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8
80
인천하늘고등학교 이성호 선생님
1.
정시의 문이 좁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그 문이 단순히 좁아진 것이 아니라, 그 앞에 서 있는 규칙과 변수들이 훨씬 복잡해졌다는 데 있다. 2026학년도 입시는 전국적인 정시 비율 축소, 상위권 대학의 독자적인 정시 비중 유지, 무전공 선발 확대, 선택과목 자유화, 그리고 내신 신뢰를 흔드는 사건까지 한꺼번에 얽혀 있다. 이제 정시는 단순한 점수 경쟁이 아니라 정보, 전략, 장기 계획이 얽힌 종합전술의 무대가 됐다.
통합수능을 앞둔 시점에서 대학들은 전형 구조와 선발 방식을 계속 손보고 있다. 고교학점제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등의 논란으로 2028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 수능 시행되면서 정시와 수시의 경계가 흐려져 각 대학은 새로운 방식으로 지원자를 선별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의대 정원 문제, 학령인구 감소 등 교육 환경 변화까지 맞물려, 입시 전략의 변수가 늘어나면서 성적만큼이나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해진 특이한 현황이다.
2026학년도 전국 195개 4년제 대학의 정시 모집 비율은 20.1%에 불과하다. 모집 인원으로 따지면 약 6만 9,331명이다. 수시모집 비율은 79.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흐름만 보면 ‘수시 확대, 정시 축소’라는 구도가 뚜렷하지만, 상위권 대학에선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2.
서울 소재 상위 15개 대학의 평균 정시 비중은 여전히 4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¹ 이들이 정시를 고수하는 이유는 크게 전국 단위의 변별력 있는 선발과 선발 방식의 편리성이다. 내신은 학교별·지역별 편차가 크고, 교육 환경과 평가 기준의 차이가 크다. 반면 수능은 동일한 조건에서 치러지는 시험으로, 학문 기초 능력을 검증하는 데 유리하다.
현재 대입의 경향이라고 볼 수 있는 정시 모집 인원 감소는 곧 정시의 경쟁률과 합격선 상승을 의미한다. 특히 중·하위권 대학으로 갈 수록 ‘가·나·다군’ 지원 전략의 선택지가 줄어들고, 소규모 선발이 합격 가능성을 크게 좌우한다. 상위권 대학 역시 모집 비율은 유지되지만, 재수생의 증가와 정시 학생부 반영의 등장은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여기에 대학별 가산점 제도와 반영 비율 변화까지 더해지면, 동일 점수대여도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 전략적 계산 없이 단순히 ‘점수만 올린다’는 발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정시 축소는 앞서 언급한 고교학점제 도입 등으로 인해 과목 선택의 다양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 속에서, 교육 정책 변화에 맞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시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수시에 대한 공정성이 끊임없이 위협당하기 때문이다.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과 정치인의 자녀 의대 부정입학에 이어서 최근 안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3년간 정기고사 시험지를 사전에 유출해 특정 학생이 높은 성적을 받도록 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은 교육청 감사와 수사로 이어졌으며, 해당 학생의 성적이 취소되는 등 파장이 컸다. 내신 전형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수시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사례로 기록됐다. 교사가 시험지를 3년 동안이나 유출해 특정 학생에게 유리하게 만든 사건으로, 내신 전형의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²
대학 입장에서도 정시와 수시 사이의 정책적 갈등은 곤란하다. 2019년도 정치적 문제로 상위 대학이 정시 비율 40%로 강제당하고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대학이 정시 비율을 30% 수준까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기준이 완화되었는데³ 이런 사건이 터지게 되면, 이러한 정책은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 즉, 정시 비율이 앞으로 줄어들 것이란 보장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¹ https://edu.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3/26/2025032680041.html?utm_source
² https://www.andong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93432
³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192396.html
3.
2026학년도 정시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무전공(자유전공학부) 선발의 확대다. 연세대학교는 ‘진리자유학부’를 신설해 총 262명을 선발하며, 문·이과 구분 없이 지원 가능하다. 서울대학교는 자유전공학부에서 약 160명을 선발하고, 고려대학교는 약 131명을 모집한다.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등도 융합·자유전공 계열 정시 선발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입학 후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전공 선택을 미루고 진로를 탐색할 시간을 벌어준다. 해외의 경우 미국, 유럽의 다수 대학들이 이미 무전공 또는 유연 전공제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 전 폭넓은 교양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제도는 진로가 명확하지 않은 학생에게 장점이지만, 전공 배정 경쟁이 치열해지는 단점도 존재한다.
동시에 수학(확률과통계·미적분·기하)과 탐구(사탐·과탐)의 선택과목 지정이 많은 대학들에서 폐지되면서, 수험생은 자신에게 유리한 조합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자유가 곧 유리함을 보장하지 않는다. 대학별로 과탐 선택이나 미적분·기하 선택 시 3~5%의 가산점을 주는 곳이 있는 반면, 전혀 가산점을 주지 않는 곳도 있다. 같은 원점수라도 표준점수 계산과 가산점 적용에 따라 합격선에서 수 점 차이가 날 수 있다. 자유가 생겼더라도 여전히 이전의 전략은 유효하다.
선택과목 자유화의 장점은 뚜렷하다. 문과 학생이 과탐을 선택해 자연계열로, 이과 학생이 사탐을 선택해 인문계열로 교차 지원이 가능하다. 실제로 과탐과 미적분 조합으로 상위권 자연계열에 합격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하다. 인기 과목 쏠림으로 표준점수 변별력이 약화돼 동점자가 대량 발생하고, 내신과 비교과를 반영하는 대학에서는 수능만 준비한 수험생이 불리해질 수 있다.
전략적으로는 가산점과 표준점수 구조를 고려해 지원군을 조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가군에서 국어 성적보다 과탐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다면 과탐 가산점이 있는 대학을 우선적으로 알아봐야 한다. 실제로 과탐 2과목 응시자에게 3% 가산점을 주는 대학의 경우, 표준점수 65점짜리 과목이 66.95점으로 환산되어 합격선이 소수점 단위로 뒤바뀌는 사례가 있다. 이런 작은 차이가 치열한 상위권 경쟁에서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또 모의고사 성적을 통해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변동 패턴을 분석하면, 본시험에서의 유·불리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 모의고사 성적을 활용해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변동 패턴을 예측하려면, 먼저 최근 3~5회 모의고사에서 해당 과목의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꾸준히 기록하고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각 과목이 시험 난이도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 점수 편차가 큰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어서 다른 과목과의 상대적인 위치 변화를 분석하고, 지원 희망 대학의 가산점 정책을 반영해 표준점수를 환산하면 합격선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본시험에서 안정적인 점수를 기대할 수 있는 전략 과목과 변동성이 큰 위험 과목을 사전에 구분할 수 있어, 모집군별 지원 전략을 보다 정밀하게 세울 수 있다. 이때 평가원과 교육청 모의고사를 구분해서 확인하는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고3 초반에 과목을 확정하고 해당 과목에 맞춘 학습 계획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안정적인 성적 향상의 전제다.
2026학년도 정시는 전체적으로 축소됐지만, 상위권 대학은 여전히 수능 중심 전략이 유효하다. 무전공 확대와 선택과목 자유화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선택지를 복잡하게 만들고, 내신 신뢰도 문제는 수능 중심 선발의 필요성을 더 부각시킨다.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듯, 2026학년도부터 일부 대학은 정시 전형에서 학생부를 반영한다. 이는 수능과 내신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구조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좁아진 문 앞에서 합격을 결정짓는 것은 정확한 입시 정보, 세밀한 분석, 그리고 본인에게 맞춘 전략 설계다. 목표는 단순 고득점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고득점’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26학년도 고려대학교 정시 교과우수전형은 수능 80%와 학생부 교과 20%를 합산하여 선발한다. 수능은 국어 200, 수학 240, 탐구 200에 계열에 따라 과탐에 3% 가산점을 부여한다. 학생부 교과 점수는 6개 학기 전 교과 성적을 반영하며, 등급별 점수를 변환한 뒤 교과평균등급점수에 100점을 더해 산출한다. 이때 교과평균등급 산출 계산식은 복잡하지만 어디가(adiga.kr)와 같은 사이트에 자신의 성적을 입력하면 바로 점수를 파악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내신평균이 3.0정도 된다면 계산했을 때 교과평균등급점수는 185점이 나온다. 이는 수능 640점을 비율적으로 계산했을 때 약 598점 정도로 백분위 약 6~7% 정도에 해당한다. 즉, 내신이 수능 점수보다 낮아도 충분히 정시 교과우수전형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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