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의 기본 – 제시문과 논제 파악하기

2024.12.30 95명이 봤어요

 

상산고등학교 김솔지 선생님

 

 대학 가는 길은 다양하다. 그 중 한 갈래가 ‘논술’이다. 다수의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이 실시하고 있는 논술 전형을 잘 준비해 두면, 수능 점수로 대학에 가는 정시나, 수시 전형 가운데 내신 점수나 생활기록부가 미흡하다면 합격권에 들기 어려운 전형 이외의 길을 노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 글쓰기는 제시문 독해와 답안 설계 단계에서 성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논술문 작성 과정은 간단하다. 제시문과 논제를 분석하고, 중요한 정보를 추려 개요를 작성한다. 개요 작성 단계에서는 주제문을 작성하고 논거를 준비한다. 설계를 마쳤다면 답안을 작성한다. 논술문 작성 후에는 제시문과 논제를 마지막으로 살피고 답안을 검토하며 윤문 및 보완한다.

<그림> 논술문 작성의 과정

 

 제시문과 논제를 바르게 독해하고 출제자의 요구에 따라 답안을 구성했다면 나머지 문장 쓰기는 뜻만 분명하면 되는 기술적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이번 칼럼에서는 제시문과 논제를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고, 다음 칼럼에서는 답안 구성법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이때, 분석의 대상은 인문계열 논술에서 주가 되는 언어 논술형 문제로 한정한다.

<표> 인문계열 논술 전형 논제 유형(2025학년도 대입정보 119, 대교협)

 

 

1. 인문 논술의 기본-제시문과 논제 파악

 

 인문계열 논술에서 제시문과 논제 파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험생에게 주어지는 정보가 제한적인 시험 글쓰기에서는 문제와 제시문을 꼼꼼히 살펴, 요구하는 것을 정확하게 담아내는 것이 핵심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논술은 기본적으로 ‘시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단답형 시험에서 채점 기준은 비교적 단순하다. ‘교과서’와 ‘사회적 통념’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답을 내면 된다. 그러나 논술은 주관적인 요소를 내포할 수밖에 없기에 채점 기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대학들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채점 기준표를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채점 기준표를 추적하면 논술 대비법도 보인다. 주요 대학의 논술 채점 기준에 논제와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분석 능력은 꼭 들어간다. 이때 말하는 이해 분석 능력은 독해력이다.

 

 실전 논술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능력은 ‘주제 파악’과 ‘요약’ 능력이다. 주제를 파악하고 요약하는 것은 교과서를 통한 훈련으로 시작하면 된다. 교과서에 수록된 글을 읽고 참고서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주제를 찾는 연습 해 보자. 글쓴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요약하면 주제가 된다. 올바른 독해는 저자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찾아내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대입 수험생들에게 논술 고사 시간 내에 제시문을 읽고 논술문을 써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시문을 독해하고 답을 쓰기가 쉽지는 않지만, 요구하는 바는 분명한 편이다. 논술에 임하는 수험생에게는 제시문과 논제 외에는 다른 자료가 없다. 출제자는 수험생이 얼마나 풍부한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는가에는 관심이 없다. 출제자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제시문과 논제가 제공하는 정보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수험생의 능력이다. 오히려 아는 것을 끌어내어 억지로 엮으려고 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제시문을 요약하라는 건지, 제시문 속 ‘상황’을 비교하라는 건지 등 논제와 관련 있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2. 논술 시험의 열쇠는 ‘읽기’에 있다!

 

 논술 시험은 글쓰기를 통한 평가 방식이기에 ‘쓰기’의 중요성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논술 시험의 성패는 쓰기보다 ‘읽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문장력을 갖춘 수험생이라도 독해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시험 글쓰기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논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읽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여러 대학의 논술 가이드북에서도 ‘읽기’의 중요성을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다. 인하대 논술 가이드북에서는 ‘인문계열 논술고사의 핵심은 논제 정리와 그와 관련된 쟁점을 파악하는 것’이라 밝혔고, 중앙대 논술 가이드북에도 ‘언어 논술형 문제에서 가장 요구되는 능력은 정확한 독해력이다. 따라서 다양한 주제의 글들을 읽고 핵심 논지를 파악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논술 준비의 출발이다.’라는 서술이 있다. 서강대에서도 ‘각 제시문이 의미하는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이해하여 문제에서 요구하는 조건으로 제시문을 분석하고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성균관대학교 역시 논술 시험 고득점 전략을 제시하며 ’제시문 독해 능력이 기본이므로 읽기 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제시문과 논제를 올바르게 읽어 내려면 텍스트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저는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논술은 힘들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을 종종 만나곤 하는데, 배경지식만 있다고 논술문을 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배경지식이 부족하다고 논술문을 제대로 쓸 수 없는 것도 아니다. 

 

 

3. 제시문과 논제를 읽어 내는 연습

 

 제시문 분석은 주어진 제시문을 읽고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제시문 분석 단계에서는 논제의 핵심 내용이나 문제 상황과 관련하여, 제시문이 제공하는 정보를 확인하고 정리하여야 한다. 이때, 문단별로 중심 내용을 스스로 알아보기 편하게 요약·정리하면 된다. 전문가 수준으로 분석하지 않아도 되니 부담 없이 해도 좋다. 문단 수준의 분석이 끝나면 요약·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문 전체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다.

 

 한편, 논제(論題)란 출제자가 제시한 과제를 말한다. 논술 전체를 포괄하는 큰 틀이라 생각하면 된다. 한편, ’논지(論旨)‘는 논하는 말이나 글의 취지로, 제시문 하나에 담긴 주장을 말한다. 가령, 제시문 [나]의 논지를 근거로 하여 제시문 [가]의 논지를 평가하라는 ’논제‘가 주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때, 각 제시문의 논지를 논리적으로 연결하여야 논제를 해결할 수 있다. 논제 분석 단계에서는 논제가 묻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논제가 요구하는 내용은 몇 가지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논제의 내용을 통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논제에서 문제시되는 상황이 무엇인지, 출제자가 이러한 문제를 출제한 의도는 무엇인지, 궁극적으로 출제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논제를 분석할 때는 요구하는 항목에 번호를 붙이며 표시해 두고, 이를 빠뜨리지 않았는지 확인할 것을 권한다. 논제의 요구 사항을 개요로 작성하여 답안을 작성하는 방법도 추천할 만하다. 

 

 다음은 2022학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문계 기출 문항 1이다. 이를 예로 들어, 제시문을 간단히 분석해 보고자 한다. 해당 문항의 논제는 ’[가]를 바탕으로 [나]~[바]에서 밑줄 친 주체들을 두 유형으로 분류하고, 각 주체에 나타난 행동 특성을 요약하시오.‘였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각 제시문에 나타난 주체와 그들이 가지는 행동 특성 등의 기준을 분량에 맞춰 설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의 첫 번째 문장에 나오는 ’햄릿형‘과 ’돈키호테형‘이라는 어휘는, 제시문 [나]~[바]의 주체들을 두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준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핵심 표현에 해당한다. 이어지는 문장에서는 해당 어휘 각각을 설명하고 있는데, 인간의 유형에 해당하는 ’햄릿형‘과 ’돈키호테형‘이 가지는 각각의 행동 특성을 분류 근거로 활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두 유형이 지니는 행동의 특성이 대비되도록 진술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햄릿형‘의 경우 쉽게 행동하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반면, ’돈키호테형‘은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하며 신중하기보다는 과감히 도전한다는 진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제시문을 분석한다는 것은 주어진 정보 중 논술문 작성에 활용할 핵심적인 것들을 놓치지 않고, 필요한 정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작문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각 대학의 입학처 홈페이지에 있는 논술 가이드북과 기출문제,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 등을 확인하며 제시문을 직접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답안을 구성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 보도록 하겠다.

 

 

참고 자료

이혁(2020), “논술의 정석”, 생각의빛.

유시민(2015), “유시민의 논술 특강”, 생각의길.

스터디코드 논술연구소(2007), “서울대 논술법”, 갤리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5학년도 대입정보 119(대교협)

#논술