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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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등학교 장지환 선생님
선택과목 구조 변화
2026학년도 3월 24일에 시행된 전국연합학력평가는 올해 대입의 출발점이자, 변화한 입시 지형이 실제 수험생 선택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준 첫 번째 신호였다. 시험 주관인 서울특별시교육청이 발표한 채점 결과를 보면 이번 시험의 전체 응시 인원은 33만 4,663명에 이른다. 규모만 놓고 봐도 이번 3월 학력평가는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사실상 전국 단위 수험생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자료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결과는 “첫 시험을 얼마나 잘 봤는가?”보다 “올해 입시에서 어떤 흐름을 보이는가?”를 읽는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선택과목 구조다. 교육청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어에서는 화법과 작문이 74.76%, 언어와 매체가 25.24%였고, 수학에서는 확률과 통계가 68.44%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미적분은 29.44%, 기하는 2.12%에 그쳤다. 탐구에서도 사회 선택 경향은 더욱 뚜렷했다. 사회·문화는 53.60%, 생활과 윤리는 47.12%로 높은 선택 비율을 보였고, 과학탐구는 생명과학Ⅰ 16.99%, 지구과학Ⅰ 16.98%, 물리학Ⅰ 8.55%, 화학Ⅰ 5.57%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말해 지난해부터 이어지던 확률과 통계, 사회탐구 선호 흐름이 이번 3월에 한층 더 강화된 셈이다.
이 변화는 주요 대학들의 반영 방식 완화에 따라 수험생들이 부담이 덜한 선택과목으로 이동한 결과다. 예년에는 자연계 상위권 중심의 선택 구조가 강하게 유지되었다면, 올해는 전체 수험생 집단에서 학습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택의 흐름이 재편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올해가 선택형 수능 체제의 마지막 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러한 이동은 제도 변화 직전 수험생들의 유불리 계산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흐름 속에서 적절한 판단을 하기 위해
하지만 여기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전체 응시 비율만 보고 자신의 선택을 성급하게 바꾸는 일이다. 확률과 통계와 사회탐구 쏠림이 강해졌다고 해서, 상위권 대학과 모집단위의 합격 구조까지 똑같이 움직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의약학 계열과 최상위권 자연계 모집단위에서는 여전히 미적분·기하와 과학탐구 선택 비율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분명하다. 해당 모집단위가 요구하는 학업 역량 자체가 여전히 그 과목들에 유리한 구조로 되어 있고, 일부 대학은 지금도 미적분이나 과학탐구 선택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다들 확통과 사탐으로 간다”라는 말만 믿고 따라가는 선택은 위험하다. 같은 점수대에서는 가산점 몇 점이 실제 합격을 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선택과목은 비율이 아니라 자신의 성취 수준, 학습 성향, 목표 대학의 반영 방식, 희망 모집단위의 성격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한다.
이번 3월 학력평가 영어는 등급 분포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다. 영어 1등급은 4.08%로 비율만 보면 높지 않지만, 2등급 9.46%, 3등급 17.77%로 2~3등급 구간이 두텁게 형성되었다. 이 대목은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는 단순히 1등급 학생이 얼마나 많은가보다, 실제 최저 기준을 맞출 수 있는 2~3등급대 학생층이 얼마나 넓은가와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어가 어려웠다, 올해 최저 맞추기 힘들겠다”라는 식의 체감 난도 중심 해석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실제로는 어느 구간의 학생이 늘었는지를 봐야 하고, 이번 결과는 중상위권 분포가 다소 두터워졌다는 점에서 자신의 위치에서 최저 충족 가능성을 다시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수험생에게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이다. 따라서 발표되는 3월 학력평가 참고점을 통해 현재 위치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내 성적이 어느 대학, 어느 모집단위 부근에 놓이는지 가늠해 보면서 목표와 현실의 간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특히 수험생에게는 막연한 불안이나 기대를 수치로 바꾸어 보는 첫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3월 배치표는 어디까지나 출발선 기준의 참고 자료일 뿐, 최종 결과를 예고하는 표는 아니다. 앞으로 6월, 9월, 수능까지 성적 변화가 충분히 가능하고, 지원 집단의 움직임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배치표를 보는 이유는 대학을 확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보완해야 원하는 위치에 도달할 수 있는지 방향을 잡기 위해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표 1> 2026학년도 3학년 3월 학력평가 참고점 (출처: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성적표 밖의 변수 확인
올해 대입을 볼 때는 시험 결과 자체만큼이나 외부 변수도 중요하다. 우선 올해는 선택형 수능 체제의 마지막 해다. 이는 N수생 유입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제도 변화 이전에 수능을 치르려는 재수생과 반수생이 늘어날 경우, 상위권 경쟁은 지금보다 더 치열해질 수 있다. 특히 정시는 수능 중심의 변별이 강하게 작동하는 전형인 만큼, 재학생 입장에서는 현재 성적만 보고 안심할 수도 없고, 반대로 3월 결과만으로 지나치게 불안해할 이유도 없다. 경쟁이 거세질수록 더 중요한 것은 순간적인 등급이 아니라 연간 학습 완성도다. 3월, 6월, 9월, 그리고 수능까지 이어지는 긴 호흡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학생이 결국 유리하다.
지원 패턴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의약학 계열과 일부 최상위 자연계 모집단위는 기존처럼 미적분·기하와 과학탐구 중심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서울권 상위 대학의 일부 모집단위는 확률과 통계와 사회탐구 선택자 증가로 지원 풀 자체가 확대될 수 있다. 같은 서울권 대학이라도 모집단위에 따라 지원 집단의 성격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경쟁률과 합격선도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역의사제와 의예과 정원 변화 같은 변수까지 더해지면 지방 최상위권 수험생은 좀 더 지역 의예과에 원서 지원을 많이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수도권 최상위 대학의 자연 계열의 결과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올해 입시는 단순히 한 과목 성적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변화와 모집 구조 변화, 수험생 집단의 이동이 맞물리는 복합적인 판 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흐름은 정시에서의 학생부 반영 확대다. 서울 주요 대학들을 중심으로 정시에서도 학생부 교과나 종합평가 요소를 일부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정시가 더 이상 수능 점수만으로 끝나는 전형이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상위권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수능 공부만 붙들고 가는 전략으로는 부족하다. 3학년 교과 성적, 수업 참여, 학교생활 관리도 끝까지 함께 가져가야 한다. “정시는 수능, 수시는 학생부”라는 단순한 이분법은 지금의 입시에서는 점점 더 맞지 않는 설명이 되고 있다.
지금 가져야 할 수험생의 자세
이번 3월 학력평가가 보여준 핵심은 분명하다. 첫째, 선택과목 구조는 확실히 바뀌고 있다. 둘째, 그러나 상위권의 합격 구조까지 단순화해서 해석하면 위험하다. 셋째, 수능최저와 정시 경쟁은 1등급 숫자만이 아니라 중상위권 분포와 N수생 변수까지 함께 봐야 한다. 넷째, 이제는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학교생활을 가볍게 볼 수 없는 흐름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수험생에게 필요한 태도는 분명하다. 유행처럼 번지는 선택과목 쏠림에 휩쓸리지 않는 것, 단순한 체감 난도에 흔들리지 않는 것, 그리고 한 번의 결과로 자신의 가능성을 축소하지 않는 것이다. 3월 성적은 출발선의 위치를 알려주는 자료일 뿐 도착지를 결정하는 결과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과목 변경도, 막연한 불안도 아니다. 자신의 위치를 냉정하게 확인하고, 선택과목의 유불리와 대학별 반영 방식을 정확히 읽는 일이다. 그리고 학교생활과 수능 준비를 끝까지 함께 가져가는 일이다.
입시는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라 흐름을 읽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 3월의 점수에 흔들리지 말고, 11월의 결과를 바꾸는 준비에 집중해야 할 때다. 올해 수험생에게는 “폭풍이 불 때 누군가는 담을 쌓고, 누군가는 풍차를 만든다.”라는 말을 기억하길 권한다.
#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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