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획] 논술과 통계

2022.06.09 2521명이 봤어요

경희여자고등학교 윤상철 선생님

 

 

1. 논술과 통계 자료

통계란 사회·문화 현상이나 자연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수집된 자료를 요약하거나, 적절한 방법을 통해 가공된 정보를 숫자나 그래프, 도표 등의 형태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정보사회로 지칭되는 현대 사회에서 자연과 사회에 대한 정보가 수치화되어 통계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이 진행되기에 통계 자료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능력은 현대 사회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꼭 갖추어야 할 필수 소양이 되었다.

인문·사회계 논술 문제에서 통계 자료를 제시하는 이유는 수험생들이 통계 자료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해석된 통계 자료와 문자 텍스트에 담긴 이론 혹은 원리 간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는지, 즉 정보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본 소양을 갖추었는지 판단하기 위함이다.

논술 고사에서 통계 자료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통계 자료를 스스로 분석하는 연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표나 그래프로 제시된 통계 자료를 꼼꼼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연습을 한다면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 실제로 논술 고사에 출제된 예를 통해 통계 자료 분석의 대표적인 유형들을 익혀 보자.

 

 

2. 통계 자료 분석의 대표적 유형

2-1) 대상들의 특성을 비교하며 분석하기

다음 <그림 1>은 전문가 집단과 비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이미지 식별 실험을 수행한 결과이다. <그림 1>의 수행 결과를 중심으로 두 집단의 차이점을 찾아보자.

 

<그림 1> 이미지 식별 실험 결과

2022학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 모의논술 사회계 <문제 3>에서 제시된 그래프

 

* '모름' : 판단 근거 부족 등을 사유로 식별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답변한 경우

* ‘일관성’ : 동일한 실험을 시차를 두고 반복했을 때, 실험 간 답변의 일치 여부

 

<그림 1>에서 두 집단의 정답률과 오답률을 묶어 각 집단의 특징과 두 집단 간 차이점을 찾고, ‘모름’과 ‘일관성’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이해한 후 두 집단 간 ‘모름’과 ‘일관성’의 비율 차이가 의미하는 바를 추론하는 것이 이 통계 자료 분석의 관건이다.

<그림 1>에 대한 분석과 이를 통해 추론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분석 결과와 이로부터 추론 한 내용을 연결하면 <그림 1>을 설명하는 한편의 완성된 논술문을 작성할 수 있다.

 

2-2) 상관 관계를 중심으로 분석하기

<그림 2>는 소득 불평등 정도와 비만율의 관계를 국민소득 상위 25% 국가들과 하위 25% 국가들을 중심으로 살펴본 통계 자료이다.

 

<그림 2> 국민 소득별 소득 불평등도와 비만율

 2021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 논술 인문사회 계열1(오전) <문제 2-1>에서 제시된 그래프

 

<그림 2>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 국민소득 상위 25% 국가에서는 소득 불평등 정도가 심할수록 비만율이 높아진다. [추세선 활용]

- 국민소득 상위 25% 국가에서는 소득 불평등도가 유사한 국가 간에 비만율의 차이가 큰 경우가 많이 있다.

  ▶ [추론할 수 있는 것] 소득불평등 정도 외에 비만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있을 수 있다.

- 국민소득 하위 25% 국가에서는 소득 불평등 정도가 달라져도 비만율은 변하지 않는다. [추세선 활용]

- 국민소득 상위 25% 국가의 비만율이 하위 25% 국가보다 높다.

  <참고> 상관 관계와 추세선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은 특정 사건이 다른 사건과 서로 관련성을 지닌다는 것, 즉 한쪽이 변화하면 다른 한쪽도 따라서 변화하는

  관계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2>의 국민소득 상위 25%의 국가들에서는 소득 불평등 정도와 비만율 사이에는 상관 관계가 있다. 소득 불평등이 심할수록

  비만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국민소득 하위 25% 국가에서는 소득 불평등 정도가 달라져도 비만율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민소득 하위 25% 국가에서 소득 불평등 정도와 비만율은 상관 관계가 없다.

  <그림 2>와 같이 좌표에 점들을 표시함으로써 두 개 변수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 방법인 산점도를 통해 두 변수 사이의 상관 관계를  

  판단하려면, 점들이 어떤 직선의 주위에 모여 있는지 봐야 한다. 이와 같이 자료의 경향을 나타내는 직선을 추세선이라 하고, 이것은 x

  대한 일차 함수로 나타낼 수 있다. 추세선을 중심으로 값이 집중되어 있는지 여부도 따져보아야 한다.

  상관 관계의 성립은 인과관계가 성립하기 위한 근거가 되지만, 상관 관계가 인과관계를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상관 관계가 있어도

  인과관계가  아닌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2-3) 현상·사태의 추이를 중심으로 분석하기

<그림 3>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여성의 고용률이 G5 국가들보다 전반적으로 낮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30대에 고용률이 떨어지고, 40세를 전후하여 고용률이 다시 상승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림 3> 한국과 G5 국가의 연령대별 여성 고용률

 홍석호(2021.03.19.), 한국여성 고용률은 M자형 곡선…20대에 최고점→30대 급락, 동아일보, http://www.donga.com

 

우리나라 여성의 연령대별 고용률 그래프가 특정 연령대를 중심으로 기울기가 크게 변하며 ‘M’자 모양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대 후반부터 여성이 결혼 후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직장을 떠난 경우가 많고,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 다시 취업을 한다는 사실을 그래프로부터 추론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구조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평가를 하고, 만약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에는 두 가지 요소의 추이를 보여주는 통계 자료를 분석하고 추론하는 연습을 해보자.

 

<그림 4> 추가적으로 파악된 석유의 매장량과 생산량의 추이

 2009학년도 서울시립대학교 수시 논술 인문계 <문제 2>에서 제시된 그래프

 

우선 <그림 4>에서 찾을 수 있는 요소들을 나열해 보자.




- 막대 그래프는 연도별 석유 발견량이며, 선 그래프는 연도별 석유 
생산량이다.
- A 부분은 발견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은 석유를 의미한다. 따라서 1980년대 중반까지 발견한 석유 중 아직 사용하지 않은 것이 많이 있다.
- A’ 부분을 통해 1980년 중반 이후에도 석유가 계속 발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석유 생산량 그래프[B]에서 1950년대 중반까지 석유 생산량이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다 1960년부터 1980년까지 급증했으나 1980년 이후 일정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석유가 곧 고갈될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자료로 <그림 4>를 활용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림 4>의 A를 통해 발견한 석유 중 아직 사용하지 않은 것이 많고, A’을 통해 지금도 계속해서 석유가 발견되고 있으며, 석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근거로 석유가 곧 고갈 되지 않는다고 추론할 수 있다.

 

 

3. 통계 자료를 활용한 논술에 대한 제언

통계 자료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 지식은 평소 개별 교과 학습을 통해 습득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학습된 지식을 통계 자료에 투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별 교과의 교과서에 나오는 다양한 통계 자료를 꼼꼼히 분석해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언론 매체나 정부에서 제시하는 여러 통계 자료들을 주의 깊게 살피고 이를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한 후 주어진 통계 자료에서 무엇을 추론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통계 자료를 분석 및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추론하는 바를 자신의 말로 기술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통계 자료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과 그 의미를 명료하게 서술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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