보기를 바랍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먼저 책 제목, 제목의 의미, 출판사 정보, 저자의 경력, 저자의 말, 목차, 출처나 인용을 찬찬히 살펴 보며 ‘스스로 물음표와 느낌표를 만들어 가면서 생각하는 것, 메모나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목차는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독서 활동의 핵심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목차는 책의 전체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어 구조적으로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독서기록장 작성법입니다. 학교마다 독서기록장이나 독서활동카드를 사용할 것입니다. 학교마다 양식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맨 위부터 자신이 읽은 책 제목, 저자, 출판사 이름, 발행연도 등을 기록합니다. 책을 고른 이유 등을 덧붙이면 좋겠지요?

 

 독서기록장 알맹이에 해당하는 내용 부분에는 감상문 쓰기, 마인드맵, 비주얼씽킹, 만다라트, 워드 클라우드, 카드 뉴스, 책 광고 등의 형식으로 자유롭게 기록합니다. 먼저 감상문은 자신이 책을 읽고 알게 된 점, 깨달은 점이나 인상 깊은 글귀, 대사, 장면을 인용하고 그 이유를 밝혀 적습니다. 마인드맵은 책 제목을 중심고리로 연관된 단어들을 원을 그린 후 서로 연결합니다. 비주얼씽킹의 경우 책과 관련된 정보를 시각적으로 재현합니다. 만다라트는 책 제목을 중심으로 여덟 개의 칸마다 관련된 단어를 채워 가는 것이죠. 워드 클라우드는 책과 관련된 단어들을 입력하여 구름처럼 여러 단어들을 조합하여 표현하는 것입니다. 카드 뉴스는 한 컷 또는 두 컷, 아니면 네 컷 정도 화면 분할하여 책의 내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책 광고 또는 책 소개(비블리오 배틀)를 하기도 합니다. 그 외 등장인물이나 저자와의 가상 인터뷰나 역할극 등으로 독후감(독서감상문의 옛이름)을 대신 하기도 합니다.

 

 독후활동으로는 표현 중심 독후활동으로 앞에 소개한 마인드맵, 비주얼씽킹, 만다라트, 워드클라우드, 카드뉴스, 책 광고 등을 수업시간에 교실에서 발표하는 것입니다.

 

 특히 2022교육과정이 시행되고 본격적인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공강 시간을 활용하여 도서관에서 의미있는 독서 행사를 실시하는 학교가 생겨나고 공강시간에 학교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한다면 매우 의미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배움의 시작’과 관련한 책 몇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추천도서는 ‘학문의 즐거움’(히로나카 헤이스케)입니다. 발간된지 오래 되었고 15년 전부터 서울대 교수님들로부터 입소문을 타고 종합전형 필독서라고 불리우던 책입니다. 아쉽게도 이 책을 요즘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선생님은 드문 듯 보여서 다시 한번 이 칼럼을 통해 목차만이라도 간단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 추천도서는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고미숙)입니다. 인문학 분야 책을 많이 읽은 분이라면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활동하셨던 저자를 기억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낭독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강조하신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납니다. 동양과 서양을 대표하는 역사 속 공부의 달인들을 소개한 글도 읽을 만합니다.

 

 

 마지막 추천도서는 ‘라틴어 수업’(한동일)입니다. 서양 언어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라틴어에 대해 서강대학교에서 교양수업으로 라틴어를 가르쳐 온 강의 내용을 책에 담은 것입니다. 라틴어와 관련한 여러 명대사와 그 어원을 여러 사례를 통해 재미있고 유익하게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목차를 보면 책에 대한 흥미가 높아집니다. 책 제목만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것 보다 제 경험상 교사의 독서 경험에서 나오는 책 추천 관련 발문이야말로 학생들에게 책을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결정적 이유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책의 목차를 소개하면 학생들의 흥미도 높아지고 책을 한번 읽고 싶다는 도전의식도 자극할 것입니다. ‘세상은 라틴어로 가득하다’(라티나 사마)라는 라틴어와 관련된 신간 서적도 마침 발간되어 함께 학생들에게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오늘 소개한 책들의 목차 중에서 여러분은 어떤 문장이 마음에 와 닿았나요? 책 읽기는 목차 읽기부터, 책 읽기는 도서관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부디 이 글이 진정한 배움의 시작의 길라잡이가 되길 기원합니다. 배움의 시작, 변화와 성장의 시작. 그 한 학생을 위해. 그게 바로 너였으면.

 

 

 

#학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