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이 문제다!

2022.06.08 2617명이 봤어요

세화고등학교 문우일 선생님

 

 

역량이란?

역량(力量, capability (to do), competence (in/of), ability (to do), capacity)

4차 산업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은 들어보았을 단어가 바로 역량이다. 이 단어는 교육부에서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부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거기에서는 역량을 강화, 혹은 기반이라는 단어와 융합하여 표현하더니, 이번에 새로 고시된 2022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역량 함양 교육과정으로 쓰고 있다.

역량 강화 교육과정, 혹은 역량 기반 교육과정과 역량 함양 교육과정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겠으나, 그보다 우선 역량이란 단어가 어떤 뜻인지, 도대체 왜 강조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1. 역량 Vs 지식 습득

사실 역량의 의미는 그리 어렵지 않다. 표준 국어사전에 나와 있듯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이라는 뜻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런데 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역량이 특별히 강조되고 있는 것일까?

원래 교육과정이란 것이 고등학교 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므로 역량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기준이다. 하지만 우리 교육의 변화를 이끄는 것도 그리고 못하게 가로막는 것도 대학이므로 대학교 입학 시험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보자.

역량이란 단어의 대척점에는 지식 습득, 즉 교과 내용 학습이 있다.

과거부터 핵심적 교육 활동은 교과에 있는 내용, 즉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다. 우리나라의 교사들은 교과서에 있는 학습 내용을 잘 정리하여 학생들에게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머리에 쏙쏙 잘 들어가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었고, 학생들은 교과에 있는 내용을 자기 머릿속에 차곡차곡 잘 쌓아두고 필요할 때 적절한 내용을 잘 꺼낼 수 있으면 훌륭한 학창 시절을 보낸 거라 자부할 수 있었다. 한 때, 대입을 위한 시험 이름이 학력(學力)고사였던 것도 이와 같은 지식의 넓이와 깊이를 측정하는 시험이었다. 물론 93년 학력고사 시대가 저물고 94년부터 시행되었던 수학능력시험은 평가 내용이 조금 달라진다. 지식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것보다는 제시문 독해력, 문제 상황 이해 능력, 문제 풀이 능력 등을 평가하는 것이 주가 되었다. 물론 대학에서 수학 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고등학교 교과 내용을 직접적으로 확인하는데 그친 학력고사보다는 조금 더 학생들의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 역시 지적 호기심이나 지적 성장의 측면을 평가하는 것이 주였기에 학생들의 학습 방법은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다. 여전히 학생들은 교과서의 내용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쏟아져 나오는 문제집을 누가 더 많이 푸는지 경쟁하듯 풀어가는 것이 수능 준비의 전부였다.

하지만 정보화사회로의 변혁은 양적 개념 지식의 가치를 사뭇 다르게 바꿔 놓았다. 지식은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언제든지 확인 가능한 대상으로 바뀌었다. 한 개인이 인터넷 없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 역시 그 효용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작아지기 시작했다. 3차 산업을 더욱 깊이 있게 발전시킨 4차 산업 시대인 요즘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요즘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많은 정보와 지식을 전달해주는 훌륭한 선생님으로 '유선생님'을 꼽는다. 바로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학교보다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학생들에게 제공해주고, 선생님들보다 재미있고 활력이 차고 넘치는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인재형은 힘의 근간이 되는 지식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쌓는 사람이었으나 이러한 분위기에서 이와 같은 인재가 되기 위한 노력은 크게 환영받지 못하게 되었다. 오히려 정보를 쉽게 찾고,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토대로 더 가치 있는 정보를 생산해내는 능력이 주요하게 대두 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능력을 갖추도록 애쓰는 것이 학생에게 꼭 필요한 학습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게 된 것이다.

역량은 이와 같은 미래 인재에게 꼭 필요한 핵심 개념이다. 교육부는 미래 인재의 정의를 창의 융합형 인재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미래 인재와 관련하여 역량이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새롭게 개선하거나 서로 다른 지식의 내용을 융합하여 각자의 삶에서, 나아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쓸모 있는 것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학생들은 이제 학교에서 교과 내용을 습득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다양한 문제의 해결점을 고민해보면서 문제를 찾아가는 것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까지 경험하면서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필요한 정보를 시험 시간에만 꺼내 쓰는 것이 아니라,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교사에 의해 던져진, 혹은 자신들이 스스로 정한 주제와 관련한 정보를 직접 찾아보고 이를 해결하거나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고민해보는 과정이 바로 이러한 역량을 기르는 교육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2. 심화 학습을 통한 역량 함양

하지만 역설적이게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학습 내용을 심화하는 과정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2022 교육과정 총론에서 역량과 함양이라는 단어를 혼합하여 ‘역량함양’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러한 중요성을 인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앞에서 표현 했듯이 역량과 지식 습득이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갓난아기가 인터넷에서 고도의 정보를 습득하지 못하는 것은 갓난아기가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서 아는 것이 많은 사람, 혹은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개념의 의미를 깊이 있게 아는 사람일수록 그만큼 양질의 정보를 습득하거나 다양한 정보를 창의적으로 융합하여 새로운 정보로 생산하는 능력도 뛰어날 수밖에 없다.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을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출처 : 2022 개정 교육과정 ]

 

위 그림을 통해 짚어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역량을 별도의 독립적인 기능이 아니라 지식, 동기, 태도 등의 유기적 통합을 통해 과제 수행 및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작동하는 능력으로 이해하고 있다. 역량 함양을 위해 역량 자체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동기, 그리고 태도의 3 요소와 이를 종합하여 수행할 과제 수행 혹은 문제 해결 과정의 체험이 필요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특히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단순한 지식의 축적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의 근본을 따지고, 지식 내용에 대한 교과 간 연계 가능성을 고민하며, 나아가 그러한 정보들을 자신의 삶과 연계하여 다양한 문제에 적용하면서 깊이를 더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3. 역량, 그리고 대학입학

위와 같은 역량을 함양하는 것은 대학 입학과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

이는 대학 입학을 위한 평가 방식의 변화에 대한 이해와 맞물려 있다. 학력고사를 넘어 수학능력시험은 기본적으로 실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지, 혹은 정보를 이해하거나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평가하는 등의 결과적 능력치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그리고 이런 시험은 역량을 평가하기에는 아주 부적절하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역량은 자신의 학습 과정에 성찰을 바탕으로 다른 교과의 지식과의 연계성까지 검토하면서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탐구와 그 해결점을 모색하는 과정 속에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역량에 대한 평가는 어떤 학생의 학업적 성취 과정 전체, 그것도 학생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을 어떻게 활용하여 왔는가를 들여다 볼 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며, 이는 철저하게 과정 평가에 해당하며, 이는 학력고사나 수학능력시험 등에서 확인하려는 결과적 실력에 대한 점수화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다.


이와 같은 정보를 토대로 입시 전형들을 바라보면 이해되는 몇 가지 사안이 있다. 우선 다양한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저학력기준이란 결국 지식과 지식에 접근하는 능력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역량을 아무리 강하게 강조한다고 하여도 양적 개념으로서의 지식에 대한 측정, 그리고 독해 능력, 비판적 사고력 등에 대한 기본 능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실로 역량이라는 것이 온전히 발휘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지식과 이에 접근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교과전형이나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 등에서 보려고 하는 것이 학생의 역량이 어떻게 성장해왔는가를 이해하려는 과정평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교실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수행하는 활동, 그리고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성장과 진로에 어울리는 교과를 선택하고 이와 관련한 학업적 성취가 어떠했는가를 기록한 학교 생활기록부에 대한 평가는 다름 아닌 역량의 성장기에 대한 평가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 개인이 학교에서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 교과별 성취 기준에 어울리는 지적 성장과 이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여 다양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때 비로소 그 노력을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비록 정시의 비중이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요즘 역량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를 함양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 예측할 수 있겠다.

 

#교육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