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기록부 평가 요소와 항목

2022.07.04 4239명이 봤어요

세화고등학교 문우일 선생님

 

 

1. 생활기록부의 기록은 누가 하는 것일까?

정시 전형의 비중이 아무리 높아졌다고 한들 여전히 교과 및 학종 전형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의 효용적 가치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생기부의 기본적 개념을 정의하는 것은 매우 다양하지만 아주 간단하게 학생이 학교에서 생활한 내용을 담당 교사가 관찰하여 기록하는 장부라 할 수 있다. 결국 학생의 학교생활에 관한 기록물인 셈이다.

생기부 기록은 누가 하는 것일까?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위와 같은 기록물의 내용이나 형식을 정하는 것은 학교와 교사인 듯 보인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3년을 생활하는 동안 어떤 일정을 보내게 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학교이며, 어떤 수업 활동에 참여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계획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계획 속에서 학생들이 어떤 활동에 참여하였는지, 도드라진 점은 무엇인지 등을 기록하는 권한 역시 교사의 권한이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어떤 학교에 소속되어 있는가에 따라 혹은 학교 교사의 역량에 따라 생기부의 입력 내용에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역량이 좋은 교사가 많은 학교를 좋은 학교, 그렇지 못한 학교를 나쁜 학교로 평가하기도 한다.

일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그 속에서 어떻게 활동에 참여할 것인지 직접적으로 고심하고 참여하는 당사자가 학생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생기부의 내용을 전적으로 학교 정책 방향이나 교사의 역량에 따르는 것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떤 교사도 자신의 눈에 차는 학생을 외면하지는 못한다. 능동적으로 공부하고 깊이 있게 탐구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학생을 눈앞에 두고도 이를 기록하지 않는 교사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록할 것이 없어서, 아무리 생각해도 학생이 활동한 내용이 없어서 빈 칸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으면 많았지, 써주어야 할 내용이 넘치는 학생에 대한 기록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렇게 보면 생기부의 큰 틀은 학교와 교사의 역량일 수는 있어도 실제 채워지는 결과물은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디자인하려고 하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온전히 이해한다면 이런 결론이 가능하다. “생기부 입력은 선생님의 권한이지만 쓰여지는 내용을 채우는 건 학생 자신의 주도적 역할 수행에 달린 것이다.”

 

 

2. 생활기록부 평가 요소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생기부를 디자인하는 것이 좋을까?

전체 대학교가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평가 요소를 통일하고 있지는 않지만, 건국대, 경희대, 서울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가 2018년 연합하여 제정하고 22년에 개정하여 발표한 내용[표1]은 나름 기준점을 제공해 준다고 볼 수 있다. 큰 틀에서는 학업 역량, 진로 역량, 공동체 역량이 그것이다. 학생들은 생기부를 통해 이 세 가지 요소가 드러날 수 있도록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표 1] 평가요소 및 평가항목 개선 안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평가가 어떤 한 단면 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3년 동안의 전 과정에 걸친 기록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학업 역량을 보여주는 것도 특정 교과 하나만의 문제도 아니고 한 학년만의 기록도 아니다. 진로 역량이나 공동체 역량도 마찬가지다. 전체 기록을 통해 학생이 어떻게 변화하였으며, 성장하였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가급적 기록들은 날줄과 씨줄을 잘 얽어서 인격의 총체를 드러내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한 학년의 기록들을 날줄이라고 한다면 학년별 연계는 씨줄에 해당한다. 기록을 읽어보니 학년별로 서로 다른 학생에 대한 기록처럼 읽힌다면, 혹은 전체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 완전히 다른 관심을 반영하여 기록되어 있다면 그 생기부의 주체가 되는 학생은 다중 인격에 해당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예를 들어 공동체 역량과 관련하여 어떤 교과에는 모둠의 일원으로 성실함과 배려심 넘치는 모습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다른 교과에서는 모둠원들과의 규칙을 준수하기보다 자신만의 기준에 맞춘다는 식의 모습이 읽힌다면 긍정적인 기록조차 그 진위를 의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어나 영어 교과 활동에서의 학업 태도는 높다고 평가 받더라도 음악이나 미술 등의 예체능 교과에서는 진학에만 큰 관심을 보이는 듯 기록되어 있다면 지엽적인 모습만으로 평가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학업 역량과 진로 역량, 그리고 공동체 역량 세 요소는 전체 생기부 상에서 촘촘하게 얽혀 있는 모습을 갖출수록 좋다.

 

 

3. 평가 항목

앞의 세 요소들은 각각 평가 항목을 함축하고 있다. 각각의 항목은 [표1]을 참고해보면 도움이 될 듯하다. 이 중에서 학업 역량 부분의 학업 성취도는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가장 좋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학업 성취도는 그냥 쉽게 내신 성적이라고 표현해도 큰 무리는 없겠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생기부 평가 대상으로서의 학업 성취도는 최종 결과로서의 내신 등급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표2]에서 볼 수 있듯이 생기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에는 성적만이 아니라 단위 수, 원점수/과목 평균&표준편차, 성취도(수강자 수), 석차 등급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한 학생의 성적은 1학년 1학기 것만이 아니라 총 5개, 혹은 6개의 성적표로 이루어져 있다. 학생이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으며, 그 집단의 교과적 성향 등등을 한꺼번에 감안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더하여 나머지 평가 항목들은 거의 대부분 담당 교사에 의해 서술식으로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평가가 진행된다. 즉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표 2] 학교 생활기록부

 

 

4. 날줄과 씨줄

앞서 이야기했지만 생기부의 전체 내용은 날줄(한 학년의 활동 통합), 씨줄(학년별 활동 통합)로 잘 엮는 것이 좋다. 물론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몽땅 하나의 줄거리로 엮어내는 것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3학년 생기부에 기록된 방향성이 1, 2학년의 활동을 바탕으로 성장한 모습으로 보이도록 꾸미는 것 정도는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이러한 줄거리에 가장 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진로 역량이다. 많은 선생님들이 수행평가 등을 계획할 때, 각 교과별 특성을 드러내는 주제를 선정하기는 하되, 각각의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어울리는 활동, 혹은 탐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학생 자율적 선택의 여지를 남겨 놓는다. 예를 들어 국어 교과에서는 독서 계획을 짜고 서평을 기록하라고 하더라도 각자의 진로에 어울리도록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영어로 작문을 하더라도 학생들의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주제로 작문을 하도록 여지를 남겨 놓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학생들은 서로 다른 수행평가에 임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진로를 줄기로 하여 교과별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이를 십분 활용하여 활동한다면 최종적으로 완성된 생기부는 자신이 스스로의 진로를 탐색해가는 과정, 진로에 어울리는 교과별 주제 탐구활동 등으로 짜임새 있는 기록물이 될 것이다.

더하여 비교과 활동에서도 자신의 생기부를 진로 역량에 맞춰 꿸 수 있다. 동아리 활동은 물론 자 율활동과 진로 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자율 활동과 진로 활동은 학생회나 학급회, 혹은 진로 탐색을 위한 심리검사 등과 관련한 것만 기록 대상이 아니라 학교장의 계획 하에 이루어진 학교별 특색 사업 등에 참여하여 활동한 학생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학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자신의 진로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참여하고 보여줄 수 있다면 이 역시 자신의 진로 역량을 드러내 줄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

물론 상식적으로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거나, 정해졌더라도 다른 방향으로 선회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아니 어쩌면 이런 변화하는 모습이 오히려 정상에 더 가깝다. 만약 1학년 때 진로를 탐색하고, 2학년 때 방향을 설정하거나 분야를 선정하고, 3학년 때 진로를 확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이 역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한 생기부라 할 수 있다.

 

어떤 학교에 소속되어 있으며, 어떤 선생님께서 자신의 생기부를 작성하느냐에 따라 생기부 기록에 차이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깊은 관심을 갖고 학습과 학교 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학교나 교사의 차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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