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학과 탐색, 고민의 시작부터 현실적 조언까지
고등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나는 무슨 학과에 어울릴까?", "어떤 전공이 내 적성에 맞을까?" 같은 고민 앞에 머뭇거린 적이 있다. 누군가는 어릴 적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다며 자연스럽게 의예과를 선택하고, 또 어떤 친구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꿈을 가진 채 공대를 준비한다. 하지만 다수의 평범한 우리들은 1학년, 2학년, 심지어 3학년이 되어도 선뜻 진로의 방향이 서지 않아 불안하다. 주변 어른들은 "니가 잘하는 걸 찾아봐", "요즘엔 코딩이 대세다", "취업 잘 되는 길로 가야지"라고 조언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또 오래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사실 진로·학과 선택 문제는 남과 비교할수록 오히려 더 미로에 빠진다. 수많은 입시 정보, 선배의 후회담, 친구의 조기 합격 소식 등이 뒤섞여 흘러들어오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조기 진급하거나 대학·학과를 빨리 정한 친구들이 부러워질 때, 우리는 스스로 너무 게으르거나 진지하지 않은 게 아닐까 자책하기 쉽다.하지만 학과 선택은 '정답'이 미리 정해진 객관식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수능만큼, 때론 그 이상으로 각자의 맥락과 사연이 중요하다. 여기서 추천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작고 구체적인 실천'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거창한 진로계획표나 인생 로드맵을 작성하기보다, 매일 나에게 떠오르는 질문을 짧게 기록하며 내 관심사와 적성을 탐색하는 일부터 시작해보라.가령 오늘 경제 기사에서 본 '청년 고용률', 뉴스에서 들은 '인공지능',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던진 문장에 갑자기 궁금증을 느꼈다면, 그것을 일단 노트 한 칸에 적는다. "왜 오늘 이 주제가 내 머리에 남았지?" 한 번쯤 곱씹어보면 그 호기심의 실마리에서 진로의 실체가 조금씩 잡힌다.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특히 몰입하는 과목이나, 남들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주제가 있기 마련이다.예를 들어, 국어 수업에서 소설을 분석할 때 시간이 빨리 가는 학생이 있다면, 이유를 생각해 본다. '이야기를 자유롭게 해석하는 게 내게 재미있어서일까?' 혹은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면서 내 의견을 말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일까?' 이런 자기 점검이 적성을 파악하는 첫걸음이다. 비슷하게, 수학 문제를 자유롭게 푸는 게 즐거운지, 사회 탐구에서 통계 그래프를 해석하는 게 흥미로운지 등 자신만의 즐거움을 통해 학과의 실마리를 찾는다.다음 단계는 관심 학과 정보를 부지런히 모아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 홈페이지에서 학과 소개만 대충 훑어보고는 '나랑 맞지 않을 것 같다'고 그만둔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 학과의 수업 구성, 필수 과목, 필요 역량, 그리고 선배들의 이수 경험담까지 파헤쳐 보는 일이다.최근에는 유튜브, 블로그, 포털 사이트에 각 대학과 학과의 '브이로그'부터, 직접 캠퍼스에 방문한 리얼 후기, 강의실 모습, 심지어 교수님의 수업 공개 영상까지 방대한 자료가 올라온다. 내게 조금이라도 끌리는 전공이 있다면, 관련 학과의 '학과 브로슈어', '졸업 후 진로', 사회적 수요 등을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해보길 권한다. 시간은 적잖이 걸리지만 이런 스터디는 진로 결정뿐 아니라 이후 자기소개서, 면접 준비에도 큰 자산이 된다.이론적인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직접 경험해보는 일은 생각보다 소중하다.여름·겨울방학을 이용해 인근 대학의 모의전공체험, 온라인 공개강좌(MOOC), 관련 분야의 청소년 캠프, 직업인 특강 등에 적극 참여해 보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예를 들어 "경영학"에 관심있는 학생이라면 교내 동아리에서 모의창업, 자율동아리로 경제 뉴스 분석 활동, 또는 실제 스타트업 탐방 등의 경험이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교육학"이 궁금하다면 후배 학습 멘토링, 지역아동센터 자원봉사 등 현장 체험 기회를 가질 수 있다.쉽지 않을 수 있지만, 편의와 안전이 보장되는 범위 안에서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팀을 꾸려 소규모 프로젝트(과학실험, 신문 만들기, 미니토론행사 등)를 도전해 보는 것도 궁극적으로 진로와 학과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사실, 이런 실전 경험에서 '오히려 내가 이 분야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경우도 많다. 일찌감치 진로를 수정하는 것은 절대 시간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실패'라고 여겨질 수 있는 시행착오가, 행복한 대학과 그 이상의 진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진짜 경험'이다.이 모든 탐색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 중 하나는 ‘조급하지 않기’다. 주변 친구의 빠른 합격, 확정된 진로, 명확한 스펙이 부러울 수 있지만, 각자의 속도는 다르며, 진로와 학과 선택은 유연하게 수정 가능한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수많은 대학생과 직장인 선배들도 입학 직후 전과·복수전공·연계전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길을 재정비한다.고등학교 때 내리는 진로 결정이 인생의 영원한 정답일 거라고 두려워하지 않아도 좋다. 오히려 어린 시절의 '호기심'과 경험의 다양성이 앞으로 더 큰 기회를 열어줄 준비물이 된다.끝으로, 학과 탐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소신'과 '계속 나를 탐색하는 태도'다. 실수하고, 헷갈리고,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나의 관심, 경험, 느꼈던 점을 솔직하게 기록하며, 작은 호기심이라도 놓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자신만의 학과, 자신만의 길을 분명히 찾을 수 있다.남의 진로 여정만 부러워하지 말고, 오늘 이 순간 나만의 탐색을 남겨보라. 그 기록과 경험이, 내일의 진짜 선택을 이끌 가장 값진 자산이 될 것이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